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錦江)을 사이에 놓고 삶을 함께 해온 서천(충남)과 군산(전북)간 갈등의 깊어지고 있다. 대립과 반목으로 이웃간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금강이라는 자원(金)을 놓고 이익만 챙기려는 군산시와 그 여파로 피해를 입지 않으려는 서천군과의 싸움이다. 문제는 합리적인 자원 배분의 원칙을 깨고 일방적 독점 때문이다.

자치단체장 갈등해결에 대한 무관심이 문제 키워
특히 지방자치 후 지역 발전의 논리를 앞세운 지역 정치인들이 자신의 치적 쌓기에 급급한 나머지 갈등의 문제를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대화와 협상의 부재로 10년이넘는 장기화된 갈등이 대부분이어서 그 심각성이 크다. 상대적 박탈감에 억지 주장과 논리를 펴는 것이라고 외면할 일이 아니라, 그들의 소리를 귀담아 균형의 추를 잡아야 한다.

지난 90년대 금강 상류 용담댐 건설로 대청댐 유입수량(流入水量)이 크게 부족, 물싸움으로 충남과 전북간 갈등이 시작됐고, 유량(流量)부족에 의한 중·하류지역의 생태계 파괴와 수질 문제로 파장이 컸다. 이 문제가 매듭되기 전, 금강 하구둑은 상류에서 내려온 퇴적물로 수질이 급격히 악화되어 농업용수 조차 사용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러 두 지역간 또 다른 갈등이 발생,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채 장기화되고 있다. 해수문(通水)을 열어야 한다는 서천군의 주장과 그럴 경우 당장 농공업용수 부족으로 공단 가동이 중단 된다는 군산측의 반대에 부딪쳐 해묵은 갈등은 아직도 미결(未決)되고 있다.

서천 군산간 공공갈등 파트너십(partner ship)발휘할 때
군장국가산업단지 조성사업도 정치적 힘의 논리로 군산지역이 먼저 착공하면서 쌍용자동차공장 및 관련 산업이 대거 입주,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되고 있으나 장항(서천)지역은 배제되어 타격을 입었다. 상대적 불이익을 입은 서천 군민이 상경집회 등 심한 갈등을 겪은 후 정부는 국립생태원 및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등으로 사업을 대체키로 방침을 세워 완공을 앞두고 있다.

1914년 일제 강점기 해상경계선 획정 문제도 오랜 갈등 끝에 법정다툼으로 종지부를 찍었으나 생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항(서천)지역 어민들은 연안에서 생계를 위한 공동어업권 지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촉구하며 양시군간 갈등을 겪고 있다. 군산지역의 각종 대규모 개발로 연안의 어족자원이 고갈되어 최소한의 생업을 위한 공생 차원마저 묵살되고 있다.

가치 점용의 우월적 지위 내세우며 골육상쟁(骨肉相爭)해야 하나?
1990년 금강하구둑 물막이 공사로 군산은 농공업용수 이용의 이익을 고스란히 챙기고 수질악화와 철새도래지 환경문제 등 그 피해는 서천군민이 떠안고 있다. 문제 해결없이 이대로 갈 경우 두 지역은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 뻔하다. 군산시는 왜 이 문제에 대해 묵답으로 일관하는 것인가? 경제적 지리적 가치 점용의 우월적 지위만 내세우는 것인가?

이처럼 갈등이 풀리지 않은 채 또 다른 이해관계가 발생하면서 금강을 둘러싼 두 지역간 미해결된 갈등은 10여건에 이른다. 최근 군산 해상경계 지역에 LNG복합발전소가동(어족자원고갈)을 비롯해 완주군 운주광산개발(충남지역 탑정호등 수질악화), 군산시가 해상도시 건설추진 등이다.

최근 추진 중인 해상도시 프로젝트는 관광, 서비스산업 중심이어서 서천 지역상권이 크게 위축되고 개발로 인한 해상오염 등 폭발직전이어서 극한 상황으로 번질 경우 돌이 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 할 수 있다. 서천과 군산은 금강을 경계로 삶의 문화와 역사를 함께 해온 이웃이다. 그러나 산적한 공공 갈등 현안을 해결하지 못한 채 또 다른 갈등이 발생하는 특수한 상황이어서 영원한 적대적 관계가 불가피 하다.

상생 행정협의회 15년간 3번 만났다고....재가동하라
지난 97년 서천과 군산간 두 지역은 매년 3월과 8월 2차례의 정기회를 열어 공통 현안문제에 대한 상생의 해법을 찾는 ‘행정협의회’를 구성했으나 15년이 넘도록 단 3차례(2002~2003년)열린 채 성과 없이 중단됐다. 하루빨리 재가동하라.

강(江)을 끼고 있는 서천과 군산은 언제까지 골육상쟁(骨肉相爭)으로 만 가야 하는 것인가? 균형개발, 환경생태계복원, 자원배분 등 세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산적한 문제해결은 머리를 맞대고 풀어내려는 심도있는 논의가 있어야 한다. 중앙 정부도 사명감을 갖고 중재·조정자로 나서야 한다. 하구언은 홍수방제 등 중앙정부가 만든 것이다.

서천과 군산은 선린과 우호의 이웃 이었다
금강은 전북 장수 뜸봉샘과 보은 속리산 삼파수(문장대)로 시작되어 보청천을 거쳐 비단 금강으로 이어져 서천과 군산 앞 서해 바다로 흘러간다. 두 지역간의 문제는 결자해지(結者解之)차원에서 이해 당사자 원칙이라는 틀로 풀어야 한다. 비단의 금강(錦江)이 이제 두 자치단체간 상호 금전적 이익을 놓고 다투는 금강(金江)이 되어서는 안된다.

서천과 군산의 뿌리는 백제의 찬란한 역사와 패망이라는 질곡의 역사를 함께 했다. 피를 나눈 후손이다. 말씨, 성품, 문화가 같다. 동일한 생활권으로 물물교환이 활발했고, 일제 강점기 때 군산에서 장항제련소에 돈벌이를 하려 몰려오는 등 인적, 경제적 교류가 많았던 지역이다. 서천지역 학생은 군산으로 유학을 간다. 선린관계이고 상생의 관계였다.

지방자치는 상생할 때 꽃피워 진다
금강(錦江)이 여러 가지 갈등으로 황폐된 강이 아니라 건강한 금강으로 거듭나려면 군산과 서천이 상생의 묘안을 찾아야 한다. 지방자치는 폐쇄적이고 독립적인 방식으로 발전할 수 없다. 힘을 모으는 협력의 시대로 나가야 번영할 수 있다. 예컨대 장항제련소로 인해 금강과 군산지역 연안을 오염시켜 어족이 고갈되고 환경이 악화되어 삶의 터전을 짓밟는다면 군산시는 과연 서천군에게 어떠한 요구를 할 것인가? 한번쯤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생각해 보아야한다. 금강의 시작(발원)도 함께 했다. 끝도 공동 공생의 길로 가야한다. 상생(相生)의 길이 무엇인지? 그 답을 어떻게 풀어 가는지 5천만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

이 준 건 / 李 準 建 행정학박사, 한밭대학교 겸임교수
한국정정정정책연구원장, 한국공공행정연구원 갈등연구소장, 충남발전연구원 상생협력갈등관리포럼 중재조정위원장, 한국갈등관리학회 부회장, 한국공공행정학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