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갈등의 현장을 가보면 현수막과 머리띠에 적힌 문구가 결사반대이다. 전국 어느 곳을 가나 약속이나 한 듯 한결같다. 대개 현수막과 머리띠에 ‘결사반대’라는 붉은 글씨의 띠를 두르고 시위에 나선다. 정말 이들의 진정성이 결사반대인가? 목숨과 바꿀 수 있다는 것이 갈등의 문제인가? 그 물음에 공공갈등 현장을 주로 다니며 연구한 필자는 ‘그러치 않다’이다.

다시 말하면 대부분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강경한 방법일 뿐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곳도 상당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결사반대라는 무시무시한 글을 두르고 집단행동에 나서는 주민을 보면 구시대적인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고 이제는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 공공갈등에 대한 이해와 반복적인 학습효과 등에 힘입어 상당히 진전되고 있다. 따라서 갈등을 바라고 보고 이해하며 협상을 위한 방법도 달라져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이해당사자인 주민 다수는 고정된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죽어도 안된다’라는 것이 아니라 보상금을 더 달라는 요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실 그러한 심정적인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갈등이 발생하는 단계부터 상호간 불신으로 작용할 수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협상의 큰 걸림돌이 된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공공갈등이 목숨과 바꿀 수 있을 만한 사안이 아니며 정부가 그러한 위험한 상황으로 갈 만큼 사전에 정책을 기획하고 수립, 시행하지 않는다. 관선시대라면 몰라도.... 얼마전 태안군청에서 서부발전(주) 본사 이전 및 태안화력발전소 9~10호기 증설과 관련한 갈등해소 방안에 대한 세미나에서 상호간 특별지원금 등의 협상과정에서 사업자측은 일부 지역주민은 보상병에 걸린 사람들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했고 주민들은 발전소가 지역에서 이익에만 전념하면서 이해당사자를 인정하지 않으려한다는 것이다. 가령 인정한다 하더라도 무게 중심이 지방자치단체에 두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주민들은 협상이 난항을 겪거나 불성실한 태도로 나올 경우 주민을 동원, 집단행동에 나서면 바로 요구가 받아들여지다는 것이다. 협상이 예상보다 수월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치 않으면 닭 보듯 무성의하게 나온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발전소를 향해 경각심을 주는 차원에서 한번씩 발전소측을 압박하는 카드로 경찰에 집회신고를 하거나 강하게 나올 경우 뭔가의 협상카드를 내놓는다고 한다.

떼쓰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주민들의 말이다. 소위 떼 법이라고 말할 만큼 제도와 법적 절차가 형성되지 않은 마당이어서 떼 법이 먹힌다는 이야기다. 결국 이해당사자간 협상의 테이블로 끌어내는 방법은 이와 같은 방법이 최선이라는 것이 지역민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지금까지 그러한 방법을 협상의 카드로 사용해 왔다 하더라도 시대가 달라진 만큼 해결의 방법도 선진화되어야 한다. 부분적 협상은 이뤄지지만 보상의 파이를 키우지는 못한다. 적합한 보상이 이뤄져야 하며 그 보상금은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사반대’란 용어 그 자체만 들어도 무시무시하다. 세미나에서 필자는 서해안지역이 수도권지역 전기 생산의 전진기지화 되었다(앞에서 이미 지적한 바 있다). 따라서 충청남도 차원에서 당진, 태안, 보령, 서천 등 4개 지자체간 이에 대응하고 맞설 수 있는 시군간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개별 지자체가 대응하기란 이미 한계를 넘었다. 전력생산을 지속적으로 늘려야 하는 정부의 입장과 발전소 생산설비가 노후화되면 이를 교체하는 등 갈등이 지속화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른 갈등으로 노정되어 이어지는 심각한 상황이 초래된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주민들의 해결으로 이를 풀어가는데 한계가 있다. 전문성도 떨어지고 정보 또한 부족하며 협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특히 충청남도 차원의 협의체 구성은 중앙정부와 행정적 교류와 협력차원에서도 시급하며, 더 이상 주민들이 보상병에 걸린 사람을 취급 받아서도 안된다. 이는 감정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이어질 경우 자존심을 짓밟게 되어 협상의 걸림돌이 된다.

지역주민도 이제는 협상력을 스스로 키워야 한다. 협상 테이블에서 상호간 규정에 따라 대응해야 하며 쉬운 문제부터 하나씩 풀어가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갈등에 대한 전문적인 학습 그리고 선진지견학, 훈련 등을 통해 많은 경험과 정보, 지식 등을 쌓아야 한다.

전문성이 떨어지면 피해의식에 사로 잡히고 무력행동으로 표출될 수 있다. 정보와 조직력, 자금력 등에서 화력발전소 측에 비해 뒤지기에 열등의식에서 사로잡힐 수 있으며 불균형화가 불만으로 표출되면 떼쓰기 행사로 이어질 수 있기에 상호 동등한 입장에서의 신사적 협의를 기대하기 어렵다.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사전 준비로 협상력을 높이고 그러한 가운데 제도와 절차에 따라 갈등을 풀어가는 시대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결사반대’의 붉은 글은 제3자적 불특정 다수가 보는 시각에서 보면 보상금을 많이 얻어내기 위한 방안으로 오해의 소지가 내포되어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결사반대가 아니라 “상호 이익을 위한 협상하자”라는 이러한 문구는 어떤가?

이제 지역을 더 이상 공포의 공간을 몰아갈 것이 아니라 파트너십을 통한 아름다운 동행으로 가야 하는 시대가 왔다. 그 시대 정신에 공감하고 동참해야 할 때다.

이 준 건 행정학박사, 한국갈등관리학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