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보금자리

충남 서천에 사는 A(58)씨는 지난 4월 15일 청천벽력 같은 일을 당했다.

아침 6시 잠자리를 털고 일어날 때 쯤, 화목보일러에서 시작된 불이 집(95㎡)까지 옮겨 붙으며 화마(火魔)에게 다섯 가족의 정이 담긴 보금자리를 내줘야 했던 것이다.

벌이가 시원치 않은 노동일과 국민기초생활 수급자 생계비로 근근이 생활을 이어온 터라 변변한 재산이 있을 리 만무했던 A씨는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나앉을 처지에 놓였다.

정신지체 3급 아내와 뇌병변 1급 큰 아들, 여섯 살 배기 막내를 불길에서 대피시키느라 세간조차 챙기지 못했다.

그런 A씨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은 것은 다름 아닌 이웃이었다.
마을 이장을 비롯한 주민들이 인근 빈 집에서 A씨 가족이 임시 거처할 수 있도록 십시일반으로 도왔다.

서천군과 면사무에서도 A씨에게 각계의 생필품과 성금이 전달될 수 있도록 백방으로 뛰었다.
그리고 화재 피해 6개월여가 흐른 지난달, 임시거처에서 겨울나기를 준비하던 A씨에게 ‘또 다른 이웃’의 큰 사랑의 손길이 다가왔다.

충남도 소방안전본부(본부장 김영석)와 서천소방서의 추천으로 A씨가 ‘2011년 화재 피해주민 주택 재건축사업’ 대상자에 선정된 것이다.

이 사업은 화재로 생활 터전을 잃은 피해자에게 안전한 주거공간을 지원해 주는 복지프로그램이다.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포스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주관하고, 소방방재청과 한국철강협회 등이 후원한다.

사업 대상자 선정에 따라 A씨에게 선사되는 새로운 보금자리는 건축비 5천만원이 투입되는 56㎡ 규모의 스틸하우스로, 지난달 착공했다.

주택 건축에는 포스코와 철강협회 직원, 서천소방서 소방공무원, 일반인 및 대학생 등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해 구슬땀을 흘렸다.

면사무소는 앞서 집 터 매매 계약 성사를 도왔고, 마을 주민들은 자원봉사자들에게 마을회관을 숙소로 내주기도 했다.

이 같은 각계의 따뜻한 손길은 불과 1개월도 지나지 않아 A씨 가족의 새 보금자리를 탄생시켰고, 지난 2일 마침내 주택 준공 및 입주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그동안 크고 작은 힘을 보탰던 마을 주민과 도 소방안전본부, 서천소방서, 서천군, 소방방재청, 포스코 관계자 등 50명이 참석, A씨 가족의 화목한 앞날을 기원했다.

이날 기공 및 입주식에서는 특히 새로운 보금자리에 걸맞는 가전제품이 기증됐으며, 다시는 화마로부터 피해를 입지 말라는 의미에서 소화기와 단독형감지기도 전달됐다.

김영석 도 소방안전본부장은 “형편이 어려운 주민이 화재로 삶의 터전을 잃고 어렵게 산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웠으나, 이번 사업을 통해 따뜻하고 아름다운 보금자리를 지원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앞으로도 지원 사업이 확대돼 더 많은 화재 피해주민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