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사업자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포함시키는 법안을 놓고 접입가경이다. 국회는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법안을 여야 합의로 발의하고 최종 법안 통과를 앞두고 버스업계와 택시업계의 갈등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것
택시업계는 수입금 저하와 LP가스 값 상승 등으로 도시의 빈민직업군으로 전락, 생계마저 어려운 상황에서 국가가 대중교통으로 인정, 국비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고 수년째 요구해 왔다.

국민의 대중교통 역할을 하는 택시업계는 시내버스와 달리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왔다. 근무환경이 열악하고 수입이 보장되지 못한 상황에서 자구 노력의 한계를 정치권이 인정하면서 택시를 대중교통 사업자로 포함시키로 한 것.

그러자 시내버스업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 4만여대의 시내버스가 전면 운행중단이라는 사상초유의 카드를 들고 나왔다.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포함시켜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국회 법 통과를 앞두고 전국 시내버스 운행 중단이라는 강공으로 맞섰다.

그러자 이번에는 택시업계가 반기를 들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전국의 택시업계가 국회를 집단 항의 방문하고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으름장을 놓으면서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갈등은 다자 구도의 특징 있다
이번 사안은 택시업계와 정부간의 문제로 대중교통으로 포함시켜 달라는 요구가 장기간 이어져 왔고 급기야 법(法) 통과를 놓고 택시업계와 국회(정치권)간으로 번지고 이제는 택시업계와 버스업계 그리고 국회로 확대되어 택시업계, 버스업계, 국회(정치권), 정부 그리고 국민까지 이해관계의 주체가 다자(5者)구도로 확대되었다.

공공갈등은 한번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는 특성이 있다. 특히 이해관계자가 다자간으로 확대될 경우 장기화 되는 것은 물론 이를 풀어가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사회적 비용 또한 만만치 않고 행정력이 낭비된다.

버스나 택시 업계는 한치도 물러서려 하지 않으려 하는 태세다. 여기에 정치권이 포로가 되어 한 발도 내딛지 못하는 양상이다.

정치권의 형성, 조정, 촉진 역할 부재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는 정치권(국회)의 이같은 상황은 18대 대통령선거를 코 앞에 둔 시점에서 지나치게 유권자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국회가 고유의 권한을 방기하는 무력함을 보이고 있다. 법안 처리에 대한 일관성도 부족했다. 한번 결정한 정책은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가야 한다. 여야가 국회내에서 합법적으로 결정한 법안을 정권을 잡기 위한 표를 의식해 흔들리는 사이 갈등은 폭발적인 양상으로 흐르며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 법안은 국회에서 오랜 시간 검토과정을 거쳐 여야간 합의로 이뤄진 만큼 신속하게 처리했어야 했다. 대선을 코 앞에 둔 시기에 입법처리를 시도한 시기적절치 못한 것도 정치권의 책임이다. 하지만 속내는 수십만에 이르는 택시업계의 표를 얻기 위해 시작한 것으로 역풍을 맞으며 정치권이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스스로 자신의 무덤을 정치권이 판 자업자득이다. 입법과정에서 대중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의 극치의 단면이다. 대중인기영합주의는 현시대의 암적 존재다. 정권연장하거나 정권을 잡기위한 정치인들의 계산속에서 국민을 유혹하는 사탕과 같은 달콤함으로 먹이감을 던지고 택시와 버스업계가 이해관계자로 그 덫에 걸려든 사안으로 모두가 실익을 거두지 못한 법안이 됐다.

인기영합주의는 국가발전의 암(癌)
대중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로 성공한 나라는 지구상에서 한 곳도 없다. 오히려 포퓰리즘 정책으로 후퇴하거나 망한 나라가 많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이의 대표적이다. 두 나라는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GNP)200불이었던 1950년말~60대초 그들은 1만불에 가까운 세계10대권의 부유한 경제국가였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보다 못한 1인당 평균 8,000~9,000불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럽발 경제위기도 스웨덴, 그리스 등 서구 유럽국가에서 지나친 복지정책 때문에 국가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세계 제일의 복지정책이 근로의 의욕을 떨어트리고 자신의 개발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정책이 딜레마에 빠지면서 국가가 경제적 부담으로 떠 안는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이미 국민이 국가의 정책을 악용하려는 경계를 넘어서는 퍼주기식 정책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게 한 원흉이다.

정치가 흔들리면 정치는 물론 경제, 사회, 문화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결국 국가 존립에 대한 도전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신뢰와 일관된 의사결정은 중요하다. 정치는 여야의 합의에 기반한 결정으로 중립적이며 미래 지향적인 방향으로 국민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중요성이 크다.

대선 코 앞에 두고 표 의식한 정치권의 딜레마
정치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으면 결국 정책결정(입법)을 통한 목표 달성은 사실상 어렵게 되고 그러한 과정에서 갈등으로 인한 행정지연과 예산수반 등 사회적비용 부담이 늘어난다. 정치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집단이다. 따라서 정치는 정책결정의 영역에서 조정, 촉진, 형성이라는 3가지 과정을 일사불란하면서도 균형감각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

택시사업자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포함하는 정책결정을 놓고 국민의 눈치를 보고 사업자의 발목에 잡힌다면 국가의 미래를 이끌어 갈 수 없다. 입법으로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포함시키는 것은 형성이요 이를 정책화하는 것은 촉진과정이라면 버스업계의 반발을 설득, 조정하며 갈등을 누그러 트리는 것이 정치적 역량이다.

택시업계의 편을 들면 버스업계가 반발하고 버스업계의 편을 들면 택시업계가 반발하는 것은 조정능력 부재요 정치권 책임이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이러한 측면에서 정치 고유의 영역을 집단이기 주의를 앞세워 18대 대선을 담보로 집단 행동으로 표출한다면 대중인기영합적인 판단의 우를 범하기 쉬우며, 갈등을 극복하고 상생의 길로가는 것은 요원 할 것이다.

시소(See-saw)는 깨진 균형을 이용해 즐기는 게임(Game)이다. 하지만 시소게임과 같이 입법과 정책결정은 양날의 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불균형 된 어려운 난제를 풀어가는 지혜를 모으는데 국민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정치권의 명분과 논리의 잣대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택시와 버스업계는 시소게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균형의 추는 중심을 잡지 못한 채 갈등의 터널에서 표류할 것이다.
장기간....

이 준 건 행정학박사(공공갈등전공), 한밭대학교겸임교수, 한국공공행정연구원 갈등연구소장, 충남발전연구원 상생협력갈등포럼 중재조정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