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적인 갈등하면 고부갈등을 꼽았다.
장남이 부모를 모시고 한가족을 이루는 대가족 제도에서 고부갈등 없이사는 가족은 거의없다. 핵가족화 이후에도 고부갈등은 끈이지 않았다. 명절이나 가족행사 등 가끔 아들집을 방문하는 시부모를 맞이하는 며느리의 입장에서는 늘 부담스럽고 불편한 대상이다.

시부모님께서 머무는 동안 생각의 차이로 인한 의견충돌로 고부갈등은 금새 되살아난다. 시집살이와 풍습, 생활상, 문화, 세대차이, 경제여건 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고부간 갈등은 늘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도시의 젊은 부부의 생활 형태가 바뀌면서 대대로 내려온 고부간 갈등은 점차 줄어들고 장모와 사위간, 즉 장서갈등이 안방을 파고들고 있다.

옛말에 사위 사랑은 장모라 했다.
하지만 요즘은 장모와 사위 간의 갈등이 고부 갈등 못지않게 가정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심지어 이혼의 사유로 빈번히 등장하고 있다. 사소한 행동이 오해를 키우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귀한 딸에 대한 친정어머니의 지나친 애정이며 집착에서 발생한다.

특히 맞벌이가 보편화되면서 딸도 돈을 벌어온다는 경제의 주체적 성격이 강하게 작용한다. 실제 사위보다 딸이 더 많은 월급을 받는 가정도 적지 않으며 딸이 경제권을 주도 할 만큼 경제권이 이동한 가정도 많다.

게다가 딸이 직장에 나가는 맞벌이 가정의 경우 손자손녀를 장모에게 맞기는 가정이 늘면서 갈등이 발생한다. 최근 여론조사기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젊은 부부의 경우 처갓집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이 50%나 되고 시댁 인근에 거주하는 가정은 1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댁보다 처갓집 인근에 거주하는 비율이 높은 것은 장모님의 손을 부담없이 그리고 편리하게 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수시로 반찬을 준비해주거나 자녀들을 돌보아주고 집도 봐주는 등 살림살이의 대부분을 의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모와 장인이 자주 집을 드나들 수 밖에 없고 그러면서 장모와 사위간 자주 얼굴을 보는 시간이 잦아지면서 사위가 백년손님이라는 어렵고 소중한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존재의 가치가 보편화되면서 갈등이 발생한다.

가사노동에 대한 부담을 경제적 가치로 보상받거나 심리적으로 주인의식을 갖게 되면서 장모가 사위를 무시하게 된다. 장서간 갈등을 묻는 조사에서 334명중 절반이 넘는 53%(178명)이 장모와 사위간 갈등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왜 그럴까?
사위도 남자다. 남자이기 전 딸의 남편이다. 사위사랑 장모라는 생각이 딸의 집이라는 것에 묻혀 갈등으로 변질되고 있다. 장모가 지나칠만큼 딸이 직장에서 일정부분 가정의 경제에 보탬을 하는 1인2역을 한다는 것에 대한 당당함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시집살이에 가사일만 하는 시대가 아니라 전문직 여성 진출이 눈에 띠게 늘면서 이같은 일이 보편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즉 부부유별(夫婦有別)이라는 삼강오륜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장서갈등은 장모가 사위를 가벼이 생각하는데서 시작되며, 가족이라는 개념을 넘어 아이를 돌보고 노동적 가치를 보상 받으려는 심리적 기대감에서 유발된다. 고명한 딸로 키웠고 손자 손녀까지 돌보아 주는 희생에 대한 보상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일정 책임을 사위에게 전가하면서 불만이 갈등으로 증폭되는 현상이다.

장서갈등을 주로 일으키는 주요 원인은 다양하지만 자주 발생하는 10가지를 조심하면 사전에 갈등을 예방할 수 있고 화목한 가정을 이끌수 있다는 점에서 몇 가지 소개한다.

먼저 사위 이름을 불러가며 하대하는 경우다. 00서방이라고 하지 않고 실명을 부른다. 둘째, 소소한 물건을 사주고 이를 생색내려 한다. 사주는 것, 그자체로 만족해야 한다. 셋째, 사위의 사생활을 엄마처럼 잔소리를 한다. 가까이에서 일거일동을 모두 볼 수 있어 지나친 간섭을 하게 된다. 넷째, 반찬(김치)을 담가주고 양념 등 재료값을 요구한다. 가족이라는 생각을 넘어 거래하려 하고 있다. 다섯째, 처자식 앞에서 사위를 무시한다. 자존심에 먹칠하는 경우 누구도 못참는다.

여섯째, 사위들을 열거하며 사사건건 비교한다. 어떤 사위는 해외여행을 시켜주더라는 등이다. 일곱째, 부부의 성생활까지 간섭한다. 위험한 일이다. 여덜째, 딸을 통하지 않고 사위에게 직접 불만을 내뱉는다. 아홉째, 사위에게 필요이상으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요구한다. 열째, 사위의 재테크에 딴지만 건다 등이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고 했다. 가족은 무촌이다. 당연이 희생의 댓가도 기대해선 안된다. 조건이 없어야 한다.

고부갈등이나 장서갈등 공공갈등의 그속을 들여다 보면 인격적으로 대하지 않고 상대를 부시하거나 자원의 합리적 배분이 작동하지 않아 발생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상호 존중과 보상의 심리를 배제한 순수한 가족애로 장서갈등을 풀어야 한다.

이준건/李準建/행정학박사, 한국갈등조정연구소장, 청양대학교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