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밸트가 정치 쟁점화되면서 그 중심에 선 대전광역시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염홍철시장 임기 1년을 남겨두고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에 대한 정치적 시험대에 올랐다.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와 대시간의 MOU협약에 앞서 누가 먼저 기초과학연구원 입지선정을 제안 했느냐를 놓고 정치권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시민단체가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다. 충청북도와 세종시, 충청남도는 이해관계자로 대전시의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며 폐기를 주장하고 나서 이 문제는 복잡 다난한 갈등의 형국으로 번지고 있다.

정치권의 진실공방.
기초과학연구원을 엑스포과학공원 부지에 건설하는 것을 누가 먼저 제안했느냐 하는 것이다. 대전시는 미래부가 먼저 제안했다고 발뺌하고 있다. 하지만 박병석의원(대전서갑, 민주당)은 대전시가 먼저 제안했다고 주장하면서 미래부 이상목차관으로부터 전화통화에서 보고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차관은 이 문제가 중앙정치권까지 확산되자 사실을 잘못 알고 답변했다면서 한발 물러서 잘못을 인정하는 해명서를 냈다. 그러나 박의원측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염홍철시장과 이상목차관의 통화내역을 공개하는 지경에 이르며 치킨 게임으로 가고 있다. 급기야 박병석의원은 김희영공보비서관을 통해 진실공방의 진위를 가리기 전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그런데도 가려지지 않은채 쉽게 수그러 들지 않고 있다.

내년 6,4지방선거 우위 게임
이장우 새누리당 대전광역시당 위원장은 사실무근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당차원에서 가졌고 박병석부의장이 진실을 왜곡한다며 새누리당 주장을 뒤집는 발언으로 맞섰다. 앞서 지난 7월초 황우여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한 여당 지도부가 대전을 방문했고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최고위원이 신동 둔곡지구의 현장을 찾아 현황을 보고받았다.

이상민의원(대전유성, 민주당)은 염홍철대전시장과 기초과학연구원을 엑스포과학공원 설치문제가 150만 대전시민이 공감하는 올바른 결정인지에 대한 맞장토론을 제안했으나 염시장 측은 묵묵부답하고 있다.

막말 공방이 오가면서 과학벨트의 진실공방은 내년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정략적 싸움으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과학벨트 입지문제는 결국 장기화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대전시장 선거의 최대 이슈가 될 것으로 필자는 분석하고 있다. 과학벨트가 정치 희생양이 되면서 내년 지방선거까지 매듭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갈등의 3대 특성(정치일정, 정보의 왜곡, 갈등예방시스템 부재)
필자는 공공분야의 갈등 3가지 특성을 연구논문에서 밝힌 바 있는데 첫째, 갈등은 정치 일정과 맞물리면 해결하기 힘들고 해소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새로 선출된 정치인에 대한 해결 기대감 때문이다. 갈등은 선출직 단체장이나 정치인이 해결할 문제도 아니고 영역 밖의 문제인데 유권자들의 기대감 크다. 쟁점의 이슈가 정치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큰 것이다.

둘째, 정보의 왜곡이다. 거짓과 진실사이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진실을 캐기 위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누가먼저 제안 했느냐?로 시작된 과학벨트 문제는 수위를 넘어 최대 정치 쟁점화 되었다. 제3자의 시민 입장에서도 누구의 말이 옳은지 혼란스럽다. 아파트 재개발이나 사업예정지의 토지 보상과정에서 값을 올리는 조장꾼들이 사실을 왜곡시키는 경향이 있다.

이상목차관의 실언을 넘어 공식 사과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믿지 않고 있다. 민감한 사안인데다 이슈화되는 민감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책임을 떠넘겨 문제의 위의를 점하려는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누구의 말이 옳고 그른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시민들은 지쳐있고 정치권에 대한 불신만 커져 있다. 문제가 노정되면서 관심에서 사라지고 있다. 하루빨리 봉합되기를 바라고 있다.

셋째, 대전시가 공공갈등으로 인한 사전적 지식과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사회적 자본이 취약하다. 대전시는 박성효 전 시장이나 염홍철시장 재임 중 공공갈등에 대한 업무에 충청남도에 비해 적극적이지 못했다. 공무원 교육이나 연구, 훈련, 현장지원 등에 소홀했다. 시민들의 공공갈등에 대한 공감대와 의식을 향상시키는 일에 소극적이었다. 지역의 사회적 자본의 여부에 따라 갈등은 조기에 수습되거나 해결되는 양상을 보이는데 대전은 그러한 준비가 소홀했다. 사필귀정이다.

이제는 화합할 때(사회적 자본 확충시급)
대전시의 과학벨트(기초과학연구원)갈등문제는 사전적 예방은 물론 조기해결 역량 등에서 모두 실패하고 경험했다. 강 건너 불구경 하고 있을 뿐 문제해결을 위한 중재조정하려는 협의기구 조차 없다. 대전 광역자치단체 역량의 한계성과 지방자치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과학벨트는 갈등을 해소하고 합의형성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을 치르고 나서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이다. 이미 상처와 비용의 대가를 치르고 말이다. 타툼은 그만두고 이제는 화합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정치권이나 지자체가 대립하고 반목하면 대전시민만 불행해 진다.

필자가 누차에 걸쳐 대전시에 갈등의 예방적 시스템과 문제해결을 위한 메뉴얼 개발 등의 합의적 모델 시스템을 갖추라고 강조했다. 소는 잃었지만 지금이라도 당장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 다가올 더 큰 갈등을 막고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준 건/ 李 準 建 행정학박사, 공주대학교 청양대학교 출강 한국갈등조정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