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평택항명칭갈등,송산면가곡리위생매립장갈등, 석문국가산업단지 중부권특정폐기물매립장반대, 석문공단유공입주반대, 정미면수당공원묘원반대, 한보화력발전소건립반대,현대제철고로제철소건설반대,산업폐기물처리시설건립반대, 송전탑증설반대, 행담도갯벌매립반대, 당진평택해상경계갈등, 예산주물단지입주반대, 아산만조력발전소건립반대, 당진화력발전소증설반대를 비롯해 최근 동부화력발전소건설반대 등 충남도내 공공갈등 발생 최다지역이다. 건수나 갈등발생 양적(量的)으로도 랭킹 1위다.

상생합의를 위한 전문가 활용은 전무
갈등 성적표는 최근 20년간 굵직한 공공갈등이 무려20건에 이른다. 평균1년에 1건씩 발생한 셈. 그러나 제3자, 즉 갈등해결 전문가에 의한 중재 조정이나 마무리 된 사례는 사실상 없다. 오랜 시간이 흘러 자연적으로 소멸 됐다. 찬반(贊反)으로 대립하다 한쪽편의 포기로 해결된 사례와 행정기관의 결정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다.

산업폐기물처리장건립과 화력발전소 건설 등의 갈등은 추진 반대 주민의 집단 행동이 장기화되면서 힘이 빠져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나 법원 판결의 결정으로 1차적으로 봉합됐다. 그러나 이는 상호 상생적 협력에 의한 합의된 것이 아니어서 주민들이 패배감에 젖어있고 사업자와 주민간 후유증에 의한 깊은 감정의 골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누구를 위하여 등을 돌리나
주민의 주장이 관철되거나 양자 합의에 의해 합리적으로 해결된 것이 아니다. 갈등의 문제가 지루하게 이어지면서 생업을 포기할 수 없는 주민들은 결국 한발 물러서거나 일시적으로 손을 놓는다. 공공갈등은 한번 발생하면 짧게는 2~3년, 길게는 5~10년이 걸리는 특성 때문에 집단화된 주민들이 맥이 빠져 노정되는 사례 또한 적지 않다.

특히 정보, 조직, 경제 등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사업자에 비해 약자인 주민이 결국 손을 들게 되는 것. 여기에는 내적으로 계속 투쟁하며 이익을 지키자는 측과 적당한 선에서 협상하자는 쪽과의 양론이 또 다른 갈등으로 확산되는 분열적 문제로 나타나기도 한다.

수술 전 보다 수술 후가 더 중요한 것이다.
이 경우 후유증이 문제다. 병(炳)든 사람이 치료 받을 경우 의술(醫術)도 중요하지만 수술을 마치고 건강을 회복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당장 병명이 확인되고 병원과 수술 일정을 잡을 때 온 가족이 긴장하지만 수술을 마치면 건강이 모두 회복된 것처럼 긴장의 끈을 놓는다. 그러나 수술 후 2차적 전이, 영양부족, 재활 등 몸이 정상 회복되기 까지 많은 에너지와 치유의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가 남이가? 우리는 남이다
공공갈등의 문제도 찬반으로 나뉘어 심하게 대립하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문제가 매듭 되면 결과에 따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들의 정신적인 상처까지 말끔히 치유된 것은 아니다. 상처가 고스란히 마음속에 남아있다. 잠재되어 있을 뿐 이다. 지역에서 얼굴을 마주보고 사는 공동체는 찬반으로 나뉘었던 이웃간 등을 돌리며 지낸다. 불행한 일이다.

심지어 지역에서 얼굴을 마주쳐도 인사는 커녕 눈도 맞추려 하지 않는다. 한국의 사회가 혈연(血緣), 지연(地緣), 학연(學緣), 종연(宗緣), 직연(織緣)으로 묶여 있는 특성을 갖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이는 공동체 붕괴의 결정적 문제가 되는 병폐다.

부안 방폐장유치 갈등 찬반 주민 4년만에 한 자리에
전북 부안군이 2004년 위도에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이하, 방폐장)유치와 관련, 당시 김종규 군수가 군민과 충분한 논의 절차 없이 추진하려다 군민들의 심한 반발로 결국 서울로 몸을 숨겼고 감정이 격한 일부 군민이 김군수를 뒤 쫒아 돌팔매로 얼굴에 상처를 입혀 언론에 대서(大書)되는 등 사회적 파장을 준 사례가 있다. 갈등이란 감정이 폭발하면 뒤는 생각지 않고 극단적 행동으로 흐르는 특성을 갖고 있다.

찬반으로 나뉘었던 군민은 서로 얼굴을 마주하려 하지 않는다. 감정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이다. 선거 때면 찬반으로 나뉘었던 편가르기가 악령(惡靈)처럼 나타나 후보자 당락(當落)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처럼 공공갈등의 후유증은 장기화되는 특성과 한번 갈라진 깊은 상처, 즉 분열의 골을 메우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감정의 골을 치유할 수 있는 사후적 노력이 시급하다. 이는 지방자치는 물론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데 큰 걸림돌이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내적으로 암(癌)과 같은 심대한 병이 된다. 당진시는 지역사회 통합의 근원적 해결을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

2009년 5월 서울에서 부안 방폐장 건립과 관련한 세미나에서 4년만에 찬반대표들이 처음 얼굴을 마주했다고 털어놨다. 4년이 넘도록 지역에서 단 한차례 함께 자리할 기회를 갖지 않았다.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이럴 수 있을까? 지역은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도 몇 차례 마주할 수 있는 공동체다. 이러한 깊은 상처의 염증이 그대로 인데 사후적 치유 프로그램에 대한 지방자치 단체의 노력은 미흡하다. 인식부족이고 사후적 치유프로그램이 아직 널리 홍보되지 않은 이유다.

사회통합 위해 상처받은 주민의 마음을 치유하는 프로그램 도입해야
어처구니 없는 일이며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지만 현실이다. 공공갈등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심한 대립으로 소진되는 에너지 즉, 사회적비용도 크며 후유증 또한 심각하다.

지난 6월1일 당진시가 시승격(2012년1월1일자)에 따른 지역사회 상생발전을 위한 토론회에서 당진시의회 안효권의원(민주통합당)의 자료를 보면 20년간 20건 가까운 공공갈등이 발생했다. 급격한 산업화로 각종 갈등으로 몸살을 앓았으나 상처받은 주민 치유를 위한 노력은 단 한건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문제를 시정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치유 프로그램이 있는지 조차 몰랐다면서 필자에게 새로운 정보를 접하게 됐다고 했다.

지역의 발전을 위한 개발의 논리도 중요하다. 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 2만불이 넘으면 경제적 성장 가치보다 삶의 질적 가치가 중요하다. 이제는 마을회관 앞에 시멘트를 쌓아놓고 포장을 해준다고 환영받는 시대는 지났다. 상처받은 시민들의 마음을 치유하는데 자치력(自治力)을 쏟아야 한다.

갈등해결에 앞장서는 지자체 다음 선거에서 또 선택 받는다
필자는 지역갈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에 대한 방안을 연구하며 주민통합을 이루려하는데 관심을 갖는 선출직(시장,군수)은 다음 선거에서 반드시 당선될 수 있다고 공언한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개발의 논리보다 보이지 않는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것. 이러한 사회가 선진사회이며 위민자치(爲民自治)다.

도덕경 수관(修觀)에 이천하 관천하(以天下 觀天下)는 ‘백성의 마음으로 천하의 일을 관하라’ 라는 말이다. 갈기갈기 찢어진 시민의 마음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보아야 하는 대목이다.

이 준 건 / 李 準 建
행정학박사, 국립 한밭대학교 겸임교수, 한국정정정(精貞正)정책연구원장, 한국공공행정연구원갈등연구소장, 한국공공행정학회 이사, 한국갈등관리학회부회장, 상생협력갈등포럼 중재조정위원장, 대전중구정책자문위원, 충남지방병무청정책자문위원, 충남대학교 국방연구소연구원, 공주대학교 다문화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배재대학교자치여론연구소 부소장, 굿리서치앤 컨설팅 민관산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