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40여일 앞으로 다가왔으나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선거 캠프는 구체적인 공약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치꾼은 많은데 제대로 준비된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각 후보 진영은 경제민주화를 비롯한 정치개혁 등 10대 공약을 선거전에 내놓고 있으나 공약을 구체적으로 이행할 분야별 패케이지와 하위의 구체적인 실천계획 등 비전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후보는 정책 대결로 후보간 차별화된 모습을 유권자에게 알리고 선택받아야 하는데, 언론에 얼굴을 비추고 각종 시설 및 행사장을 찾거나 후보간 흠집내기를 하면서 정쟁의 성격이 짙은 선거전으로 몰아가고 있다. 당선을 위한 인기몰이식 선거는 예나 지금이나 변화된 모습을 찾기란 쉽지 않다.

학계(전문가) 및 메니패스토(manifesto) 국민운동본부는 정책선거가 자리 잡아야 선거가 끝난 후에도 공약을 성실히 이해할 수 있는 담보가 된다고 강조한다. 특히 선거전에 모든 자원과 조직, 홍보 등을 쏟아 넣는데 올인 할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이라도 당선 후 정권 인수팀을 꾸려 후보들이 새 정부를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에 대한 청사진을 국민들에게 사전에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당선 후 시간에 쫒기어 새 정부의 정치철학과 이념을 제대로 국민께 알리지 못한채 출범 할 우려가 있다. 적어도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이러한 준비조차 하지 못했다면 자격이 없는 것이다. 자칫 선거 후유증이 국민 갈등으로 고스란히 남게 된다.

대선을 바라보는 전문가는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후보 선거캠프가 구체적인 정책공약을 아직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10대 공약 하나하나를 패케이지화 하여 실천 가능한 하위정책을 만들어 이를 국민에게 홍보해야 하는데 큰 제목만 들고 선거에 나서고 있다. 당연히 그 공약에 대한 가능성을 짐작하기란 국민들이 이해하기 어렵다.

대통령을 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정책공약마저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5년의 임기동안 국정을 이끌고 갈 것인가? 라고 우려가 높다. 서둘러 공약을 만든다고 그 공약이 성실히 이행될 수 있는 공약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참으로 참담한 일이며 아직도 우리나라 선거문화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민도 정책(공약)과 정당(이념)과 후보(능력)를 꼼꼼히 살펴보고 선택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에 대한 각 후보의 책임의식이 높아질 때 나라가 발전하며 선진국으로 갈 수 있다.

이번 대선을 보면 실은 정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의 상대후보가 어떠한 공약을 내놓느냐에 따라 그 보다 나은 공약을 제시하여 선거전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겠다는 꼼 수를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정책공약은 상대 후보캠프의 눈치를 보며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가기 위한 구체적인 공약이어야 하며 정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이념이 반영되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표를 얻기 위한 인기영합주의적인 공약이어서는 공염불이 되고 만다. 상대 후보의 눈치나 보는 공약이라면 실현 불가능한 공약이 되기 십상이다.

메니패스토(manifesto)국민운동본부는 대선 각 후보캠프에 정책공약을 공개하겠다며 요구했으나 약속한 날을 넘기면서 까지 이런저런 이유를 들면서 내놓지 않고 있다. P후보는 허둥지둥하고 있고 M후보는 안절부절, Y후보는 우물쭈물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선거도 세(勢)대결만 있을 뿐 정책대결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정책을 내놓으면 실행가능성을 반드시 따져 보아야 하는데 토론회에서 각 후보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에 최대한 늦추고 있는 모양이다. 표를 얻기 위한 정책공약은 누구나 가능한 일이다. 대선이 끝난 후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고 백지화하거나 약속을 실천하지 못하면 또 다른 갈등으로 이어지는 것을 학습했다.

MB정부는 국가의 균형발전 차원에서 전 정부가 추진해온 세종시(행복중심복한도시)건설을 수정하려다 거센 이해당자사인 충청지역민의 반발로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한반도 대운하의 대안으로 환경과 경제성 등의 문제를 충분한 연구 검토, 그리고 국민적 합의를 얻지 못한 가운데 무리하게 추진하려다 심각한 국민적 저항을 받았다. 동남권 신공항건설 공약은 경제성은 물론 지역간 유치경쟁으로 백지화되면서 지역의 공동체가 손상되는 등 현 정부에 반목과 갈등으로 불신만 키웠다. 이 과정에서 정책지연 및 행정낭비 등 많은 사회적 비용을 지불했다.

충분한 검증 과정을 거친 정책이 준비되지 않은 선거는 늘 갈등을 발생시키는 후유증을 낳는다. 당선에 눈이 멀어 남발했던 공약이 부메랑이 되어 국민을 분열시키고 정부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키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정책공약은 왜 필요한지에 대한 당위성, 법적 제도적으로 사업이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합당성, 사업을 마무리 할 수 있는 예산의 뒷받침, 그리고 그러할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경제성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내놓아야 한다. 대선은 인기투표가 아니다. 후보의 공약을 검증하고 그 검증을 담보로 정책을 실현하면서 국가를 이끌어 나갈 때 리더십이 발휘되고 국가도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이 준 건 / 李 準 建, 행정학박사, 한밭대학교겸임교수. 한국공공행정연구소 갈등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