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시설(님비현상)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주민반대, 집단폭력, 단식투쟁, 불법행동, 상경시위, 공동체붕괴 등이다. 이러한 현상을 공공갈등이라고 한다. 갈등이 발생하는 것을 좋은 징조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이처럼 산업화와 지방자치 시대에 공공갈등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 혐오(비선호)시설에 의한 갈등이 주를 이룬다.

정부 폭탄 돌리기 이제 그만
그러나 혐오(비선호)시설을 적절히 유치하여 지방자치 재정을 살찌운 특별한 사례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원자력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장갑, 의류, 헬멧, 공구 등을 처리할 수 있는 매립장, 즉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유치에 성공한 경북 경주시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 부지 선정을 공개적으로 추진하여 지자체에 각종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경주, 군산, 포항, 영덕 등 4개 지자체가 공모에 참여했다.

당초 정부(당시,과학기술처)가 추진했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 부지 선정은 1986년 처음 충남 태안군 안면도를 후보지로 내정하고 90년11월2일 공식 발표했다. 이소식을 접한 주민 1만5000명은 집단으로 거세게 반발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파출소(지서)를 습격 방화하고 경찰관을 감금 폭행했다. 특히 군청간부 직원 5명을 폭행, 불법 감금하는 등 안면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후보지 선정을 철회시켰다.

89년에는 영덕과 울진지역을 94년에는 양산지역, 2004년 부안군 위도를 후보지로 선정하려다 안면도와 같은 사태를 맞았다. 군민이 군수에게 돌팔매를 던져 상처를 입히는가 하면 찬반으로 나뉘어 대립과 갈등으로 공동체가 붕괴되는 큰 상처를 입히고 정부가 백기를 들었다. 추진단계에서 최종 선정까지 9차례 후보지를 물색했고19년 걸렸다.

갈등문제가 공개적이고 투명한 정책으로 축제가 됐다
정부는 이 사업을 더 이상 비밀리에 추진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폭탄 돌리기를 멈추고 정책 방향을 공개적이고 투명한 가운데 후보지 선정 방침을 정하고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공모에 나섰다. 이 시설을 유치하는 지역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다.

당시 산업자원부는 유치 지역에 첫째, 국고 3,000억원을 조건 없이 지원하는 것이었다.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역은 지역발전의 재원으로 활용하라는 경제적 자원의 합리적 배분을 통한 거래적 측면의 성격이었다. 둘째는 한국수력원자력 본사를 이전하는 것이다. 자산이 포스코와 비슷한 28조원에 이른다. 셋째, 중저준위폐기물 1드럼 보관 처리할 때 마다 지자체에 53만원의 수입이 발생한다. 80만 드럼(200L)규모로 건설되는 것이기에 수입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넷째, 양성자가속기 사업체를 옮기는 것이다. 직원과 본사가 이전할 경우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고 첨단과학시설로 도시의 품격이 올라간다. 다섯째, 지역주민 고용보장과 전기요금 감면제이다. 여섯째, 도로와 항만 등 기간(SOC)산업에 2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한다는 것 등이다.

경주시는 행복한 고민 중
경주시를 비롯해 군산시 포항, 영덕 등이 신청했고 경주시와 군산시는 유치경쟁이 정치인을 뽑는 선거 보다 뜨거웠다. 4개 시군 가운데 주민투표결과 군산시 79,5% , 경주시 89,5%(유효투표수 대비)의 동의를 얻어 경주시가 가장 높은 성적을 얻어 유치에 성공했다. 부안군도 유치신청에 나섰으나 마감이 지나 탈락했다. (2005년10월, 의회의원 찬반투표결과 경주 22:0, 군산 18:8, 포항 21:12, 영덕 5:4).

경주시는 현재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정부가 지원한 3,000억원이 이자로 늘어나고 있는데다 이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가이다. 그리고 SOC사업으로 지역경제가 살아나 돈이 돌고 외지에서 많은 사람이 일감을 찾아 몰려들고 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후보지 물색 중
정부(한국수력원자력)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는데 쓰였던 핵연료, 즉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발전소에 임시보관중인데 2016년이면 포화상태가 되기 때문에 빠른 시일내에 후보지를 선정해야 한다. 사용하고 남은 핵연료봉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로 우라늄과 플루토늄 등 자원적 가치가 높아 재활용이 가능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남은 핵연료봉은 연간 약 690톤이 발생하고 있다. 고부가가치가 있는 고준위 연료봉을 재활용 또는 영구처리 할 수 있는 최종 관리정책 결정에 앞서 중간단계의 관리시설이 마련되야 한다.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은 사용하고 남은 핵 연료봉, 즉 고준위폐기물처분장 후보지를 물색하고 있는데 경주와 같이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처분장 유치와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면 고준위폐기물 처분장 후보지역 지자체의 조건은 이보다 2~3배 높은 수준의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1조원 규모의 열매 누가 먹나
따라서 혐오시설로 분류되는 방사성폐기물 처분에 대한 안전성 기준이 세계적으로 우수하다고 평가 받고 있고 지하(해수면기준)130m 동굴에 완전 밀봉된 드럼통에 넣어 2~3중으로 포장하고 콘크리트 타설을 통해 안전보강 등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점을 감안할 경우 안전에 대한 담보를 전제로 유치에 나서는 것도 시도(검토) 해 볼 만 하다.

지방자치는 전통적인 지역의 자연적 조건과 인적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지역주민을 고루 잘살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이러한 시설을 투명하고 공개된 가운데 공론화를 통한 유치에 나서는 것도 새로운 역사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다.

혐오(비선호)시설에 등 돌릴 것이 아니라 주민의 의견을 하나로 모아 합의점을 찾는다면 경제적 차원의 문제는 물론 지역발전을 위한 고민이 한꺼번에 풀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우리 지역은 자연 지형적 조건이 적합하다. 완공 후 시설을 벤치마킹하는 관광객도 적지 않은 것이다. 역발상적으로 접근하면 문제가 풀릴 수 있다. 1조원 규모의 국고가 지자체에 지원 된다는 사실을 안다면...........
갈등도 돈이 되는 사업이며 그러한 시대이다.

*후보지 1조원규모의 인센티브 지원근거; 경주 중저준위방사선 폐기물처분장은 2006년 결정된 것으로 인플레이션 등을 감안한 것이며 고준위폐기물처분장은 중저준위보다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지원규모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추정 됨. 이외에 직간접적인 지원책도 경주의 전례를 들어 정부에 많은 지원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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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준 건 / 李 準 建
행정학박사, 국립 한밭대학교 겸임교수, 충남지방공무원교육원외래교수, 한국정정정(精貞正)정책연구원장, 한국공공행정연구원갈등연구소장, 한국공공행정학회 이사, 한국갈등관리학회부회장, 상생협력갈등포럼 중재조정위원장, 대전중구정책자문위원, 충남지방병무청정책자문위원, 충남대학교 국방연구소연구원, 공주대학교 다문화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배재대학교자치여론연구소 부소장, 굿리서치앤 컨설팅 관산연경영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