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언론사에 몸담고 있던 시절. 몹시 가난한 독거 노인의 살고 있는 집에 화재가 발생했다. 집은 모두 전소 되었고 안타깝게도 할머니는 불에 타 숨졌다. 그런데 숨진 할머니가 벼개를 끌어않고 있었다. 왜 할머니가 벼개를 끌어않고 숨진 것일까.궁금증을 갖고 확인해 보니 벼개 속에 수십만원의 현금이 있었다. 할머니는 자식이 준 용돈을 한푼 두푼 모아 벼개 속에 넣어 두었고 죽음을 다하는 순간까지 그 돈을 가슴에 안고 숨진 것이다.

기자는 사실보다 진실을 쫒는다. 화재로 인한 이번 사건도 얼마의 재산피해와 몇 명이 숨진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할머니의 죽음에 대한 과정을 중심으로 취재 보도했다. 숨진 과정에서 나타난 삶의 고통과 자식에 대한 사랑이 배어 있는 기사는 특종 보도되었고 독자를 감동시켰다.

탁상공론식 행정으로 갈등 못푼다
공공 갈등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갈등이 발생할 때 마다 탁상공론식 대응이었다. 당연히 현장의 목소리 보다는 행정주의적 서면 보고의 형식을 빌리는데 그쳤다. 이마저도 신속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흉내만 내거나 방치의 수준이었다.

지방자치단체장이나 공무원은 이러한 보고서 수준으로 공공 갈등에 대한 문제에 접근하고 나름의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하거나 해결 방안을 모색하지도 못한채 덮어두었다. 현장에 가는 것은 생각조차 못한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누구의 소리에 귀기울여야 하는지? 해결의 절차조차 모르는 공무원이 적지 않다. 특히 갈등이 몇몇 소수의 사람에 의해 정보가 제한되고 그들의 의견이 전체의 의견인양 치부되어 왔다. 갈등이 해결되어 사업을 착수하려 하면 당연히 갈등이 폭발적이고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되 살아 난다.

몇몇 소수의 의견이 전체의견 인양 치부되고, 갈등의 모든 것을 해결된 것으로 보는 견해와 시각이 지금까지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이다. 의사결정 후 재발되는 갈등의 문제도 이들이 좌지우지 했다. 당연히 뒤탈이 날 수 밖에 없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등 장기화로 이어진다. 이해당사자는 따로 있기 때문이다.

갈등의 해법은 현장에 있다
최근 서해안지역에서 모 화력발전소 증설공사 현장의 갈등상황을 수렴했는데 여기에서 비슷한 문제가 나타났다. 이 지역 뿐 만 아니라 유사한 상황으로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먼저 30년전 B지역 화력발전소가 처음으로 건립될 당시는 문제의 심각성조차 인식하지 못한 주민들의 그동안 소음과 분진, 생태계파괴 그리고 어족자원 고갈 등 심각한 상황을 경험했다. 그러나 지금도 지자체나 사업자는 옛 그러한 방식으로 밀어 부치고 추진하려 하고 있다.

피해주민은 천수만 바다 입구가 막혀 있어 물이 순환되지 않고 온배수만을 배출되고 있다. 당초 B화력은 7~8호기만 건설한다고 약속했는데 9~10호기 건설을 추진하고 얼마 전 신B화력 1~2호기까지 착공한 상태다. 당초 사업허가 전에 시 환경과와 관련한 협약을 맺고 사업을 추진토록 했어야 하는데 이러한 절차가 거꾸로 됐다.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라.
특히 시장이나 의회는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는데도 포화상태인 발전소 초대형화를 막으려는 의지가 약하며 환경문제는 뒤로하고 특별지원금을 받아 지역사업을 하려는데 만 급급하다. 신B화력 1~2호기 사업결정은 이해당사자인 주민은 뒤로 한 채 시와 의회가 먼저 사업자간 합의 서명했다. 따라서 B화력은 지자체 환경과를 상대로 유치추진위원회를 만들고 이틀 통해 섬지역 등을 돌며 유치청원서를 받고 공청회는 찬성하는 자기편 사람들로 채웠다.

또한 탈황 탈진설비의 추가 요구사항에 대해 발전소 측은 묵묵부답으로 시간 끌기를 했고 지자체는 발전소 측의 자금사정 등의 이유를 들어 설치가 어렵다며 가개가 게편을 드는 격이었다. 이로 인해 주변지역 농작물의 콩은 열매를 맺지 못하고 오천항도 어족자원은 물론 김 양식 등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심하게 항의하는 투쟁위원회 주민들은 사업장에서 취업을 통해 목소리를 잠재우고 지자체와 의회도 주민들의 요구를 수렴하는데 적극적이 못하고 특별 지원사업비를 받아 문예회관이나 도로포장, 상하수도공사 등에 사용하고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지원은 미미하다. 지역협력기금의 일부는 육영사업비로 사용해야 하나 우는 아이에게 과자를 쥐어 주는 것처럼 자신들의 의지에 동참하는 사람에게만 혜택을 주는 등 갈등해결의 중요한 균형의 논리가 깨지고 있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균형은 갈등해소의 벽
심하게 투쟁하는 특정지역의 경우 그 지역에서 밥도 사먹지 말라는 등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가 심해 오히려 내부적으로 갈등을 조장하고 있으며 발전소 주변지역 피해 조사에 대한 주민의 요구도 선례가 없다며 묵살한 채 대화를 하려하지 않고 있다. 협의과정에서 지역주민의 수익사업으로 청소용역을 수의 계약했으나 얼마간 시간이 흘러 요즈음에는 공개 입찰로 돌려 이중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B화력1~2호기 건설 사업과 관련하여 지자체와 중부발전이 협약을 먼저 체결했는데 협약 내용을 주민들이 요구해도 일부만 공개하는 등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이처럼 갈등해결은 주민들의 요구를 수렴하고 이를 쌍방간 합의를 통해 상생 협력해야 함에도 제도적 기반이 취약하고, 지자체의 의지가 약할 뿐 만 아니라 정보와 자금의 불균형, 소통대화창구의 일원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현장의 소리가 반영되지 못한 채 불신만 높아지는 등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공동체가 붕괴되고 있다.

이 준 건 / 李 準 建 행정학박사, 한밭대학교 겸임교수, newsgun@hanmail.net
한국정정정정책연구원장,충남발전연구원상생협력갈등관리포럼중재조정위원장,(사)한국공공행정연구원 갈등연구소장,한국갈등관리학회부회장, (사)한국공공행정학회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