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과학의 산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학내갈등으로 최대의 위기다. 학생과 평교수회가 서남표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다. 서 총장의 독선과 그리고 소통(疏通)부족이 그 이유다. 지난해 학내에서 4명의 학생이 성적 등 학업에 대한 부담으로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학사관리 및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으나 잘못을 바로잡고 선진화된 대학운영 방침을 약속을 했다. 그러나 올해도 유사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은 서 총장의 즉각 사퇴를 강하게 요구하는 집단행동에 돌입하면서 학내 갈등이 분출하고 있다.

바닷물이 성 나면 배를 뒤집는다.
바닷물은 학생(국민)이요. 배(船)는 총장(정부)이다, 배는 즉 대통령,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등 리더를 가리키는 말이다. 리더가 민심을 헤아리지 못하고 집단을 이끌지 못하면 바다는 성난 파도로 배를 뒤집는다. 책임있는 자리의 사람은 능력의 한계에 봉착할 경우 스스로 떠날 줄 알아야 한다. 자기 결단은 사태를 수습하고 책임지는 최소한의 양심적 행동의 표출이다.

이번 KAIST사태가 학생(평교수회)과 총장간 힘 겨루로 이어진다면 개인의 명예는 물론 과학기술의 산실이라는 최고의 가치(價値)마저 커다란 상처를 입게 된다.

국난은 국민들이 몸으로 막아냈다.
역사는 도도히 흐르는 물과 같은 것이다. 이를 거스르려 한다면 서 총장은 그 심판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근ㆍ현대사를 보면 국난(國難)이 있을 때 마다 민초가 나서 몸으로 나라를 바로잡고 희생으로 국가를 지탱해 왔다. 난관마다 위기에서 건진 주체는 서민(민초)의 몫 이었다.

삼국통일은 호국불교 사상과 백성의 힘이 컸고 조선을 건국했던 고려 말과 임진왜란, 독립운동, 민주화도 민초들의 피 흘린 댓가였다. 한국과학기술원 서남표 총장의 학교운영과 관련한 일련의 학원 사태는 학생과 평교수회의 뜻에 따라 해결되어야 하며 서 총장의 책임지는 결단으로 결자해지(結者解之)되어야 한다.

리더(Leader)는 떠날 때를 알아야
이와 같은 사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개교 4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해 초 학업에 대한 심적 중압감을 견디다 못해 목숨을 버린 4명의 귀한 생명은 대학 운영에 대한 부작용이 원인이었다. 서 총장은 정부 당국의 진상조사에 대한 재발방지와 함께 잘못을 바로잡아 나가겠다고 약속했고 대학운영의 정상화를 전제로 조건부 면죄를 받았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심각한 상황이 재발 재현되고 있다. 대학생이 직접 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하극상과 같은 상황을 맞고 있다. 서남표 총장 신임을 묻는 투표에서 74%의 학생이 퇴진에 동의했다.

서 총장의 리더십에 대해서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한 학생이 88%이며 서 총장의 독선과 경영, 부정직 등의 불신임 또한 10명 중 7명이 넘었다. 부정적인 측면이 이러한 상황인데도 왜 서 총장은 결단하지 못하는가?

이 정도면 학습역량 강화로 세계적인 과학도를 배출하기 위한 목표라 하더라도 궤도 수정이 불가피 하며 목표의 가치가 있다 하여도 사회적 파장을 초래했다면 책임지고 물러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도덕성을 잃으면 아무리 능력이 출중한 사람도 그 조직과 기관을 다스리는데 한계가 있다.

공자(孔子)는 리더십의 조건으로 솔선수범 강조.
공자는 학식과 덕망을 갖춘 사람이 앞장서서 문제를 해결하고 조직과 집단을 발전시킨다 하더라도 물러나야 할 시기를 알아 차리고 몸을 빼는 것 또한 솔선수범의 자세라고 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개인의 소유가 아니며 대한민국 최고의 미래 과학자를 배출하는 요람이다. 독선으로 자리에 연연해야 할 때가 아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명예와 자존을 저울질 할 때가 아니다.

공자는 ‘其身正 不今而不行’<기신정 부금이불행> “리더가 도덕성이 높으면 명령이 없어도 사람이 따르며” ‘其身不正 離今而不行’<기신부정 이금이불행> “리더가 도덕성이 없으면 명령을 해도 따르지 않는다”라고 했다.

서 총장의 퇴진, 자식 잃은 부모 마음과 비교 되나
서 총장은 세계적인 과학자이자 훌륭한 지도자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카이스트 대학 평교수와 학생이 그를 더 요구하지 않고 있다. 아쉬움은 있지만 퇴진은 빠를 수 록 좋다. 늦출 수 록 학내 갈등은 80년대 민주화 운동과 같은 폭발적인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를 생각해 보라! 그 마음이 서남표 총장이 물러서는 것으로 갚아 지겠는가?

이 준 건/ 李 準 建
行政學博士, 국립 한밭대학교 兼任敎授, 한국공공행정학회이사, 한국갈등연구소장, 상생협력갈등포럼 중재조정위원장, 대전지방병무청정책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