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 갈등은 세대갈등, 빈부갈등, 지역갈등, 노사갈등, 이념갈등, 정치갈등이 있다. 이외에 고부간갈등, 부부간갈등, 친구간갈등 등 다양하지만 공공적 측면의 갈등 규모를 보면 정치적 갈등이 가장 크다 라고 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 갈등을 가장 많이 유발하고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가장 많이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일전에 모 정당 대통령후보 경선 TV토론회에서 갈등이 발생할 경우 이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검증이 있었다. 국정 최고 책임자가 갖추어야 할 요건 3가지 중 첫째는 통찰력이며, 둘째는 갈등조정 능력이며, 셋째는 위기관리 능력이라고 했다. 그리고 좋은 정책, 리더십,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비전 등 이었다. 갈등은 발생하며 국민이 분열하고, 위기상황으로 몰리게 되기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정치권의 무능과 부재에서 온 갈등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만든다 해도 이를 제대로 집행할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예컨대 많은 예산을 들여 정책을 생산하고 이를 정부가 채택하여 시행한다 하더라도 갈등이 발생하면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정책을 수립하는데 투입된 예산과 정책이 집행되지 못하고 표류하면서 발행하는 행정지연(공무원인건비)등은 고스란히 국민의 세금(예산)으로 충당된다.

필자는 지난 2008년 한미 FTA 쇠고기수입 갈등으로 4조7천억원의 사회적비용이 지불되었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고 이야기 한 바 있다. KTX 천성산 터널공사로 환경파괴 논란으로 지율스님의 장기간 단식농성에 들어가 공사가 중단돼 적어도 1조원이 넘는 갈등 비용이 지불된 것으로 추정되고, 부안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선정과정에서도 군민간 찬반으로 나뉘어 심한 갈등을 겪으면서 군수가 서울로 피신하는 등 심각한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결국 정부는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공모에 나서 유치지역에 3천억원의 현금을 을 지자체 금고에 지원하고 각종 SOC사업 등에 2~3조원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방침을 정하자 경주, 군산, 울진 등 4개 지자체가 경쟁하여 찬성율(투표자중 89,5%)이 가장 높은 경주시로 최종 결정했다. 이러한 일련의 갈등으로 투입된 유?무형의 비용은 적어도 1조원은 크게 상회할 것으로 전문가는 전망하고 있다. 이밖에 세종시수정안추진갈등, 동남권신공항백지화 등 수 없이 많다.

갈등으로 경제적 손실 직격탄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한?일간 갈등은 가히 폭발적이다. 연일 대대적인 보도가 양국에서 잇따르고 있다. 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적지 않다. 중앙일간지에 보도된 구체적 피해 규모는 한?일간 갈등이 장기화 될 경우 적어도 국내업체 10곳 중 6곳은 피해를 입을 것으로 조사됐다.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일본과 거래가 이뤄지는 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산업에 미칠 영향을 조사한 결과 12%가 이미 관계악화로 이미 교역차질로 매출감소 등의 피해를 입고 있으며 장기화될 경우 64.7%가 피해를 입을 것 이라고 답했다.

갈등비용 정치권이 1위.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관광업 83,3%, 수입차 딜러업 80,6%, 문화콘텐츠산업 73,7%, 휴대전화 69,5% 식품업 등의 순이다. 한국과 일본간 교역량이 많고 의존도가 높은 만큼 한일간 갈등으로 한국의 사회적비용이 얼마나 될 것인가에 대한 예측을 가늠하는 잣대다. 한?일간 독도 영유권 분쟁과 비슷한 일본 정부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국유화 조치로 중?일 양국간 갈등으로 영토분쟁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로인해 중국내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지는 등 일본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실제 중국에서 일본산 가전제품 판매는 급격히 감소했고 중국 관광객의 일본여행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베이징과 상해 등에서 가전 TV판매량은 도시바 40,3%, 산요 44,3%, 파나소닉23,4%, 샤프 21,1%나 감소했다. 오히려 한국산 제품으로 눈을 돌려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중국의 일부 단체는 일본상품 불매운동에 나섰다. 일본 대사관 앞에서 연일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국토분쟁의 갈등이 국민정서로 이어지면서 경제적 타격을 주는 등 직간접적 사회적 손실을 입고 있다. 정치권이 갈등을 가장 많이 유발하고 비용 또한 가장 많이 지불하고 있다.

갈등은 이제 국가적 경계를 넘어 외교적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앞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정치권에서 갈등을 잘 관리하면 국익에도 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잘 못 관리하면 엄청난 손실을 준다는 사실이다. 대통령 경선에 나선 한 후보는 정치권은 이미 갈등을 생산하는 주체로서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법과 제도가 필요하며 갈등을 해결하는 사회적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했다. 우리사회는 이미 다자간 구도로 상호간 복잡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갈등해결은 뼈속을 비우는 고통을 넘어야
어느 편에 서는 것이 아니라, 투명하고 공정한 가운데 협상의 테이블을 놓아야 한다. 사람은 전체 몸무게 중 7~8%가 뼈가 차지하는데 비해 새는 4%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새는 하늘을 날기 위해 뼈가 사람의 절반정도인데 더 높이 자유롭게 비행하기 위해서 뼈 속까지 모두 비우며 뼈를 튼튼하게 만드는 자구노력을 한다. 특히 자신의 무거운 몸을 지탱하기 위해 뼈아픈 고통이 아니라 뼈를 도려내는 더 큰 아픔을 견디어 내야 한다고 한다. 우리사회의 갈등도 이와 같은 시련을 극복하고 산적한 과제를 풀어야 내야 한다. 국민은 정치권과 정부에게 묻고 있다. 연간 갈등비용이 300조원이 넘게 지불되고 있는데 대해 답해야 할 차례다.

이 준 건 / 李 準 建 행정학박사, 한밭대학교 겸임교수, newsgun@hanmail.net
한국정정정정책연구원장,충남발전연구원상생협력갈등관리포럼중재조정위원장,(사)한국공공행정연구원 갈등연구소장,한국갈등관리학회부회장, (사)한국공공행정학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