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도내 15개 시군 중 갈등에 대한 관심은 예산군이 1위다. 우리 사회전반의 공공갈등에 대한 관심은 고조되고 있으나 실질적인 투자는 미흡한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예산군의 갈등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지난달 군청 공무원 및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갈등발생 원인과 예방, 해결 전략에 관한 교육을 실시했다.

묻혀 있던 공공 갈등의 문제 쏟아져(相)
물론 성과가 컸다. 특강에 이어 교육생과 강사와 토론 시간에는 그동안 갈등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고민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행정이 지연되면서 수반되는 예산을 집행하지 못해 지역발전을 더디게 하고 있다. 물론 찬반(贊反)으로 민심이 이반되고 상호(相互)간 충돌하는 문제로 반목과 갈등으로 화합이 이뤄지지 않는 등 지방자치의 암적 존재가 되고 있다.

이날 제기된 내용은 현재 추진 중인 가야산 임도(林道)개설에 따른 지역주민과의 갈등, 금빛골프장건설, 예산주물공장건립 등 주로 현안 문제가 주를 이뤘다. 특히 예산~홍성간 통합의 문제는 심각한 수준에서 논의됐다. 또한 심각한 상황에서 상대를 설득하고 이해하도록 하는 방안과 해결의 키워드, 그리고 협상의 테이블로 이끌어내는 절차, 복잡한 갈등의 양상을 하나씩 풀어내는 방법 등에 대한 문의가 쏟아졌다. 예산군청 공무원의 관심도와 지역을 이끌어가고 있는 포럼임원들의 관심도를 간접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계기였다.

예산 가축분뇨공동자원화사업장 충남도내에서 조정 첫 시도
예산군은 갈등의 문제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 필자가 2009년 갈등연구를 하는 과정에 충청남도가 예산군 ‘가축분뇨공공자원화사업장’ 건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아산시와 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재?조정에 나섰던 경험이 있다. 중재조정의 실무적 차원에서 해결하기 위해 직접 나선 것은 충청남도에서 최초였다.

예산군과 아산시와 지방자치단체간 갈등으로 님비시설(NIMBY/혐오시설)에 대한 입지갈등이었다. 간단히 소개하면 가축분뇨를 집합하여 처리하는 현대화 된 시설을 예산군이 아산시와 경계지역에 근접한 예산읍 궁평리9-1번지에 6,630m2 규모로 건립하면서 아산시 주민이 살고 있는 마을과 불과 1km 안팎의 거리에 아산시 도고면 봉농리, 선장면 장곳리 등 9개 마을 주민 500여명이 악취와 홍수발생시 농경지가 상습적으로 침수되고 유실을 우려하면서 갈등이 발생한 심각한 상황을 필자가 처음으로 조정에 나섰다.

조정과정에서 아산시 지역주민들을 위한 사전 사업설명회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은 채 서둘러 사업을 추진했고, 전남순천 및 전북 김제의 선진지 견학과정에서 상당수 주민이 배제되어 소외감으로 불신이 높아진 상황이었다. 필자는 양 시군 이해 당사자 간 3차례에 걸쳐 조정을 시도했으나 예산군이 아산시 지역주민들을 배제했다는 불신의 벽을 넘지 못한채 대화가 진전되지 못하고 아산시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는 방안으로 결론냈다.

예산군 갈등조정 사례 경험, 학습적 효과로 도내 시군 중 선도적(上)
예산군은 일찌기 이러한 갈등을 겪으면서 학습적 효과를 얻었고 최승우 예산군수를 비롯한 1천여 공무원의 갈등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군은 갈등의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으로 서둘러 조례를 제정했고 지역주민을 통합하고 묶어내기 위해 별도의 예산을 편성, 공무원과 지역주민을 위한 정기적 교육 및 토론회를 정례화하고 있다.

특히 덕산 리솜 스파캐슬에서 열린 교육 및 토론회를 마치고 난 자리에서 예산군개발위원회 사무국장은 필자의 강연을 더 많은 군민에게 알릴 필요성을 느끼고 특강을 요청하는 등 갈등을 선도하는 자치단체로의 인식제고 노력을 하고 있다. 또한 금빛골프장 건설과 관련한 주민과의 갈등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요청도 그 자리에서 논의했으며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공주대학교 예산캠퍼스에서 갈등전문가, 교수, 군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홍성군과의 통합 갈등에 대한 문제 해결을 위한 좌담회를 개최했다.

갈등의 중요성 재인식
예산군은 이처럼 갈등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교육과 토론으로 갈등을 접근하거나 풀어가는 자신감을 갖게 됐고, 해결을 위한 전문가 집단과의 네트워크 등 해결의 주체를 인식하는 성과를 거뒀다. 예산군의 이같은 사례가 롤 모델(Role model)이 되어 충남도내 시군으로 확산되어 갈등으로 막힌 이웃이 소통으로 전환되어 건강한 공동체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이 준 건 / 李 準 建 행정학박사, 한밭대학교 겸임교수, newsgun@hanmail.net
한국정정정정책연구원장,충남발전연구원상생협력갈등관리포럼중재조정위원장,(사)한국공공행정연구원갈등연구소장,한국갈등관리학회부회장, (사)한국공공행정학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