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아산택시 사업구역 조정을 위한 공청회는 파행으로 끝났다. 천안지역 택시사업자들이 공청회장을 점거, 고성과 폭언 등 물리적 수단을 동원했다. 국토해양부의 연구용역을 받은 강상욱박사(한국교통연구원)는 발표도 제대로 못했다.

연구내용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료가 불충분하고 근거에 대해 믿지 못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무효라는게 천안택시사업자의 주장이다. 각계 전문가 12명의 패널을 모시고 충분한 의견을 개진하자는 주최 측의 의지도 묵살됐다.

충청남도 지사와 자치단체장의 의지가 부족했다
천안아산택시 사업구역 조정의 문제는 8년 넘게 끌어왔다. 2004년 4월 KTX천안아산역 개통부터다. 심대평지사와 이완구지사, 그리고 안희정지사 임기 3년차를 맞고 있으나 이 문제에 대한 의지가 부족했다. 총 25차례<충남도16회, 국토해양부9회>나 중재조정을 시도했으나 성과가 없었다.

왜 그랬나?
우선 해결의 의지가 부족했다. 구성원 중에는 실제 현장에서 갈등을 해결해본 전문가가 없다. 문제를 풀기 위한 자리는 중앙 및 지방정부 공무원, 대학교수, 택시사업자 뿐이다. 다시 말하면 이론적으로 문제를 접근하고 풀어온 것이다. 책임과 사명감을 갖는 사람도 없었다. 시간이 흐를 수 록 감정의 골이 깊어졌고 생존권이 달린 문제이어서 민감했다.

갈등은 이론으로 풀어낼 수 없다.
공무원 집단은 ‘되도 그만이고 안 되도 그만’인 조직이다. 오죽하면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고 하지 않는가. 책임성의 명확한 한계가 없다.

굳이 윗사람의 눈치를 보고 언론의 뭇매에 노출되는 위험성을 감수하면서 까지 문제를 처리하는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몸을 던저 문제를 해결 한다고 인사상 프리미엄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단체장이 바뀌면 그간 땀 흘린 공로는 물거품이 된다. 자리는 지키 돼 눈치만 보고 일은 하지 않는 조직이다.

중국의 사기<史記>에 보면 여성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몸을 바치고 사내는 믿어주는 사람에게 목숨을 건다는 대목이 있다. 공을 인정받기 어려운 일에 누가 공명심을 갖겠는가?

갈등 당사자 공무원은 갈등 풀기 어렵다
이 문제는 갈등해결 전문가의 손을 빌렸어야 했다. 제3자적 입장에서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풀어나갈 수 있어 이해당사자의 신뢰 속에서 중재조정해야 하는 일이다. 특히 목표와 확고한 의지가 있어야만 풀어낼 수 있는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다.

갈등의 문제는 머리가 좋고 명석한 사람이라고 해결능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 아니다. 이해관계자를 설득시키고 진심을 보여주어야 하며, 자원의 합리적 배분을 위한 성심과 성의를 다하는 모습으로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상생협력 하겠다는데 누가 돌을 던지겠는가?

신뢰는 생명이요 소통은 심장의 맥박과 같다
공공갈등의 문제를 풀어가는데 신뢰는 생명이요. 소통은 심장의 박동과 같은 것인데, 천안아산택시사업 구역조정은 둘다 작동하지 않았다. 지난 2010년 12월22일 천안아산택시 3개사업자 대표와 국토해양부,충청남도, 천안시, 아산시 교통과장이 참여한 가운데 합의서에 서명한 바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 천안아산지역의 택시운송자료를 상호 입회하에 2010년 12월24일까지 실사한다. 둘째, 실사대상은 천안지역은 성일택시 아산지역은 삼일택시로 한다. 셋째, 자료조사 항목은 2010년 9월~11월까지(3개월) 대당 총 운행거리, 총영업거리, 실차율, 운송수입금으로 한다.

넷째, 조사결과 1일 대상 운송수입금 차이가 1만원 이하 일 경우에는 같은 금액으로 간주하며 차이가 1만원을 초과할 경우에는 수입규모가 적은 지역에서 사업구역을 양보함을 원칙으로 한다. 다섯째, 조속한 시일 내에 천안시와 아산시가 사업구역 전체통합을 위하여 계속 노력하기로 한다.
여섯째, 위 실사결과에 기초하여 국토해양부가 택시사업구역을 직권으로 조정하고 양 지역은 조정 결과를 수용하기로 한다고 되어있다.

합의서를 작성하고 서명했는데 스스로 어겨 문제를 자초
국토해양부와 충청남도가 주관하여 이해 당사자가 공감하고 합의, 서명했는데 국토해양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슬그머니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1년이 넘은 뒤 공청회를 연다고 하니 공정성이 떨어지고 신뢰가 없는 국토해양부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천안택시 사업자 측의 주장이다.

특히 연구용역보고서가 공청회 전날 배포되어 검토할 시간조차 없었고 객관성없는 자료를 바탕으로 이뤄진 연구보고서가 모호하여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연구자료에 대한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니 공청회를 미뤄 달라고 국토해양부에 요구했으나 관철되지 않았다.

밀어 부친다고 문제해결 되는 것이 아니다
이해당사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 못한 연구도 문제지만 공청회 일정을 정해놓고, 연구용역보고서를 하루전날 공개한 점, 그리고 연구 자료가 문제가 있으니 일정을 미루자는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강행한 점은 갈등의 오히려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했고, 결국 소통의 부재로 이 문제는 또다시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으로 돌아간 것이다.

2010년 11월 법이 개정되어 자율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토해양부장관의 직권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갈등은 법적 해결이 우선이 아니고 차선 일 뿐이다. 이 경우 반목과 갈등은 여전히 남아 지역의 공동체가 해체되는 더 큰 피해가 있다.

모두가 참여하여 결과를 만들어가는 시대다
80년대 축구경기는 차범근과 같은 골잡이가 있으면 됐다. 그러나 작금은 11명의 선수가 모두 잘해야 하고 코치과 감독도 호흡을 함께 해야 승리한다. 새도 과거는 좌우 날개로 날면된다. 이제는 몸과 머리까지 힘을 다해야 한다.

이 준 건 / 李 準 建
행정학박사, 한밭대학교겸임교수 한국공공행정연구원 갈등중재조정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