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중앙 일간신문 머리기사에 ‘대한민국은 갈등관리 능력이 부족한 국가이다’라고 보도 되었다. 부산 한진중공업 김진숙 지도위원(이하 위원)이 307일간 타워 크레인에서 정리해고 문제에 대한 부당성을 제기하며 사용자측과 정부를 향한 1인 고공 농성을 벌였다. 재야시민연대와 희망버스 등을 동원하며 문제 해결을 위한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알맹이 없는 대책으로 부산시민의 찬반양론(贊反兩論)으로 또 다른 갈등만 유발한 채 성과없이 시간만 보냈다.

갈등의 폐해는 인정하나 해결능력은 F학점

우리나라는 갈등관리 능력이 부족한 사회인가? 한진중공업 노사분규 발생에서 매듭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갈등을 해결 할 수 있는 능력의 한계가 있음을 단적으로 보았다.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전에서 나경원 후보는 당선이 되면 하루에 한명의 의회의원을 만나 집행부의 정책을 설명하는 등 집행부와 의회간의 갈등을 풀어가는데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전투경찰이 시위과정에서 시민과 경찰이 충돌, 중경상을 입는 등 진보와 보수, 좌익과 우익이 충돌하는 우리 사회의 현상을 보면서 갈등이 없으면 사회가 더 윤택해 질 것’이라고 밝혔다. 갈등으로 정치적, 행정적 정책지연에 따른 국가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표명했다.

307일간의 시위 종지부는 구속 수사 밖에 없는가?

지난 10일 한진중공업측은 부당해고 노동자에 대한 복귀를 약속하고 김진숙위원이 3백여일간의 농성을 풀었다. 그러나 타워크레인에서 내려온 김진숙위원은 곧바로 경찰이 연행에 나서자 또 다시 충돌하면서 가까스로 해결된 노사합의에 찬물을 끼얻는 등 국민의 감정을 폭발시켰다. 사법당국의 법집행도 중요하지만 장기간 노동쟁의를 통해 심신이 망가진 노동자의 심정을 위안하는 차원에서 우선 기본적인 건강검진을 비롯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가진 후 얼마든지 사법당국이 절차에 따라 법 집행이 가능하다.

김진숙 위원은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낮으며 사건을 은폐하거나 조작할 이유도 없다. 구속을 전제로 신변을 확보하려는 경찰의 행동은 화급한 일이 아니며 법집행에 앞서 국민적 정서를 고려하는 것이 이 문제를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이다.

이를 지켜본 국민도 노동자도 지쳐있고 안타까워하는데 왜 정부만 원칙을 따지는 것인가? 노사간 합의을 우선하지 않고 일방적 정리해고에 나선 사측은 잘못이 없다는 말인가? 가령 누구의 잘못을 따지지 않더라도 좀 더 신중하고 유연한 법집행을 했다. 정부의 대응방법에 다수의 국민은 안타까워하고 있다.

필자는 노사갈등이 이처럼 심각한 데도 조기에 타협, 해결하지 못하고, 장기간 방치하 듯 무책임하게 지켜 볼 수 밖에 없는 우리사회가 얼마나 이기주의적이고 갈등해결을 위한 협상능력이 부족한 국민인가를 재삼 알 수 있다.

행위보다 원인을 따지는 공감 법칙을 우선해야

특히 정부 당국자가 공공의 적이라고 할 수 있는 갈등을 풀어가는 방식이 부족한지를 보면서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1년이 가깝도록 연약한 여성노동자가 그것도 고공 타워크레인에서 1인 시위에서 요구했던 것은 비정규직문제 해결과 안정적인 노동시장을 보장해 달라는 사측과 정부를 향한 요구다.

한진중공업은 연간 수백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는데도 노동자를 길거리로 내몰았다. 자신들은 축배(祝杯)를 들고 노동자에게는 고배(苦杯)를 마시게 했다. 명분 없는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철폐 등 고용안정을 약속받기 위한 무언의 노동쟁의를 타워크레인에서 300일이 넘도록 5천만 국민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 것이다.

이번 사건의 갈등을 해소하고 화합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使)측과 노(勞)측 중 누가 원인의 행위를 하였는가에 대한 판단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리고 국민적 정서를 고려하여 법적 조치보다 사회가 따뜻하게 보듬어 안는 화합의 문제를 고민하여야 한다. 학습의 효과가 있다면 노사간의 문제가 아닌 국민 모두가 상생을 통한 화합의 새로운 길을 열는 계기가 되어야한다.

기업은 축배 노동자는 고배가 공정한 사회인가

우리사회는 지금 양극화라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70~80년대 고도의 경제성장에 따른 산업화 과정에서 대기업은 정부의 경제정책에 따라 자금과 기술, 정보 등을 지원받아 수직 성장하였다. 그러나 근로자는 철저히 노동력을 희생 당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산업화에 성공하고 2만불 시대를 넘어 선진국을 바라보고 있지만 근로자와 노동시장은 가난과 대기업의 횡포, 공권력에 자유롭지 못한 채 후진과 영세성을 면치 못하는 등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정부의 특혜로 단 맛을 본 대기업은 아직도 노사분규에 대한 성의 있는 태도와 노력조차 보이지도 않고 있다. 정부도 노사문제 해결을 위한 감동적인 방안 하나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먼 발짓에서 수수방관하는 자세만 보였다. 이러한 가운데 적어도 수천억원의 사회적 갈등비용이 지급되었을 것이다.

대기업은 정부로부터 특별이라는 이름으로 각종 혜택을 지원받아 온실 속과 같은 여건에서 성장일변도의 길을 걸어왔으나 노동자는 팍팍한 삶속에서 희망마저 뒤로한 채 희생만큼 보람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노동자가 성실히 일하고 땀흘린 공에 대한 박수를 받지는 못하고 있다. 최소한의 생계를 위한 고용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망막한 현실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쟁의를 통한 절규와 외침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정부와 정치권 차기 대통령으로 거론되는 후보에게 실망

노동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의 수장이나 여야의 대표가 1년의 가까운 기간동안 농성하고 있는 김진숙 위원을 만나기 위해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직접 설득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조차 시도하지 못한 것은 무관심과 무능함 보다 노동조합에 대한 편견 때문이다. 특히 내년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유력정치인 조차 집권을 위한 표를 얻는데 골몰하고 정쟁만 일삼았을 뿐 김진숙위원의 시위를 풀기위한 감동적이고 살신성인과 같은 위대한 정치력은 보여주지 못했다.

삼성경제연구소(2009년)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갈등지수가 가장 낮은 국가는 덴마크(0,24)이다. 스웨덴(0,25)2위, 핀란드(0,28)3위, 스위스, 네덜란드 순이다. 가장 높은 국가는 터키(1,20), 폴란드(0,76), 체코슬로바키아(0,72), 한국은 4위로 갈등지수가 0,71로 후진국 수준이다. 가장 낮은 덴마크에 비해 3배가 높다.

갈등의 지수는 신뢰지수와 연동하는데 우리나라는 그 만큼 신뢰가 낮은 국가이다. 불신이 높은 국가는 선진국으로 갈 수 없다. 이웃과 문을 열고 대화하고 소통하는 정직하고 건강한 공동체가 선진화된 사회이다.

박세일교수 홍익인간 사상 바탕의 서로 껴 안는 대통합의 정치 시급

필자는 평소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몇가지 강조한 바 있다. 첫째, 정직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웃간 문을 열고 대화하고 소통하고 어려움을 나눌 수 있는 사회다. 고려와 조선시대 성대했던 계(契)와 향약(鄕約)은 정직한 사회에서 서로돕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도의 타골은 일찌기 21세기 지구촌의 모든 기운은 동양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동양적사상과 가치는 홍익인간(弘益人間)사회를 말한다. 우리 정치의 현실은 4분5열로 갈라져 진보(進步)와 보수(保守), 좌(左)와 우(右)의 대립을 풀고 대화합 하여야 한다. 최근 박세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제3당 창당(創黨)가능성을 이야기 하면서 75%의 국민을 껴 안는 국민화합형 정당이 건설되어야 한다고 천명했다.

둘째, 갈등을 잘 관리해야 한다. 브라질과 아르젠티나는 포풀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때문에 선진국에서 후진국으로 떨어졌다.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70불로 아프리카 가나의 도움을 받았을 당시(1950년대)아르젠티나는 세계 10위권의 선진국이었다. 지금은 1인당 7천불로 후진국으로 내려 안잖다. 갈등관리 즉, 인기영합주의정책에 매몰, 실패했기 때문이다.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정직한 사회는 갈등이 줄어들고 발생해도 이내 해결된다.

공익을 위해 사익이 침해받아서는 안된다

셋째, 사회적 약자가 보호 받는 사회이어야 한다. 공공갈등은 공익을 추구하기에 급급하다 보면 사회적 약자가 침해받는 사례가 많다. 사회적 약자가 피해를 입으면서공익이 앞서서는 안된다. 노동자(비정규직), 농민, 장애인,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우선적 배려로 양극을 좁혀나가는 공동의 이익이 실현되는 사회이어야 한다.

넷째, 독서를 많이 해야 한다. 언제부터 향락문화가 깊숙이 자리 잡았다. 국가와 지역을 걱정하는 사람은 줄고 자신의 이익과 즐거움에 매몰되어 무의미한 삶을 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삶의 목표와 그 가치가 명확하여야 한다. 일본 동경이나 서울역에는 노숙자가 많다. 그러나 한국의 노숙자는 대낮에도 소주를 마시거나 구걸하는 데 비해 일본의 노숙자는 희미한 불빛에 의존해 글을 읽는 사람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책은 국력과 국격을 높인다. 그래서 일본은 지구촌에서 유일하게 반세기만에 선진국으로 오른 국가이다. 스티브잡스는 고아(孤兒)로 평생 청바지와 점퍼를 입으며 공부하고 연구해서 인류에 희망을 주고 세상을 떠났다.

가정을 지키고 나라를 지키는 어머니의 교육과 역할이 중요

다섯째, 어머니(여성)역할이다. 차세대를 이끌어갈 자녀의 교육은 치맛바람이 아니다. 가정을 지키고 자녀의 뒷바라지를 충실하는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유명세 있는 학원이나 일류 대학을 보내는 것이 교육의 전부가 아니다. 삶의 가치관을 바르게 세우고 가족의 소중함 속에서 자녀에 대한 학습이 이루어져야 한다. 효(孝)과 충(忠)이 무너지면서 가정이 무너지고 있다. 이스라엘 유대인은 전 세계 인구의 0,3%에 불과하지만 노벨상은 20%나 타는 나라이다. 이유는 교육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목표 없는 교육은 항해사가 없는 배나 마찬가지며 창조적이지 못하고 남의 흉내를 내는 것에 불과하다.

줄탁동기와 같은 상생협력 사회가 새 생명을 만든다

줄탁동기(?啄同時). 알 속에서 자란 병아리는 부리로 껍질 안쪽을 쪼아 알을 깨고 세상으로 나오려고 하는데, '줄'은 바로 병아리가 알 껍질을 깨기 위하여 쪼는 것을 가리킨다. 어미닭은 품고 있는 알 속의 병아리가 부리로 쪼는 소리를 듣고 밖에서 알을 쪼아 새끼가 알을 깨는 행위를 도와주는데, '탁'은 어미닭이 알을 쪼는 것을 가리킨다.?여기서 알 껍질을 쪼아 깨려는 병아리는 깨달음을 향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수행자요, 어미닭은 수행자에게 깨우침의 방법을 일러주는 스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병아리와 어미닭이 동시에 알을 쪼기는 하지만, 어미닭이 병아리를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은 아니다. 어미닭은 다만 알을 깨고 나오는 데 작은 도움만 줄 뿐, 결국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은 병아리 자신이다.?이는 스승은 깨우침의 계기만 제시할 뿐이고, 나머지는 제자가 스스로 노력하여 깨달음에 이르러야 함을 의미한다. 또 깨달음에도 때가 있어 깨달아야 할 때 깨닫지 못하면 헛일이라는 뜻도 담겨 있다.

공생, 공존, 공영은 대화합 뿐

최근 공공갈등에 대한 심각성을 정부가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국토해양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을 중심으로 공공갈등 사례를 책(백서)으로 펴냈다. 참으로 의미있고 시기적으로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공공갈등은 행정당국, 사업주체, 이해관계자(국민)이라는 함수관계로 설정된다. 당연히 긴밀한 협력과 협조가 필요하다. 이는 줄탁동기와 같은 상호 존재의 가치를 인정하는 공존(共存), 삶을 함께하는 공생(共生), 그리고 자본의 적절한 배분을 통해 삶의 가치를 서로 나누어 갖는 공영(共榮)이어야 한다. 갈등은 판도라처럼 저절로 풀리는 요술 상자가 아니다.

이준건(李準建) 국립 한밭대학교 겸임교수(행정학박사)한국정정정(精貞正)정책(政策)연구원장, 충남발전연구원 상생협력갈등포럼 조정위원장, (사)한국공공행정연구원 갈등연구소장, 한국공공행정학회 부회장, 한국행정사학회 이사, 공주대학교다문화센터 선임연구위원, 충남대학교국방연구소 연구부장, 배재대학교 자치여론연구소 부소장, 한민대학교 새마을연구소연구위원, 대전광역시 중구정책자문위원, 대전ㆍ충남지방병무청자문위원, 대전MBC문화방송자문위원/손전화 010-4499-78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