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청남도지사는 요즘 두가지 갈등(葛藤, Conflict)으로 갈등하고 있다.
하나는 도정(道政)과 관련되어 있는 공공정책 추진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 인가? 이고 또 하나는 정치적 입지와 관련한 개인적 갈등일 것이다.

최근 안철수 서울대교수와 박원순 변호사가 서울시장 보궐선거(10월26일)를 앞두고 국민적 관심을 끌며 급부상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그리고 다수의 국민이 열광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다. 주목받고 있는 두 사람은 국민과의 소통을 통한 정치적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요인, 즉 신드롬으로 만들어 낸 까닭은 무엇인가?

청춘콘서트를 통한 전국 순회에서 안철수 교수의 국민적 관심이 폭발적이라 해도 정치적으로 까지 확산되는 이유가 어디에 있나. 이 콘서트가 국민적 열광을 불러일으킬 만큼 소통하고 있는가? 그리고 왜 국민은 그들에게 마음을 주고 있는 것일까? 서울시장 후보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기존의 정당 정치인을 제치고 큰 차로 지지를 받고 있는 답안을 찾는 것에 갈등하고 있는 이유 일 것이다.

희생이라는 상품은 인간 사회에서 가장 존엄한 가치다

안 교수는 박 변호사에게 서울시장 후보 적임자로 거론 된지 1주일 만에 과감하게 양보했다. 단일화에 대한 국민적 지지에 응답하기 위해서다. 동시에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대권 후보로 급부상했다. 3년반 동안 부동의 자리를 지켜온 박근혜 후보와 오차 범위 안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정치권에 대한 실망과 미래에 대한 기대마저 담보하기 어려운 현 정치인들의 무능과 부패, 정당의 구조적 한계 등 더 이상 정치권에 기댈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국민의 반증이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욕심을 버리고,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다. 나아가 국민의 욕구가 어디에 있는지 민심을 헤아리는 희생의 정치를 실천한 것에 국민은 감동하고 있다. 늘 희생과 양보를 이야기 하지만, 몸으로 실천하는 정치인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욕구 불만이 흥행으로 나타난 신기루와 같은 현상이다.

차기를 꿈꾸고 있는 안지사의 입장에서 보면 안철수 교수와 공통점이 많다. 우선 성씨가 똑같고(ㅎㅎ), 같은 연령대이며, 그리고 특단의 소신 등 걸어온 길이 비슷하다.

공공갈등으로 충남도정 발전 발목

안지사의 또 다른 갈등의 하나는 취임 당시 40대 젊은 후보임을 내세워 ‘도민과 소통하는 지사가 되겠다’고 약속한 것에 대한 실천이다. 취임 후 도정의 책임자로 일하면서 생각처럼 갈등의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16일 충청남도가 마련한 ‘소통과 상생협력을 위한 갈등관리 토론회’는 이 같은 맥락에서 해법을 찾는 자리였다. 소통의 부재를 넘어 한계에 부딪칠 경우 그 책임성을 모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정치적 도전에 답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안 지사는 취임 후 공공갈등으로 인한 민원인들의 면담 요청으로 도정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울 만큼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도의회 의원을 앞세워 면담을 요청하기도 하는데, 당장 결론을 낼 수 없는 사항이 대부분이고, 장시간 불만과 애로를 듣다 보면, 일정 차질을 빚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일을 1차적으로 대신 해주었으면 했는데 상생협력갈등관리 플러스정책포럼(이하,상생갈등포럼)이 그 일을 대신해줬으면 좋겠다, 공공갈등으로 인한 답답한 심경을 우회적으로 털어놨다.

10여년 전 장충체육관 민속씨름대회장에서 선수들이 유리한 게임을 위해 삿바 싸움으로 10여분씩 신경전으로 게임이 늦어지는 것을 지켜보는 관중이 야유를 보내는 등 심각한 위기 상황을 맞았다. 이러한 문제는 더 이상 민속씨름이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게임의 규칙을 정하고 난 후 이 같은 신경전이 사라졌다. 갈등의 문제도 규칙을 정해 놓으면 해결의 실마리가 잘 풀리지 않겠는가? 라며 현실으로 한계가 있는 줄 알면서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갈등해결 과정에서 공익을 위해 사익이 침해되어서는 안돼

그만큼 갈등은 단순한 것이 아니며 해결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어렵다는 얘기다. 특히 공익(公益)과 사익(私益)의 추구 과정에서 주로 갈등이 발생하는데, 반드시 공익을 위해 사익이 침해되어서는 안된다. 갈등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사익이 침해 받아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갈등이 발생하면 조기해결을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약자가 불이익을 당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갈등의 가치를 최대한 존중하는 가운데 상생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약자가 보호받은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갈등해결 방식이라는 전문가 의견도 있었다. 공무원이 갈등문제의 주체는 되어야 하지만, 해결을 위한 책임을 다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갈등해결에는 반드시 제3자적 입장의 전문가가 개입하여야 하며 객관성과 투명성 확보가 전제되어야 한다는데 동감했다.

갈등담당 공무원 소신과 책임성 갖도록 인센티브 주어야

갈등문제 해결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그 성과를 측정하기가 매우 힘든 만큼 진전도에 대한 계수화가 쉽지 않다. 그래서 공무원들이 시간끌기를 하면서 다른 자리로 옮길 때 까지 무책임하게 관리만 하는 경향이 있다. 소신껏 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갈등 담당공무원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 의욕적으로 일하고 성과도 낼 수 있도록 말이다.

조례가 제정되었으니 일선 시군에서 갈등업무를 강제로 다룰 수 있도록 시군까지 확대하고 기관평가에 반드시 갈등업무를 넣어 당근과 채찍으로 생산적 갈등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토론도 했다. 갈등을 풀기 위해서는 장단기적인 노력이 필요한데 이는 교육을 통해 예방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방법 중 하나가 민, 관, 학 3분야로 나눠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을 시켜야 한다고 했다.

학생, 주민, 공무원에 대한 갈등교육 및 훈련 시급하다

주민을 대상으로 갈등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전문가 배출을 위한 갈등아카데미과정을 개설하는 방안과 도립 청양대학에서 공공갈등관리에 대한 과목을 개설하여, 예비 공무원이자 앞으로 충남도를 이끌어갈 차세대에게 공공갈등에 대한 학습의 기회를 확대해 달라는 건의도 했다. 충청남도 지방공무원 교육원에서 공공갈등과정에 대한 교육의 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요구도 했다.

4개 권역별(북부권, 서해안권, 중부권, 남부권)운영기반이 사실 너무 취약하다. 그 이유는 지자체가 예산을 제대로 세워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갈등업무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례제정 추진과 함께 예산 편성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고 그 자리에서 지원을 독려하겠다는 행정지원 약속을 받았다.

싸울 줄만 알고(자기주장) 갈등해법은 모른다

당진 동부화력발전소 건립에 따른 갈등문제는 반드시 사업계획 단계에서 사전갈등영향을 분석, 갈등을 1차적으로 걸러낼 수 있도록 하고, 특히 이해당사자를 기획단계, 즉 처음부터 참여시켜 배제되었거나 사업을 비밀리에 추진했다는 오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갈등해소를 위한 좌담회에서 자기주장만 하고 상대편에 대한 이해노력, 그리고 갈등해결의 방법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고 있는 현실 등을 지적했다.

이날 토론은 안지사와 갈등심의위원, 전문가 등이 모여 2시간 넘게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다운 토론이었다. 지사와 전문가가 갈등해결을 위해 갈증하고 있음의 반증이다. 다수의 이해당사자들은 자기의 주장은 하지만 갈등을 해결하는 대화나 해법을 위한 방법은 모르고 있다. 주장만 되풀이하고 안되면 집단행동, 또는 법적 대응 등 감정을 앞세운 행동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성을 갖고 상호 이해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는 약하다. 갈등 전문가 인력 풀을 갖고 있는 상생갈등포럼 역할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자유민주주의는 국민의 인권과 권리, 재산을 지켜가는 것

정치의 후진국에서 민주화에 성공하려면 두 단계를 거쳐야 한다. 하나는 민주화 단계이고 다른 하나는 자유화단계이다. 여기서 민주화란 투표를 통하여 선택하는 것이며, 자유화란 선출된 사람이 국민의 자유와 정의, 권리, 생명과 재산을 하늘처럼 떠 받드는 것이다. 선거 민주주의에 성공했다고 하여 자유화, 즉 자유민주주의까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며 건강한 신뢰공동체와 함께 지역이 발전하는 것이다.

국정 최고책임자의 목표는 국민을 하나로 묶어내는 것이며, 결집된 동력을 국가발전으로 이끌어가는 것이다. 사회통합은 그러한 차원에서 경제적, 문화적, 전통적, 지역적, 세대적 차이를 좁히기 위해 정책집행을 통해 성취하는 것이며, 핵심은 갈등을 해소시켜 상생 협력하는 조화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안지사는 이번 토론회를 통해 당진~평택간 해수면경계 재설정문제 등 공공갈등 13건에 대한 해결 능력을 보여 주어야 한다. 200만 도민이 지켜보고 있다. 그 평가 위에 자신이 꿈꾸고 있는 것을 그려간다면 국정관리에 대한 간접적인 검증의 계기가 된다. 일시적 신드롬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과거의 정치인과 다름을 인정받는 시험대 말이다.

이준건(李準建) 국립 한밭대학교 겸임교수(행정학박사)한국정정정(精貞正)정책(政策)연구원장, 충남발전연구원 상생협력갈등포럼 조정위원장, (사)한국공공행정연구원 갈등연구소장, 한국공공행정학회 부회장, 한국행정사학회 이사, 공주대학교다문화센터 선임연구위원, 충남대학교국방연구소 연구부장, 배재대학교 자치여론연구소 부소장, 한민대학교 새마을연구소연구위원, 대전광역시 중구정책자문위원, 대전ㆍ충남지방병무청자문위원, 대전MBC문화방송자문위원/손전화 010-4499-78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