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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에도 질(質)이 있다
승인 2013년 12월 15일 (일) 17:41:55 구운서 기자 koows11@hanmail.net

   
이준건 박사
〔이준건칼럼〕“이 사람들 말이야....” “누구야 토론장에 참석하라고 동원한 사람이....”
“공무원들이 사람이나 동원시키고 이러도 되는 거야” “000오라고 해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 충남지역 한 시군에서 지난달 지역간 갈등과 상생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어렵게 마련한 정책세미나에 토론자로 모신 한 인사가 행사장에 들어서면서 거침없이 한 말이다.

협박과 추궁 수준이다. 그는 지방의회 의원을 세 번이나 지낸 정치인이다. 지역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인사가 지역 주민간 찬반으로 나뉜 공공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지역주민이 참석한 자리에서 할 말인가? 이러한 장면을 지켜보면서 많은 사람이 황당한 표정들이었다. 필자도 그 현장을 지켜보면서 아직도 이러한 인사가 지역의 경제를 고민하고 지역발전을 위한 원로라고 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회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배재학당은 아펜젤러선교사가 1885년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대학이다. 같은 해 최초의 서양식 의료기관 광혜원이 설립되는 등 근대사적으로 서양의 문물이 들어왔던 시기다. 배재학당의 창학 이념은 “크고자 하거든 남을 섬겨라”이다. 배재대학교 정문을 들어서면 설립자인 아펜젤러상이 있고 그 앞에 학당 설립이념이 큰 돌에 또렷이 새겨져 있다. 내가 존경받기 위해서는 상대를 먼저 존경해야 한다. 그 시작은 대화이며 화법을 기초한다. 우리 사회는 지금 가는 곳마다 불통을 걱정하고 있다. 소통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중앙정치나 지방정가나 주민과 지방자치단체간, 개인과 개인간 모두 막혀있다. 기대만큼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왜 소통하려 하는가? 민주주의의 주권은 국민에 있다. 정치는 국민을 바라보고 하는 것이며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이다. 정치의 소비자는 국민이며, 국민의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표를 갖고 있다. 때문에 주권의 대상인 국민과 소통해야 하는 이유다. 정책을 이해고 국정의 방향을 국민이 알아야 동참을 요구하고 힘을 얻어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일방적 전달방식이 아닌 양방향 소통방식이어야 한다.

이제는 목소리 크다고 순종하는 시대는 지났다. 특히 몰아세우고 추궁하듯 제멋과 마음대로 말하는 것은 갈등해소의 독이다. 요즈음 말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책임질 수 없고 남에게 상처를 주기에 감정을 조절하며 말을 아끼고 상대를 존중하는 화법을 애써 쓰려고 하는 것이다.
가능하면 정형화되고 공론화되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토론이고 공공의 현안문제를 풀어가는 원칙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화’와 ‘소통’이 갈등을 푸는 기제라고 한다. 하지만 대화에도 질(質)이 있다. 무조건적인 대화는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고 문제를 키운다. 행정학에서 굿 네이버스, 굿거버넌스, 신공공관리론 등 원론 보다 한층 높인 신생학문이다. 이유는 목적에 적극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학자들이 굿(Good), 신(New)등으로 표현한 신조어다. 대화에도 질이 있고 질을 높이자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세미나에서 한 인사가 순간적으로 쏟아낸 말을 들으면서 대화에도 질이 있어야 진정한 소통이 이뤄진다. 누구나 대화는 하지만 불통하는 이유는 대화의 질이 나쁘기 때문이다. 일방적이거나.... 상대의 감정을 건드리거나... 입장을 고려하지 않거나.....

미국 제49대 로럴드 레이건(Ronald Wilson Reagan)대통령은 재임기간 중 하루에 100통의 편지를 쓰고 외부 인사를 만날 때 반드시 정장을 하였으며 유머를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부드럽게 하면서 국민과 소통했다. 예(禮)를 중시하며 대화나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소통의 대명사는 대화가 아닌 대화의 질이다. 같은 말이라도 아름답게 표현하는 용어를 선택하여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과 함께 고민이 있어야 한다.

이 준 건 /행정학박사, 한국갈등조정연구소장, 충남도립대학교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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