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아침 시골길.. 붕~하는 소리와 함께 신명수(사진ㆍ45) 집배원이 한손엔 우편가방, 다른 한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나타난다. 항상 궁금했다. 우편배달하시는 분에게 스마트폰이 왜 필요할까 하고. 그래서 엿보았다. 신명수 집배원의 스마트폰 메모장에는 그날그날 처리 할 일이 빼곡히 적혀있다. 김 모씨 할머니 약 심부름, 박 모씨할아버지 담배심부름...

그래서인지 신명수 집배원의 주머니는 항상 꽉 차있다. 한쪽엔 허리가 아파서 거동을 잘 못하시는 윗동네 할아버지를 위한 담배가 한갑, 다른 한쪽에는 아랫동네 사시는 할머니가 부탁한 위장약이, 또 한쪽엔 동네 아이들을 위한 사탕 한주먹이 들어있다.

한달에 한두번 이 모씨 할머니는 다 낡은 유모차에 나물들을 한가득 싣고 오신다. 어디서 주우셨는지 꼬질꼬질한 쌀자루에 밭으로 산으로 다니시며 하루종일 굽은 허리로 뜯어오신 나물들을 가지고 우체국으로 와, 타지에 살고 있는 자식들에게 보내준다.

할머니께서 차들이 쌩쌩달리는 도로를 건너 우체국으로 오실라치면, 어디선가 신 집배원의 빨간 오토바이가 마치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휙~하고 나타나서 할머니의 유모차를 낚아챈다.

그러면서 그는 “할머니, 무거운거 들지 마세요. 제가 댁에 방문할 때까지 기다리시라니까유~” 그러면 할머니는 “맨날 미안해서 그러지...” 하시며 눈시울을 붉힌다.

신 집배원의 이웃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해마다 김장철이 되면 어김없이 독거노인들을 위한 김장행사에 참여한다.

뽀글뽀글 파마머리 부녀회원들 사이에서도 절대 부족함이 없는 수다능력. 부녀회에선 신명수 집배원이 빠지면 그 해의 김장 맛이 없다는 전설 아닌 전설까지 전해지고 있다.
오늘아침에도 신 집배원은 밤새 고친 이장님댁 컴퓨터를 들고 우체국을 나선다.

처음에는 집배원이 편지만 배달하면 되지 뭐 이런 거까지 해줘야하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는 그다.

지금은 어르신들이 신 집배원을 입이 닳도록 칭찬하시고 우체국 오실 때 마다 고구마며, 가래떡이며 먹거리를 챙겨 오시는 걸 보면 ‘우리네 정이란 이런거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고 그는 말한다.

그렇다. 스마트한 시대, 세상에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매체는 많다. 그러나 세상이 점점 스마트해 질수록 가까이 사는 이웃에게 다정한 말 한 마디 건네줄 수 있는 따뜻한 정을 가진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어진다.

우편물보다 더 큰, 사람에 대한 따뜻한 정을 열심히 전하고 계시는 신명수 집배원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