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은 우리사회의 화두(話頭)다. 그런 만큼 해결을 위한 노력도 요구 된다.
갈등을 넘어야 선진국으로 갈 수 있다. 그 만큼 갈등은 정치와 경제와 사회, 문화는 물론 특히 지방자치 시대에 극복해 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다.

필자는 갈등의 문제를 행정학적 측면에서 블루오션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최근 인문사회과학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있는 마당에 ‘갈등(葛藤)’이라는 학문적 영역, 즉 그 가치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갈등은 선진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넘어야 할 산(山)이고 해결(解決)하고 가야하는 과제다. 그 방법도 구체적으로 연구되어야 하며 국민의 시각(視覺)도 바뀌어야 한다.

충청남도 지난해 갈등관련 조례제정은 갈등에 해결에 대한 의지 확인

그러나 이와 같은 강변(强辯)에도 현실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 충청남도는 지난해 갈등과 관련한 조례를 가까스로 통과시켰고 그 바탕 위에 갈등업무를 본격적으로 다루게 되었으며 일선 시군에서도 갈등업무에 대한 기준과 평가 방법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시군에서는 아직도 조례안을 만드는데 시간이 걸리고 대다수의 지자체는 갈등관리에 관한 조례안 발의 자체를 정치적으로 해석, 의회가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공주시의 경우 최근 집행부에서 갈등조례안 추진을 의회에 제안했는데 집행부 요구안이 반려되었다. 또 다른 지자체는 집행부가 갈등 조례안 추진을 놓고 의회 눈치만 살피면서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갈등으로 연간 300조원의 사회적 비용이 지출되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는 우리나라 연간 예산(310조원)과 맞먹는 수준이며 더 심각한 것은 곧 이를 앞지를 것이다.

지방의원 갈등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안타까운 현실

시대는 변화하고 있는데 그 변화를 의원들이 읽지 못하고 있는 것이며 집행부의 제안을 받아 들이는 것 조차 냉소적이다.
지역갈등의 문제가 갈등 조례제정으로 잘 해결되면 의원들이 지역에서 할 일이 없어진다고 생각하기에 반대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아니면 할 일을 빼앗겨 버리는 밥그릇 싸움을 의식하는 속절없는 의원들의 발상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닌지? 혹여 이도 저도 아니라면 직무유기이자 함량 미달이다.

의원은 지역의 문제를 현장에 찾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제안은 물론 주민의 여론을 수렴하여 현실에 적합하도록 조례 또는 집행부의 요구를 자치행정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향도적인 역할을 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혜안(慧眼)을 가져야 하며 이를 위한 각고의 연구와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같은 지적에도 필요성과 시급성을 느끼지 못한다면 연찬회, 교육, 선진지견학 등의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의원의 자질을 높여야 한다.

갈등으로 돈을 새는데 푸는 방법을 몰라 안타까워

충남의 K지자체는 지난해 우라늄 광산개발과 관련하여 지역민과 심한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이 광산업체가 낸 개발 허가를 충청남도가 지역민의 반발 그리고 유해환경성에 대한 문제를 들어 반려했다. 광산개발 업체는 이에 불복, 지식경제부에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8월말쯤 심판을 할 예정이다.

당진의 동부화력발전소 건립과 관련해서도 지역의 환경단체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시민환경단체의 반대측은 당진지역이 화력발전소의 천국이 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군내 총연장 220km의 해안선이 간척사업, 당진화력발전소, 현대철강 등 각종 개발로 모두 사라지고 현재 80km가 남아 있는데 최근 당진화력발전소의 8~10호기 증설 등으로 이 마저 사라질 위기다.

해가 뜨고 지는 당진의 대표적인 관광지 왜목마을 인근에 최근 동부화력발전소 건립을 추진하면서 추진측과 주민간, 주민과 주민간 갈등으로 확산되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자신의 입장만 주장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와같은 상황에서 얼마전 서해안권 갈등포럼에서 좌담회를 가졌는데 찬성과 반대측의 사람들이 자신의 입장만 내세운채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으려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계획당시부터 이해당사자(주민)와 소통해야 파트너십 생긴다

동부화력은 당초 사업계획을 세운 뒤 비밀리에 토지매입을 추진해 왔고 주민들은 영문도 모르고 땅을 매각했는데 뒤늦게 화력발전소가 들어 온다는 것을 알았다.

속았다는 것에 대한 분노가 컸다. 투명하고 사전에 충분한 사업추진설명이 있어야 했는데 동부화력측은 이해관계자인 주민을 배제하고 비밀리에 추진해온 것이다. 처음부터 신뢰를 잃었고 이제와서 이를 되돌리려 해도 주민들이 믿으려 하지 않고 있다. 석탄분진, 고가전주, 생태계보호 등을 들고 나와 친환경적으로 건설한다고 동부측이 설득해도 귀 기울이지 않고 있다.

지자체 상시적인 기구로 갈등해결 센터를 만들어라

이를 지켜보면서 필자는 갈등을 푸는 방법을 제시하고 찬·반측의 옳고 그름을 지적하며 몇가지 지적한 바 있다.
첫째, 서로 자신의 입장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상대의 소리에도 귀 기울이라고 했다. 둘째, 좌석도 관중을 보는 방향이 아니라 찬반측간 마주보며 표정과 감정도 보면서 대화하도록 좌석 배치부터 신경을 쓰라고 했다.
셋째, 찬반측에서 강하게 문제 제기하는 것을 듣고 항변하는 식으로 싸움만 할 것이 아니라 메모를 하여 기록하고 이를 바탕으로 중요도에 따라 한가지씩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넷째, 해결하기 쉬운 것부터 하나씩 합의할 것을 주문했다. 다섯째, 오늘 이후 다음에 만날 날을 정해 못 다하고 해결 가능한 것을 돌아가서 숙의하고 다음에는 대안을 준비하여 대화 할 것을 주문했다. 무엇 때문에 안 되고 양보가 가능한지 기록하고 증거를 남기며 소통할 것을 요구했다. 끝으로 감정적이 아닌 이성을 가져야 하며 다음에는 결사반대가 아니라 결사해결의 의지로 생각을 바꾸라고 주문했다. 필자의 제안을 듣고 양측은 ‘오늘 많이 배웠다. 고맙습니다’는 말을 연거푸 하면서 그간 해결의 방법을 몰랐고 의지도 없었던 것을 자인했다.

국난극복에 불교계 나섰듯 갈등문제 지비와 사랑으로 풀어야

불교계의 대표학자 원효대사는 1400년전 삼국시대 불교이론을 정립한 종교인이자 한국 사상사(思想史)에 획을 그은 철학자이며 사상가로 꼽힌다.
화쟁(和諍)을 화두로 시대를 이끌었고 그 해답은 소통과 대화를 말했다. 원효는 십문화쟁론(十門和諍論)이란 저서를 썼는데 이는 고려시대의 화쟁국사(和諍國師)에서 이어져 온 것으로 추정된다.
논쟁, 즉 갈등(葛藤,conflict)은 조화를 시키는 통합의 원리로 화쟁이라는 용어로 표현됐다.불교 이론에서 시작되었지만 시대적 과제와 부합된다.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의 통일 직후 가장 중요한 사회적 문제는 사회 구성원간의 융합과 통합이었다. 지금 산업계가 주창하고 있는 융·복합과 학제간 통합의 르네상스를 말하는 통섭과 다를 바 없다.
시대의 배경이 다를 뿐 사명은 같다. 원효는 당시의 핵심과제를 화쟁을 통해 풀어내려 했다. 이후 화쟁은 한국 불교와 사상사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삼국 공통의 종교였던 불교가 사회통합(社會統合)에 크게 기여한 것이다.
천년이 지난 낡은 사상이라고 덮어 둘 것이 아니라 미래를 내다본 원효의 사상에서 국운과 지역상승(國運地域上昇)으로 재 점화해야 한다.

이준건(李準建) 행정학박사
한국정정정(精貞正)정책(政策)연구원장, 충남발전연구원 상생협력갈등포럼 조정위원장, (사)한국공공행정연구원 갈등연구소장, 한국공공행정학회 부회장, 한국행정사학회 이사, 공주대학교 다문화센터 선임연구위원, 충남대학교 국방연구소 연구부장, 배재대학교 자치여론연구소 부소장, 한민대학교 새마을연구소 연구위원, 대전광역시 중구정책자문위원, 대전ㆍ충남지방병무청 자문위원, 대전MBC문화방송 자문위원, 국립공주대학교, 한밭대학교, 배재대학교, 청양대학 강의교수/손전화 010-4499-78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