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건 칼럼〕고대 그리스 철학자이자 과학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는 ‘악법도 법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시대에 뒤진 법은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하는 시대다. 악법을 지키기에는 시대의 변화와 흐름이 너무 빠르고 요구 또한 크다. 고대 아리스토텔레스(BC384)가 살았던 그 시대는 지켜야 할 법이었겠지만 작금의 시대는 정치(정부)가 이를 발 빠르게 고쳐 주는 것이 국민을 위한 법률적 서비스다. 과거 시대에 뒤떨어진 법을 지금까지 고수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지방자치 정신에 배치된다.

최근 당진지역에서 송전탑과 관련한 대규모 범시민대회가 열렸다. 지역의 110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했고 1천여명의 주민이 궐기했다. 밀양과 같은 사태가 당진에서도 일어나는 것 아닌가하는 일촉즉발의 분위기다. 밀양에서는 2명의 농민이 목숨을 끊었다. 765 kv송전탑이 세워지고 경유하는 주변지역의 농지를 가진 촌로가 쥐꼬리 만한 보상으로 생계를 이어갈 희망을 잃었기 때문이다. 농사를 짓는다 해도 송전탑이 지나가는 선하지(線下地) 아래에서 위험한 전파를 받으며 생명과 바꾸며 살아야 한다는 공포감도 한몫 했다. 정부가 이들의 요구에 귀기울이며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의 접근에 대한 노력도 부족했다.

당진지역의 송전탑 건설문제는 비교적 단순하다. 주민들은 신설 예정되어 있는 북당진~탕정간 345KV의 송전탑 건설을 지상화 대신 지하화를 요구하고 있다. 송전탑을 건설하면 주변지역 땅값이 크게 떨어지고, 특히 땅을 팔고 살수 없을 만큼 재산권행사에 크게 제약을 받는다. 심지어 금융기관에서조차 토지를 담보로 대출도 받지 못한다. 송전탑 주변지역이라는 이유로 부동산 가치하락은 물론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다. 또한 경관을 크게 훼손하고 주변지역 주민들이 각종 질병과의 싸워야 하는 공포의 대상이다. 이러한 지경인데도 이번에 입법된 송전선로주변지역에 대한 보상의 범위는 턱없다. 과거에 설치한 송전탑 주변지역 주민에 대한 보상은 제외됐다.

이러한 이유는 전원개발촉진법과 전기사업법, 발전소주변지역 지원에 관한법률에 근거하고 있다. ‘전원개발촉진법’은 전기가 부족하던 70~80년대 산업화를 정책의 우선이었던 시절 입법된 것이다. 이법은 송전탑건설을 위한 노선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사전 주민의 동의 절차 없이 노선결정 등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전원개발촉진법은 산업화가 국시 였던 시절의 법이다. 따라서 전원개발촉진법은 현실에 알맞게 법과 제도를 고쳐야 한다. 일부지역 주민이 피해를 보고 불특정 다수가 혜택을 본다면 형평에 어긋나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해야 하는 헌법정신에도 배치된다. 정부는 주민들의 요구에 적극 부응해야 제2의 밀양사태와 같은 갈등이 선제할 수 있다.

대책위 주민들은 당진과 서해안지역에서 생산되는 전기가 지역에서 1/3가량 소비되고 나머지 수도권지역 및 산업시설에 공급되고 있다. 수요자부담 원칙에 따라 최소한의 형평성을 확보하고 피해주민을 위한 보상이 절실하다. 한전측이 송전선로 지중화에 드는 예산부담으로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데 이는 전기요금의 현실적 차등화를 통해 해결의 길을 열어야 한다.
물길을 막으면 넘치고 무너지게 된다. 물이 흐르도록 길을 열어야 하며 그 물길은 투명해야 한다. 지방자치시대 당진 주민은 쾌적한 환경에서 살기를 원한다. 그것이 선진화 된 사회다. 최근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사고로 100여명의 사상자를 냈던 일이 있다. 밀양사태를 교훈삼아 사전에 문제를 해결하는 정부의 노력이 진정한 박근혜정부의 '국민행복시대’임을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