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대전광역시에 공공갈등에 대한 예방 및 해소방안에 대해 본지 지면을 통해 미리 대비할 것을 누차 주문한 바 있다. 그럼에도 대전시는 이를 가벼이 생각했던 것인지 특별한 관심을 쏟지 않은 듯 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1년 시장취임 후 소통하지 못하는 갈등의 현장을 찾았다. 시민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듣고자 했던 것이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정책을 바로 잡아 소외된 계층과 분야의 목소리를 반영했다. 특히 공공갈등 해소를 위한 외부전문가를 공개 채용하고 거버넌스 창구를 공식화하여 소통의 구조를 체제화 했다.

재개발과 재건축 등으로 지정되어 낙후된 지역를 개발 일변도가 아닌 주민 편익과 요구를 수용하는 양방향 소통체제로 정책을 수정했다.성장위주의 시정에서 소외층에 대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진정한 자치행정이다. 시장실은 양쪽으로 기울어진 책꽂이를 갈등의 상징물로 설치하고 시정을 균형감 있게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대전시 공공정책 곳곳에서 발목
대전시는 아직도 공공갈등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 못하는 행정의 한계에 있는 듯하다. 민선5기 역점적으로 추진해 온 사업이 곳곳에서 갈등의 불협화음으로 나타나고 발목을 잡히고 있다. 시정은 공무원이 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과 함께 공동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다

엑스포재창조사업(롯데테마파크)과 신세계유니온스퀘어는 대기업 특혜 논란 속에서 중앙정부의 인허가에 발목이 잡혀 있으며 도시철도 2호선 사업은 건설방식과 노선 등을 둘러싸고 대덕구와 전문가 시민사회단체와 이견으로 충돌하고 있다. 한때는 시장과 구청장이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원도심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진행 중인 으능정이 LED영상거리 조성 사업은 볼썽사나운 외관과 콘텐츠 전문성 확보 등 예산 낭비 우려를 낳고 있다. 옛 충남도청사 운영 방안에 대해서도 콘텐츠의 차별성 및 지속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와인축제에 대한 시민들의 시각도 부정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대전문화산업진흥원장 인사문제도 성과에 대한 의문으로 후유증이 가시지 않는 등 정책결정 및 추진과정에 갈등으로 제동이 걸리고 있다.

개구리도 멀리뛰기 위해 오줌을 싸고 움추린다. 한발 물러서는 지혜이고 몸을 가볍게 준비하는 과정이다. 공공갈등은 한번 발생하면 아우르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다. 장기화되고 이해관계자가 많다. 다자간의 복잡성 때문에 시간도 많이 걸리지만 첨예한 문제는 절대 양보하려 하지 않아 설득하는데 많은 행정력(에너지)가 투입된다. 이는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지고 확산되면 이웃간 대립관계가 형성되고 끝내 반목으로 발전되어 지역공동체가 붕괴된다. 지역발전의 걸림돌이 된다.

갈등은 사전교육과 훈련이 중요하다.
문제가 발생하여 해결하려면 이미 늦는다. 그래서 평소 사전 교육을 하고 조사연구 현지답사 등 훈련을 해야 한다고 필자는 강조했다. 민방위훈련이나 재난대비 군사훈련 등은 매뉴얼을 개발하고 유사시 사전 교육과 훈련으로 얻은 내용을 기반으로 해결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갈등은 문제발생시 양보를 요구하면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다. 협상을 전제한 배려와 협력의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사전 교육을 통한 공감대 형성이 절대적이다. 상호간 양보는 자원의 합리적 배분에서 시작되며 대화를 통해 상생의 길을 모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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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으로 밀어부치는식은 60~80년대 군사정권 방식이다. 지금은 주민자치 시대를 넘어 주민 주권시대이다. 시민이 주인이고 의사결정 권한이 크게 이동했다. 민주적인 방식에 의한 협상력과 네트워크의 수평적인 관계가 설정되어야 한다.

주민주권시대! 시정은 시민과 함께 이끌어가는 것
대전시가 이번에 도시철도2호선 문제에 부딪치자 민·관·정위원회를 만들었으나 제역할을 못햇다. 결정된 문제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불만이 그대로 표출됐다. 충분한 시간을 의견을 수렴하지 못한 것이다. 대전 시정에 대한 신뢰만 떨어졌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고민하거나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협상력이 없기 때문이다.

몇몇 소수의 의견이 전체의견으로 치부하여서는 반드시 뒤탈이 난다. 시화호를 막으면서 수질이 악화되어 갈등이 발생했을 때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수자원공사와 주민간 2년여간 30차례가 넘는 대화를 나눈 끝에 마무리 됐다. 인내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한 성의조차 보이지 않고 상반된 견해를 좁히거나 일치시킨다는 것은 넌센스와 같다. 대전시가 공공정책을 결정 추진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반증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이해당사자와 파트너십을 발휘해야 한다.
시는 공공갈등의 문제가 제대로 풀리지 않는 것에 대해 답답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갈등 전문가의 입장에서 볼 때 어쩌면 필연적 이다. 올 것이 늦게 온 것 뿐 이다. 허둥지둥 문제해결을 위해 결정을 번복하거나 재론할 경우 대전시는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시민은 시정에 대한 불신이 크다. 시는 하는 일 마다 시민단체가 발목을 잡는다고 하는데 발목 잡힐 일을 하고 있다. 정책 결정과 추진은 특정인의 의지만으로 되는 시대는 지났다. 다자간 이해의 틀을 만들어 수시로 소통하고 합의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이러한 갈등의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시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공공갈등에 대한 기본적 이해와 해법 등 접근의 방식부터 학습시켜야 한다. 충남도는 수년전부터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지난해는 경상남도 공무원교육원의 특강요청으로 창원까지 다녀왔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도 확대해야 한다. 평생학습 프로그램이나 동네주민자치위원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공직자와 시민이 모두 갈등에 대한 의식을 높이고 공감대를 확산해야 한다.

시장과 공무원은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조정·관리하는 것이다. 시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공복이다. 이러한 이해에서 출발한다면 힘을 모아 갈등의 허들은 거뜬히 넘을 수 있다. 갈등은 발생전 예방이 중요하며 대립보다는 협력으로 가야만 지방자치를 꽃피울 수 있다.

영국의 희곡작가 버나드쇼의 묘비에 이러한 말이 쓰여있다. ‘우물쭈물하다가 이렇게 될 줄 알았어’라고.....
시기를 놓치지 말라는 의미로 이해된다.

이 준 건 李 準 建 / 행정학박사(갈등관리전공) 한국갈등조정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