보령우체국 박 영 석

미국 독립역사보다 앞선 237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미 최대연방 공공기관인 우정공사(USPS우체국)가 연방정부에 내야야 건강보험 보조금을 내지 못해 부도 위기에 처했다는 기사를 접하고 놀라움과 위기감이 엄습했다.

미국우체국이 겪는 재정위기는 이메일, 스마트기기의 보급 등 IT의 발달로 우편물의 급감과 민간물류기업과의 경쟁이 가속화됨에 따라 심각한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다. 이러한 사정은 전자매체의 발달로 우편물이 급감하여 정겨운 우표와 손글씨가 담긴 편지는 이미 추억거리가 되어가고 있는 우리의 사정과도 비슷하다.

전국 3700개의 우체국, 4만5천명 종사원, 작년기준 48억통의 우편물이 집배원의 손에 실려나가고 1,200만명이 우체국금융을 이용하고 있는 국가기업인 우정사업본부가 당면한 문제도 미국의 상황과 다를 것이 없다.

독립채산주의에 입각하여 국민의 세금이 아닌 철저히 우편 예금 보험 등 수익사업을 통해 특별회계로 운영되는 우체국은 전국에 펼쳐진 인프라를 통해 보편적 우편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각종 사회공헌활동으로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사회적 책임기업으로 성장해왔지만 최근 세계에 불어 닥친 글로벌금융위기와 장기침체와 우편시장개방 및 민간업체와의 경쟁 그리고 변화무쌍 하루가 다르게 트렌드가 급변하는 시류 속에서 새로운 수익원창출과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찾기가 녹록치 않은 형국이다.

이러한 위기가 봉착하였을 때 과거의 역사를 통해 우리의 모습을 성찰하여 타산지석의 묘계를 얻을 수가 없을까?

역사는 과거사건의 단순한 열거가 아닌 인간사의 총화이기 때문에 깊은 통찰력과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으며 그러한 역사서 중에서도 중국고전의 정수라 불리는 3천년 통사인 사마천의 사기를 통해 우체국경영의 모습을 성찰하고 반성하여 지속발전 할 수 있는 해법을 구해본다.

사기에서 경영학적 측면에 접목한다면 가장 크게 무게를 두고 있는 부분은 인재경영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난세일수록 인재의 얻고 그렇지 못함의 간극은 곧 승리와 패배의 차이와 같기 때문에 전국시대 제국의 패권을 놓고 여러 제후국들이 각축전을 벌리고 있을 때에도 널리 인재를 구하는데 가장 큰 힘을 쏟았다.

오늘날 기업경영에서도 인재경영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닐진대 인재의 역할론은 새삼 부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국내 최고의 기업총수가 ‘인재한명이 만 명을 먹여살린다’라고 말했듯이 인재영입의 중요성을 말하기도 했지만 더 중요한 점은 최고의 역량을 가진 인재를 스카웃한다 할지라도 조직의 시스템과 유기적인 업무의 조화가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조직 내의 갈등만 키울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한명의 영재가 많은 부를 가져다 줄 수 있어도 나머지 다수의 조직원들이 소외된다면 조직문화는 불화로 가득하여 성장하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실력있는 인재를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재의 적기적소배치 등 인재운용이 더욱 더 중요한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공직에 대한 높은 인기로 우체국에서도 매년 고학력과 수준 높은 인력이 경쟁률의 공무원공채시험을 뚫고 수혈되고 있다.

우체국은 택배 보험 등 수익을 내기위해 민간서비스영역과 유사한 사업성과 공조직의 공익성이 혼재되어 있는 복합적 조직이기 때문에 신규자들이 조직문화에 흡수되도록 더욱더 무한히 애정을 쏟아야 될 것이고 각자의 특성을 고려하여 인재활용을 하지 않는다면, 각자 갖고 있는 재능을 발굴할 기회도 없이 소속감과 정체성을 잃고 우정사업의 발전에 아무런 보탬이 되지못할 것이다. 관포지교의 유래가 된 고사에서처럼 사람의 참된 능력이 꿰뚫어볼 수 있는 혜안과 조직원들의 적극적으로 조직에서 제 역할을 찾을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고 터를 마련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력과 함께 포용력을 갖춘 기업문화를 갖추어야 한다. 무조건적인 성과주의는 인간을 피폐하게 한다. 또한 조직이 공생의 공간이 아닌 개인의 승진과 출세의 영욕을 충족시키는 사적공간이 되어선 안 된다.

오로지 윗사람의 눈치를 보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진실성 없는 말솜씨와 처세술로 출세를 쫒는 관료주의 행태는 조직의 근본을 앙상하게 만들 것이다. 실적의 수치만 가지고 성공과 실패의 단순한 양분법으로 재능을 가늠하고 노력의 가치를 금전적으로 환산하여 성급히 따져 줄 세우기를 한다면 조직원 사기는 분명 추락할 것이다. 또한 조직구성원이 가진 재능이 빛을 낼 때까지 포용해주고 기다려줄 수 있는 여유가 없이 결과물만 다그친다면 기회주의 속성과 겉만 포장할 줄 아는 꼼수형 인재가 길러질 것이다.

진정한 인재계발은 직원이 잘할 수 있는 부분을 간파하여 권한을 충분히 위임하여 마음 놓고 능력이 발휘 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이다. 개인적 실력 면에서는 항우에게 뒤진 유방이 승리할 수 있던 이유는 개인능력에 치중하지 않고 조직능력이 건실해질 때까지 인재를 모으고 기다릴 줄 아는 지혜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조직의 생명력은 소통이 관건이다. 최근 우리시대에 가장 중요하게 대두되는 화제가 ‘소통’이듯이 구성원간의 의견과 생각이 물 흐르듯이 자유롭게 흐르지 못한다면 조직은 부패하고 진정성을 읽게 될 것이다.

정직한 소통을 통해 비로소 상대의 존재감을 인정하고 존재가치를 바로 평가할 줄 아는 기본적인 상식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책에서도 백성의 언로를 닫아 패망한 군주 이와 반대로 옳은 충고를 경청하는 군주의 고사를 소개하면서 계급과 계층에 문턱을 두지않고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고 소통하는 지혜가 조직을 부강하게 한다는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우체국이라는 조직체도 다채로운 인간들의 결집체이니 만큼 매일매일이 인간관계의 연속이다. 즉 조직내 원만한 인간관계가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부분이다. 특히나 우체국은 많은 수의 조직원과 집배원, 계리직, 일반직, 별정국직원 등 다양한 직종이 몸담고 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생길 수 있는 오해와 갈등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모든 구성원의 의견을 적절하게 터주며 소통하고 비판은 너그럽게 수용해야한다.

단금지교(斷金之交)의 고사성어처럼 伯牙의 악기연주소리만으로 상대의 마음을 알정도의 서로간의 소통과 우정이 기업내에 형성된다면 조직관리의 완벽한 이상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인재경영 뿐만 아니라 고전에서 얻을 수 있는 지혜는 세태를 정확히 읽고 치밀한 분석과 전략의 중요성, 위기상황에서의 낙관과 개혁의 중요성 등 일일이 열거할 수없이 수많은 경영의 팁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함에도 사기를 대표적인 인간경영학의 교과서로 평가하는 것은 위기에서 더욱 빛나는 리더십과 인재경영의 중요성 그리고 위기의 타개할 수 있는 정보는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128년 혁신과 변화를 거듭한 우정사업의 역사도 우정인들이 함께 존재의 가치를 키워간 기록이다.

무한경쟁의 풍랑을 이겨내고 ‘대한민국을 하나로, 세계 속의 한국우정’기치아래 국민들에게 더욱더 사랑받는 우체국의 모습을 향해 분투해야 해야 되는 과제를 앞에 두고 있는 지금의 시점에서 조직에 대한 무한한 애사심과 구성원 하나하나의 사명감이 단결의 중요성을 깊게 생각해 볼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