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가 님비시설 유치에 경쟁하고 있다. 최근 경기도 남부권지역 8개 시군에 장사시설을 공개모집한 결과 화성시가 발 빠르게 나서 최종 후보지로 확정됐다. 화성시는 일찌기 장사시설이 님비시설이 아니라는 인식 전환과 함께 이를 유치할 경우 정부의 예산 지원은 물론 일자리창출, 지역개발 등의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선제적으로 나섰다.

장사시설 더 이상 님비시설 아니다
동탄 신도시가 완공될 경우 인구 80만이 넘는 대도시로 성장하고 반드시 화장장 등 장사시설이 시민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우리지역에 이러한 시설이 없으면 멀리 타 지역까지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지만 비용까지 비싸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 남부권지역의 중심도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장사시설의 필요성을 느끼고 관내 지역을 중심으로 내부 공모에 나서 주민을 설득하고 홍보하면서 공감대를 형성, 최종 유치에 성공했다.

장사시설 유치에는 자치단체장과 공무원이 적극 나섰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는 주민을 대상으로 내부 경쟁을 벌였다는 점이다. 입지결정에 대한 자율성을 보장한 가운데 읍·면·동 지역을 중심으로 유치경쟁을 펼쳤다. 각종 인센티브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장·단점을 공개하여 내부 경쟁을 유도했다. 이해당사자인 주민 스스로 님비시설을 수용할 수 있도록 위에서 정책을 결정하고 아래서 수용하는 형태가 아닌 주민들이 참여하여 선진사례 등을 살펴보는 등의 숙의적 결정을 통한 상향식으로 갈등을 사전에 차단했다.

타 지역은 고정관념을 떨치지 못해 장사시설이 들어설 것을 두려워하거나 오지 못하도록 전방위적으로 막고 있는데 비해 화성시는 지역에 반드시 필요한 사회공익시설로 유치해야 하는 방향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설득과 이해를 통한 상생의 모델이 되었다. 화성시는 오는 2018년까지 1200억원을 들여 화장로 10기, 장례식장, 봉안당, 자연장지 등의 종합적인 장사시설을 건설한다. 총비용 가운데 220억원은 국비와 도비(광역자치단체)로 충당하고 나머지 비용은 부천, 안양, 평택, 시흥, 군포, 의왕, 과천시 등 8개 지자체가 각각 부담하게 된다.

국책사업 관심가지면 새로운 동력
필자는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 유치로 덧셈 정치에 성공했다’(본보 2012,6,30)는 글을 쓰면서 신청조차 하지 않은 충청도지역의 지자체는 소극적인가? 아니면 외면하는 것인가? 라고 하면서 고정관념을 바꿔야 할 때라고 피력한 바 있다. 특히 ‘갈등덩어리가 지자체 역사를 바꾼다’(2012, 6,22)라는 주제에서는 지식경제부가 고준위방폐장 후보지를 2016년까지 물색하고 있는데 이를 수용하는 지자체는 1조원이 넘는 현금지원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보도하면 이러한 열매를 따 먹을 지자체 어디 없소? 라는 제하의 글을 쓴 바 있다.

님비시설에 대한 인식을 바꾸라고 제안하면서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을 예의 주시하는 것도 지역발전의 기회이라고 했다. 화성시의 장사시설 유치는 필자가 이 글을 쓴지 1년 만에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이제는 국책사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지역발전은 요원할 밖에 없다. 과학밸트와 같은 핌비시설에 대한 경쟁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정부의 시책을 잘 찾아보면 흙속에 진주처럼 지역에 큰 도움이 되는 사업들이 많다. 특히 님비시설은 선진화된 초현대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때문에 우려만큼 손실이 크지 않으면서 상당한 국고지원의 열매를 따먹을 수 있어 관심을 기울여 볼 만 하다.

지방자치는 주민 이익 우선 원칙이어야
화성시가 유치한 장사시설은 혐오시설도 비선호시설도 기피시설도 아닌 지방자치시대 반드시 필요한 사회공익시설이 되었다. 인구 80만명 시대 타 지역의 장사시설을 이용할 경우 성남시영생관리사업소는 성남시민은 이용료가 5만원인데 비해 타 지역 주민은 100만원으로 20배가 높으며 우선권에서도 밀린다.

화성시는 장사시설 유치로 세수가 늘어나고 중앙 정부의 지원금으로 지역의 현안사업은 물론 수익금의 일부가 지역기금으로 적립되어 새로운 동력원이 된다. 한편으로는 진입도로가 확장되고 주변개발로 거주 환경이 개선되는 등 낙후성을 벗어나게 되며 현지 주민 우선고용 및 식당과 매점 자동판매기 등의 부대시설 운영권으로 소득이 높아진다.

님비시설은 무조건 안된다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방자치시대에 걸맞는 경영행정의 마인드가 요구된다. 경영행정은 사익을 침해하지 않고 공익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선택하는 것을 전제로 말이다.

이 준 건 李 準 建 행정학박사, 한국갈등조정연구소장, 공주대학교, 청양대학교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