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지역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일환으로 당진, 태안, 보령, 서천 등 4개 화력발전소의 증설추진이 한창이다. 서부발전(주) 본사도 2014년 이전을 목표로 사옥과 아파트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발전소 증설에 따른 갈등과 본사 이전과 지원금 배분을 놓고 지역간 소이기주의가 민심을 흔들고 있다. 충남 서해안지역은 지난 80년대부터 화력발전소를 짓기 시작해 지금까지 각각 3차례 증설을 추진했다. 추가 증설을 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어긴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9~10호기를 증설하면서 발전량을 종전 1기당 50만Mkw에서 100만Mkw로 2배 늘리는 등 전력난을 던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속셈은 발전소 증설에 주민들의 반발이 워낙 심해 기왕 발전 기수를 늘릴 바에 한꺼번에 기당 발전량을 2배로 늘려 지역주민과의 갈등으로 부딪치는 문제를 반감시키는 효과를 얻고자하는 것이다. 주민들은 발전소 측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크다.

문제는 발전소를 증설 할 때 마다 이해당사자인 지역주민과 심한 갈등을 겪었으나 결국 충분한 보상과 합의를 이루어내지 못했다. 주민들은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으며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는데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지자체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최초 1~2호기가 건설할 당시 주민들은 화력발전소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어족자원고갈, 분진, 탈황문제, 농작물피해, 지역주민건강권 침해, 고압선로건설로 인한 자연환경변화 등 심각한 환경피해 발생에 대한 지식조차 부족했다. 특히 관선시대이어서 주민들의 욕구와 불만 등 갈등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아니어서 등 떠밀리듯 수용했다.

화력발전소 건립 후 온배수와 석탄분진, 그리고 굴뚝에서 뿜는 유해성가스, 환경호르몬 등 으로 지역은 황폐화되고 있으나 보상차원에서의 고용약속, 수익사업참여 그리고 특별지원금 등에 대한 배분의 집행도 극히 법으로 제한하고 있어 지역 주민간 또 다른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자체 한 관계자는 특별지원금이 과거에 정부가 정한 법이어서 지역발전과 지역주민에게 고루 혜택이 돌아가도록 현실에 알맞도록 법을 고쳐야 한다고 말한다.

지역주민은 화력발전소 건설에 따른 피해를 감내하였고 또 증설에 따른 피해의 심각성은 높아지고 있는데 보상과 지원법은 30년전 수준인데다 이해당사자 상호간 합의 절차가 제한적이고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사업자의 일방적인 측면이 강해 충분한 대화를 통한 합의적 절차가 성숙되지 못하다는 것이 연구과정에서 확인되고 있다.

적어도 화력발전소와 지역 주민간 동등한 입장에서의 파트너십을 발휘하면서 모든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하는데 조직력과 정보의 한계, 그리고 전문성 부족 등을 발전소측이 악용하는 측면이 있다. 사업자 대부분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지원과 보상으로 합의에 나서고 있다.

태안화력 주민대책위원회 한 관계자는 우는아이 사탕하나 더 준다는 식으로 협상에 나서고 있다면서 내 땅과 삶의 터전을 내주었는데 협상과정에서 자존심 상하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다라고 토로했다. 특히 주민대책위원회도 모르게 발전소측이 지자체와 행정적 교류를 하는 일도 납득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해당사자가 주체적으로 참여하여 대화를 통한 상생 합의정신을 살리는 것이 요구된다. 지금은 신라의 화백제도1)와 같은 만장일치식 합의제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당사간 문제해결이 어려울 경우 제3의 갈등조정기구를 만드는 것도 시급하다. 이해당사자인 주민은 갈등에 대한 정보와 지식도 부족하고 협상에 대한 전문성 부재로 협상력을 높이지 못한다.

사업자의 제안을 지자체가 검토하고 이를 일부 수정하여 받아들이는 수준이다. 지자체는 정부로 받는 특별지원금 및 유치신청 및 기간내 민원을 해결하고 사업이 진행 될 경우 인센티브를 얻어내기 위해 속도를 내어 주민을 설득하는 일도 적지 않다. 이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성과를 통해 재임기간 중 지역경제 살리기와 지역발전을 위한 예산집행으로 이어져 치적쌓기 등 정치적으로 변질될 우려가 높다.

충남 서해안지역은 전력생산의 전진 기지다. 지난 80년대부터 30여년간 수도권지역의 전력공급 중심 역할을 했다. 산업화를 성공시키는데 크게 기여 했다. 이는 화력발전소 지역 주민(어민)이 피해를 감내 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시대가 바뀐 만큼 법과 제도를 손질할 때가 됐다. 이대로 두면 지역 주민간 갈등으로 확대되어 공동체가 붕괴된다. 당진과 태안, 보령, 서천 모두 상황은 비슷하다. 갈등은 지방자치발전의 암적 존재다. 언제까지나 이대로 방치할 수 없는 일이다.

이 준 건 행정학박사, 한밭대학교 겸임교수, 한국공공행정연구원 갈등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