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정치 이야기를 하는 자리에서 기초의회의 필요성에 대한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았다. 한마디로 의회의 존립가치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기초의원들의 자질도 문제이고 유권자들의 의식 또한 미흡하다는 것이다. 의회 폐지론이 우세하다.

기초의회 의장단 선거 보면서 무용론 무게
지방재정이나 축내고, 선심성 예산 나눠 갖고, 잇권 개입하고, 자리싸움 하고, 뒷거래 일삼는 의회의 필요가치에 대해 질문한다. 정녕 이들이 지방자치의 본질에 충실하며 지역발전에 기여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들은 전문성도 없고, 본연의 기능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자질도 부족하고, 도덕성이 결여되고, 한마디로 빈둥거리면서 땀흘려 일하지 않고 명예와 권력에 눈이 먼 집단으로 예산만 탕진한다는 것이다.

의회가 지방자치의 고민을 해결하는 최고의 민주 결사체 이어야 하는데 오히려 갈등과 반목을 양산하고 불신을 키워 지역의 공동체를 붕괴시키거나 훼손하고 있다. 정치는 타협이며 야당은 여당의 정책적 차별화와 견제를 위한 타툼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능력에 비해 높은 직급과 많은 세비를 챙기고, 최근 경제적 어려운 가운데 땀 흘려 낸 세금을 축내는 의회의 의장단 선거를 지켜보면 허탈감과 함께 근로의욕 을 상실케 한다.

필자는 최근 대전·충청지역 의회에서 벌어진 의장단 및 상임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난투극과 뒷돈거래 의혹, 약속남발 등을 보면서 차라리 폐지하는 것이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불통·갈등의 결사체 의회
가장 소통이 잘되어야 할 의회가 가장 불통이다. 선거 때는 검은 돈을 뿌리고 의장단 선거는 거짓과 패거리가 난무하고 잿밥에만 골몰하며 명예욕에 눈 멀어 있다. 19대 국회도 개원 1개월이 넘도록 원구성 조차 못하다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가까스로 개원했다.

대전 유성구의회 윤주봉의장은 선거 과정에서 여러 후보들에게 부의장직을 주겠다고 남발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의장선출 1주일 만에 불신임안을 내는 등 법정다툼으로 비화됐다.

천안시의회는 오후2시에 시작한 의장단 및 상임위 선출과정에서 소속 정당간 의원간 자리 싸움으로 무려 8시간이 지난 밤 10시가 돼서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후유증이 남아있다.

아산시의회는 새누리당 4명, 선진통일당 4명, 민주통합당 6명 등 14명의 의원 중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간 의장선거에 대한 밀실 합의로 의장은 물론 부의장 운영위원장, 복지위원장, 산업위원장 등을 싹쓸이 했다며 민주통합당의원을 따돌리는 등 정당사에 찾아보기 어려운 일로 파행되고 있다.

청주시의회는 후반기 의장단 선출과정에서 첨예한 갈등을 빚은데, 이어 상임위구성 조차 하지 못하는 등 파행 장기화되고 있다. 민주당의원은 당초 약속을 깨고 새누리당 몫으로 자신들이 요구했던 박상인의원이 아닌 최광옥의원을 밀었다며 반발하고 있고 새누리당 의원들은 최 부의장 사퇴요구안처리와 상임위원회 다른 당 배정 등 4가지 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회의가 진행되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강경입장으로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대전광역시의회는 지난 2010년 의장단을 구성하면서 2년 후 후반기 의장단 구성에 대한 약속을 했으나 민주적 절차에 의한 선거를 요구하는 일부 의원들의 반발을 샀고 중구의회는 의회에서 난투극을 벌이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고 논산시의회는 뒷돈 의혹을 사고 있다.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지 않고 국민이 정치를 걱정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의회가 스스로의 선거관리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신뢰를 잃은 의회가 집행부의 정책과 예산 등을 견제하고 감시 할 수 있겠냐. 되풀이 되는 의장단 선거의 폐해를 막기 위해 전면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한다.

특히 뒷거래, 결탁, 파행, 법정다툼 등 이 같은 의회의 존재가치 조차 없다며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지방자치제도의 전면 수정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공자(子曰)는 ?“不患人之不己知? 患不知人也"라고 했다.
남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남을 알지 못함을 부끄러워 하라는 말이 있다. 사람관계는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지만 좁혀놓고 보면, 결국 나와 남의 관계다.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인간관계가 형성된다.

어머니 뱃속 한몸이던 것이 또 형제가 되고 가족이 되고 사회관계가 형성되어 공동체가 만들어진다. 인간은 매우 이기적이어서 나를 중심에다 놓고 남들이 나를 위한 존재로 보려한다. 그래서 남들이 알아주기를 바라면서 남을 알려하거나 이해하려 하지 않기에 나와 남이 관계가 형평을 이루기가 어렵다. 형평을 이루려면 나에게 기우는 무게를 상대방인 남에게 돌려야 한다.

선량님들 염불보다 잿밥에 눈독
내가 상대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를 걱정하며, 내가 상대방을 알아주는 이해의 폭이 얼마나 되는가 살펴야 한다. 그러나 내가 남을 알아주기 보다 남이 나를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이기적이다.

원만한 인간관계를 하려면 나와 남의?관계에서 상대방인 남을 더 이해해 주는 배려의 마음을 가져야 반목과 갈등이 없어지고 건강한 사회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

일본, 영국, 프랑스, 미국 등의 선진국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고 갈등이 발생하면 지역의 어른이 나서 중재하고 조정하며 풀어낸다. 선진화 된 의식이 학습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방 의회는 정치적 색깔보다 봉사의 성격이 강하다. 명예욕에 눈이 먼 사람은 다음 선거에서 심판해야 한다. 의회는 최근 정부의 기초의회 무용론 불식을 위해 강도 높은 자성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 준 건 李 準 建 / 행정학박사, 한밭대학교 겸임교수
한국정정정정책연구원장, 충남상생갈등포럼중재조정위원장, 한국공공행정학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