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천안아산역은 수년간 싸움 끝에 결정된 명칭이다. 설계 당시 천안역으로 명명했다 준공을 앞두고 두 지역이 첨예하게 대립, 아산시가 장재역, 아산역으로 추진했으나 천안시의 강력한 주장으로 3년여의 긴 싸움 끝에 천안아산역으로 결정했다. 천안시와 아산시는 아직도 이러한 갈등의 상처로 관계가 껄끄럽다.

지방자치 시대 지명이 곧 돈이다
아산시의 온양역(장항선)도 행정지명이 아닌 옛 지명을 고수하고 있다. 60~80년대 신혼여행을 다녀간 추억을 떠올리며 찾는 관광객 많기 때문이다. 당진평택항명은 평택항이던 것을 두지역간 심한 싸움을 벌여 당진평택항으로 법적 결론을 냈다.

왜 명칭을 놓고 싸우는 것일까? 지방자치 시대 명칭(지명)은 곧 돈(稅收)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경제적, 상품적, 전통적 가치가 높다. 지역의 특산품을 알리기 위해 해마다 지방자치단체가 적게는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예산을 쏟아 부으며 홍보하는 이유도 궁극적으로는 지역을 알려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투자다.

뿐만 아니라 수도권전철 아산 신창역의 순천향대 병기(倂記)문제도 갈등으로 신경전이 컸고, 대전 지하철시 각 역마다 대학 등 지명과 기관명을 병기하고 있다. 명칭은 역사와 상품으로 이어진다는 측면도 있지만 명목가치와 실질가치 등 부가성이 크다.

충남도청은 공주시로부터 환청(幻聽,1936)된지 80년 만에 홍성과 예산의 접경지역으로 이전한다<도청이전 예정지가 내포시다>. 2013년 시무식을 신청사에서 치룬다는 계획이다. 교육청, 경찰청, 농업관련 기관 등 도산하 30여개 기관이 동시에 이전한다. 전남도청 무안이전, 경북도청 안동이전에 이어 세 번째다.

도청이전 지역의 명칭은 역사성이 커 심도있게 재논의 해야 두 지역의 도청은 지명 변경 없이 이뤄졌지만 충남도청 이전 예정지는 홍성과 예산 두 지역 병지(倂地)에 위치하고 있어 내포시 라는 신 지명(新地名)을 사용하기로 했다. 문제는 내포(內浦)라는 지명의 한계성이다. 이중환의 택리지를 보면 가야산에서 사방 10개 마을이라고 했고 조선시대 홍주목 중심의 20개 고을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내포는 고유 명사가 아니고 지역을 뜻하는 말이다. 예산과 홍성 두 지역은 행정체제 통합을 전제로 할 경우 지명 사용을 놓고 힘겨루기(갈등)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잠재적 갈등이 폭발한 기세다.

따라서 도청 이전을 앞두고 지명 문제에 대한 여론을 수렴하고 환기시키는 등 심도 있는 토론의 장을 있어야 한다. 역사적 증명과 전통을 이어갈 수 있는 지명을 되찾아야 한다. 일부 타 지방자치단체는 특별한 이슈가 없는데도 지명되찾기, 역사바로알기 등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충청남도는 도청 이전이라는 대역사를 앞두고 결정한 내포라는 명칭을 이같은 점을 비추어 재론해야 한다. 학계나 시민단체, 언론계, 정관계 등 다양한 계층의 도민의 중론을 모아 신중한 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하고 이는 곧 역사가 되기 때문이다.

예산 1100년, 홍성 1000년의 지명 역사 살려야
예산의 명칭은 고려 태조 2년(919년) 예산이라는 지명을 사용했다. 1914년 일제강점기 행정구역 개편으로 대흥군, 덕산군, 예산군을 통합했다. 2014년이면 통합 100년이고, 2019년은 지명사용 1100년을 맞는다. 홍주(洪州)는 고려 운주 1012년 처음 홍주 지명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1914년 홍주와 결성의 명칭을 따서 홍성(洪城)의 지명을 만들었다.
<홍주의 홍字와 결성의 성字를 땃다, 일제강점기 김좌진, 한용운, 최익현 등 독립운동가 등 큰 인물이 많이 나기에 그 기운을 없애기 위해 의도적으로 명칭을 바꿨다고 한다>

내포 신도시의 명칭은 1100년의 예산 지명과 1000년의 홍주 지명 중 택일하여 바꾸어야 한다. 역사를 바로 인식하고 지명을 되찾아야 할 기회다. 이 지역은 많은 인물을 배출했다. 고려 최영장군을 비롯해 사육신 성삼문, 이순신 장군, 김좌진 장군, 한용운 대선사(스님), 추사 김정희, 의병장 최익현, 김대건 신부, 매헌 윤봉길, 개화당 김옥균, 상록수 심훈, 남로당 박헌영, 토정 이지함, 과학자 장영실, 춤꾼 한성준 등.....

전남 순천(順天)은 2010년 지명 700년이 된 해에 2013년 정원박람회를 개최키로 하고 제2의 도약을 선언했다. 충북 괴산과 경기 용인은 600년을 맞는 해에 각종 역사전시회 열린음악회 등 대규모 행사를 준비해 전국에 알리는데 힘을 쏟고 있다. 2008년 600주년을 맞이한 마산, 진해, 창원은 통합을 자축하고 대내외적으로 크게 홍보했다.

내포는 지역(地域)명이지 지명(地名)이 아니다내포(內浦)는 사전적 의미로 지역(地域)을 뜻하는 말이다. 지명(地名)이 아니다. 광의적인 측면에서는 바닷물이 밀물 때 들어오는 지역까지를 일컫는 말이다. 그래서 내포 지역은 해상로(海上路)가 발달하여 소금과 젓갈을 생산하는 상업의 중심지였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예산 또는 홍주의 지명으로 선정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이참에 바로 잡아야 한다. 세종특별자치시는 연기군 전 지역과 공주시 장기면 일부, 청원군 부용면 일부 등 충북과 충남지역의 3시군 지역을 포함시켜 세종시라는 제3의 명칭을 사용했다. 그러나 내포 신도시는 이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점에서 재조명해야 한다. 자칫 잠재적 갈등으로 향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여지가 많다.

210만 충남도민의 자존의 문제다
KTX천안아산역사 명칭으로 3년간 지루한 싸움을 했다. 아직도 천안아산역을 둘러싼 택시사업구역조정은 8년이 넘도록 해결되지 않았다. 명칭으로 인한 갈등이 장기화되면 행정지연과 사회적비용이 발생되고 나아가 지역 공동체 붕괴로 이어져 심각한 후유증이 남는다. 그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 역사는 시간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어떠한 일이든 선택에는 타이밍(Timing)이 있다. 바로 지금이다.

이 준 건 / 李 準 建 행정학박사, 한밭대학교 겸임교수
한국정정정정책연구원장, 한국공공행정연구원 갈등연구소장, 충남발전연구원 상생협력갈등관리포럼 중재조정위원장, 한국갈등관리학회 부회장, 한국공공행정학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