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24일은 서울특별시의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양론이 8개월여 만에 종지부를 찍는날 이었다. 무상급식(포풀리즘정책)대한 빗장이 풀린 것이다.

보수와 진보(좌파와 우파)의 소위 정치권의 갈등으로 시작된 무상급식은 민주당의 승리로 끝이 났지만 투표율 25.7%를 놓고 새로운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투표율 33,3%에 미치지 못해 개표조차 하지 못했다. 이날 투표에 참여했던 25.7%의 의미를 찾기 위해 여야 정치권은 아전인수(我田引水, 내논과 밭에물이 들어오는 뜻으로 자신이 유리한 방향으로 풀이하는 것)로 해석하고 있다.
2012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으로 이어지는 정치일정을 앞두고 승기를 놓치지 않고자 하는 전략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수천억원의 사회적 갈등비용 지불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실시로 투입된 예산만 186억원. 오세훈 시장은 투표결과가 나온지 이틀 만에 무상급식에 관한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고 오는 10월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불가피 하게 됐다. 시정에 대한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궐선거는 치러야 하지만 선거에 들어가는 추가 비용만 300여억원. 찬반투표와 보궐선거를 포함해 무상급식을 놓고 벌어진 갈등으로 순수한 선거비용만 500억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포풀리즘 정책으로 국가재정을 거덜나게 만든다며 투표참여를 독려했던 측과 무상급식을 전면 확대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며 나쁜 투표라고 불참을 선전했던 측과의 대결로 동원된 즉 사회적 갈등비용은 수천억원 또는 그 이상의 비용이 지불된 것으로 전문가는 추산하고 있다.(여기에서 사회적비용이란 투표장에 나가야 한다는 찬성측과 나가지 말아야 한다는 반대측과의 동원된 인력을 비롯해 방송보도를 통한 국민의 심리적 부담 그리고 사회적 불안, 정쟁(政爭) 등 각종 비용을 포함된 것)

찬반 주민투표는 또 다른 갈등을 야기 시킨다.

이처럼 많은 사회적 비용을 낭비한 것도 엄청나지만 국민의 혈세를 쓰면서 남긴 것은 반목의 골이 깊어지는 또 다른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위 미해결된 갈등이다. 무상급식을 전면이 아닌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자는 소위 보수 측과 전면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진보 측과의 대결의 전리품(戰利品)으로 또 다른 분열과 갈등의 국면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치의 정치는 없고 오로지 이익만 추구하는 정치가 문제

이번 무상급식 투표를 지켜본 바와 같이 한국의 정치권은 이익붕당(利益朋黨)의 정치와 승자독식(勝者獨食)의 중병을 앓고 있다. 이익붕당 정치는 정치에 꿈과 이상 가치와 원칙 없이 오로지 이익과 탐욕만 존재한다. 정치속에 국가장래와 민생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전략도 찾기 힘들다.

정치가 집권을 위해 철저히 사물화 되어 있다. 국가 국민을 걱정하지 않고 인기영합주의적 정책남발만 무성하다. 표를 얻어 다수당이 되고 집권에만 눈이 어둡다. 진정 나라를 걱정하는 100년 대개의 전략은 없고 국민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가치의 정치는 없고 이익붕당만 존재하는 암울한 현실이다.

특히 승자독식은 집권을 하여도 그 속에서 대통령을 만든 특정정치가 승자독식의 정치를 한다. 정권을 잡고도 자신이 속한 정당 전체를 아우르지 못하고 자기가 속한 정당의 이상과 가치를 대변하지 못한다. 같은 당내에서 아니면 여야를 뛰어 넘어서는 여러 정치지도자들이 지혜와 경륜을 모아 나라를 다스리는 공치(共治)의 리더는 보이지 않고 단치(單治)만 있어 대립과 투쟁으로 갈등만 반복 양산되고 있다.

갈등은 다수결의 원칙이 아닌 상생합의의 원칙으로 가야 선진국.

우리사회는 여야 정치권을 비롯해 빈부(貧富)의 양극화로 인한 갈등, 고용주와 노동자간의 수익 불균형에 의한 노사(勞使)갈등, 그리고 생각과 문화의 세대(世代)갈등,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에 의한 지역(地域)갈등, 관습과 성격의 고부(姑婦)갈등 등의 폐해를 안고 있다.

갈등은 다수결 원칙에 의한 찬반(贊反)으로 결론을 낼 수 없는 특성을 갖고 있다. 잘잘못을 가리는 것은 또 다른 갈등을 야기 시키고 이로 인해 이어지는 갈등의 끝은 없다. 따라서 갈등의 해법은 반드시 상생(相生, win win)이며 합의를 전제로 하고 있다.

이처럼 갈등의 문제를 풀기 위한 합의 정신을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다수결에 의한 투표나 법정에서의 승패에만 매달린다. 이는 중·후진국 사회에서 해결하는 방법이며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상생협력에 의한 합의를 요구한다. 상생협력은 공동체를 지속화시키며 합의의 정신을 기반으로 한 갈등해결은 공동체를 더욱 단단하게 결속시키는가 하면 건강한 사회를 이끌어가는 바이러스와 같은 것이다.

이준건(李準建) 국립 한밭대학교 겸임교수(행정학박사)한국정정정(精貞正)정책(政策)연구원장, 충남발전연구원 상생협력갈등포럼 조정위원장, (사)한국공공행정연구원 갈등연구소장, 한국공공행정학회 부회장, 한국행정사학회 이사, 공주대학교다문화센터 선임연구위원, 충남대학교국방연구소 연구부장, 배재대학교 자치여론연구소 부소장, 한민대학교 새마을연구소연구위원, 대전광역시 중구정책자문위원, 대전ㆍ충남지방병무청자문위원, 대전MBC문화방송자문위원/손전화 010-4499-78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