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와 청원군이 통합된다.
정부가 지방행정체제조직개편을 본격화 한 후 첫 통합자치단체가 된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하나의 선거구로 통합되어 청주시장과 의회의원을 뽑게 된다. 사실상 청원군이라는 지자체는 사라지게 된다. 청주시와 청원군의 통합 성공 키워드(key word)는 관(官)이 아닌 민(民)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즉 사회적 합의 형성과정을 민이 자율에 의해 추진하고 결정했다는 점이다.

청주 청원통합 4전5기 성공
그동안 3차례의 통합 실패과정이 있었다. 당초(1994년)에는 관(官)이 의욕만 앞 세운채 통합을 추진했었다. 그러나 청주시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일방적 추진이라는 것이 청원군민의 반발을 샀다. 당시 상대적 소외감을 느낀 청원군민은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었다. 동등한 조건이 아닌 힘의 논리를 앞세워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었다.

가칭 통합추진위원회 구성 등의 절차와 기구조차도 만들지 않았다. 이러한 것이 통합을 위한 시장의 신뢰를 잃었고 불신이 커지면서 결국 무산됐다. 2005년에는 통합을 위한 주민투표를 실시했는데 청원군민의 반대표가 많아 또 결렬됐다. 그로부터 5년 뒤 세 번째 재추진했으나 청원군의회에서 강하게 반대하면서 결렬됐다.

官주도로 추진하다 역작용만 초래
청원군민은 통합시가 되면 지방세 부담이 높아지고 각종 님비(NIMBY)시설이 청원군 지역으로 이전해 올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이러한 말들이 청원 군민들에게 회자되면서 득(得)보다 실(失)이 많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 목련공원(청주시장사시설, 화장시설, 납골당, 공원묘원)이 청원군 경계 인근지역으로 이전을 추진하여 상대적인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었다.

청주시를 도넛과 같이 둘러싸고 있는 청원군민은 청주시와의 접근성이 크게 불편하지 않은데다 자체적인 공동체 형성으로 북쪽으로는 오창읍권, 서쪽은 강외면권, 동쪽으로는 미원면권 등으로 나뉘어 생활에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현실에서 통합의 시급성이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民중심 통합추진위원회 기구 구성이 통합성공의 키(KEY)
그러나 그동안 불발된 학습적 경험을 통해 청주시와 청원군 주민이 참여하는 추진위원회를 동수로 구성하고 모든 통합의 문제를 민(民)중심의 초민주적 방식으로 시작했다. 먼저 시내버스 요금체계 일원화를 통해 시군 통합을 피부로 느끼도록 했다. 당장의 생활권역 중심의 이익을 느끼도록 한 것이다. 시내버스요금이 최고 7,800원이던 것을 2,300으로 단일화시켰다. 2/3가량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줬다.
특히 님비시설(혐오시설)등을 이전할 경우 반드시 주민의 동의절차를 거치겠다는 합의서가 나왔고 각종 대기업체 등 산업시설을 청원군지역으로 이전할 경우 고용과 수익사업 등 경제적 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것을 인식했다.

특히 통합시로 행정체제 개편에 따른 불이익이 없도록 읍면체제를 유지하고 청원군청이 문 닫는 대신, 2개의 구청을 추가로 설치해 행정적 불편함이 없도록 한다는 원칙을 만들어 주민을 설득하고 동의하도록 발품을 팔았다.

의사결정 권한과 책임을 자율적으로 결정
통합에 따른 의사결정을 주민 스스로 하도록 권한을 모두 위임했고 의사결정과 실행 등에 대해서도 절대적으로 침범하지 못하도록 했다. 다시 말하면 모든 권한과 책임을 갖고 소신껏 추진하도록 한 것이다. 통합갈등에 대한 주민의 수용성(受踊性)을 높이는 방법이었다. 통합의 핵심은 참여를 통한 의사결정 구조이며 순수한 주민 자치방식이다.

과거에는 지역주민이 주체가 된 것이 아니라 지자체 집행부 또는 의회, 상급기관의 보이지 않는 힘의 논리가 작용하면서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특히 주민들이 통합에 대한 불신이 높아져 반목과 갈등이 심각했다.

통합의 요체는 주민이라는 것을 늦게 깨달은 청주시와 청원군은 우선 자치단체장의 통합의 의지를 천명하고 주민들을 설득했다. 모든 결정은 주민 중심으로 추진하도록 추진위원회 기구를 만들었다. 그리고 통합이 될 것을 전제하여 피부에 와 닿는 인센티브를 지자체간 협의를 통해 지원하는 형식을 취했다.

피부에 와 닿는 통합의 열매 제공
먼저 시내버스 요금 일원화는 통합에 따른 열매를 먼저 따먹을 수 있도록 피부에 와 닿도록 했다. 청원군 오지에서 청주시를 왕복하는 요금이 70%가량 경감하도록 한 것이다. 표심을 움직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구청을 2개에서 4개로 늘려 행정편의를 제공하고 현행 농촌지역의 읍면체제를 그대로 유지해 통합의 걸림돌을 하나씩 걷어냈다.

특히 가장 큰 걸림돌이던 혐오시설 입지 선정시 주민의사를 절대적으로 반영한다는 내용 등을 담보로 하는 39개 항목, 75개 세부사항을 담은 상생발전방안을 마련하여 상호간 공존과 공영을 통합의 전제로 약속했다.이제 통합은 이뤄졌으나 반대의 입장을 표명하는 단체와 군민을 설득해야 한다.

특히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다수 군민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표면적인 통합이 아니라 실제의 통합에 힘 쏟아야 한다. 두 자치단체의 과제는 새로 들어설 청사의 위치나 중앙정부의 지원약속에 대한 이행, 그리고 학생들의 농어촌특례와 도시지역 간 학군조정 등 넘어야 할 과제 또한 적지 않다. 특히 시민 대 시민, 시민대 군민 군민 대 군민으로 나눠 발생한 갈등의 후유증도 풀어 내야 한다.

같은 정당 소속 단체장의 정치적 뒤바침도 큰 힘
이시종충북지사, 한범덕청주시장, 이종윤청원군수는 통합민주당 소속이어서 통합 추진에 따른 원칙에 동의하고 상호간 소통이 효율적으로 이뤄졌다. 게다가 괴산군수도 통합에 찬성한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등 주변자치단체장의 의견도 통합을 이끌어내는데 큰 힘이 됐다. 이처럼 부담을 최소화하는 가운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중앙정부의 지원과 광역 기초자치단체장의 적극적인 권한 위임 등 자율성 보장이 주효했다.

2009년 대전광역시와 옥천군, 금산군과 통합을 추진하다 수면 아래로 가라 내려갔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특정 정치인이 문제제기를 했지만 공감대를 형성하고 추진하는데 실패했다. 충남 홍성군과 예산군, 논산시와 계룡시 등은 지방행정체제개편 추진위원회가 통합을 유도하고 있는 지역이다. 청주시와 청원군과의 통합을 지켜보면서 갈등을 극복하고 성공한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롤 모델(Role model) 로 삼아야 한다.
*청주시와 청원군의 역사
청주시와 청원군은 역사적으로 한몸이었다. 삼한시대에는 마한의 땅으로 백제 상당현이었고 통일신라 때는 서원경으로 고려 태조 때 현재의 지명인 청주라 명명했다. 1908년 충주에 있던 관찰사가 옮겨오면서 도청소재지가 됐다. 그러던 1946년 청주시와 청원군으로 분리됐고 청주부는 1949년 청주시로 승격되면서 갈라졌다 66년(2014년) 만에 다시 통합되는 것이다.

이 준 건 / 李 準 建 행정학박사, 국립 한밭대학교 겸임교수,
상생갈등포럼 중재조정위원장, 한국공공행정연구원 갈등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