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으로 다툼이 생기면 대화가 단절되고, 돌아서서 상대방을 비방하며 흠집을 낸다. 그리고 만나려 하지 않고 시간이 흐르면 그동안 진행되어 왔던 일을 포기하는 수준까지 이르게 된다.

최후 결별을 생각하면서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져 왔던 자본의 배분(資本配分)을 요구하며 청산절차를 밟거나 물리적 단체행동과 함께 법적 문제로 해결하려 한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면 갈등해결을 위한 중재조정자가 나서야 하는데 우리사회는 이와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뒷바침이 미비하고 전문가 인력풀도 절대 부족하다.

자발적 갈등해결을 위한 참여는 협상력을 높이는 키워드다
이러한 공공갈등의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자발적 참여와 이해당사가 협상을 위한 방법을 스스로 설계하거나 합의도출 과정의 권한부여와 시간의 유연성, 파트너십을 통한 동등한 정보공유, 기회보장 등의 방법이 있다.

먼저(셋째) 자발적 참여의 문제는 갈등의 해결을 위한 쟁점을 둘러싸고 있는 이해당사자는 물론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모든 사람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왜냐하면 공공갈등의 이해관계가 단순한 것이 아니라 복잡성과 폭넓게 피해를 입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협상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의 자발적 참여는 문제해결에 있어 가장 견인력이 높은 요인이다. 따라서 자발적 참여는 이해관계자 구성원들의 절대적 지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리더자가 일일이 이해당사자를 방문, 갈등의 경위를 소상히 설명하는 등 설득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또한 협상과정에서 주요 참가자들은 공평한 가운데 의사가 반영되고 진행되고 있다는 확신을 주어야 하며,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데 최선을 다할 수 있다.

당사자들의 협의 과정을 스스로 설계 또는 디자인 한다
넷째, 이해 당사자들이 협의과정을 스스로 설계하고 디자인하여야 한다. 스스로 협의과정을 설계한다는 것은 문제해결을 위한 의지를 녹여낼 수 있을 뿐 만 아니라 상호 존중으로 토론의 설득력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또한 자발적인 설계로 특정의 문제를 돌파하기 위한 상황의 변수를 예측할 수 있으며 실현가능한 상황에 알맞도록 계획되어 합의 가능성에 한발 다가설 수 있으며, 사명감 또한 높아진다.

유연성은 활을 멀리 날아가게 하는 힘이다
다섯째, 어떠한 협상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여지를 갖고 임할 수 있는 유연성이다. 화살을 멀리 보내기 위해서는 활의 탄력성을 높여야 한다. 갈등의 문제를 합의형성 과정의 모든 것을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협상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가 나타날 수 있고 외생변수도 적지 않다.

또한 갈등의 문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미 결정된 내용을 번복하는 등 바뀌는 일도 적지 않다. 특수한 상황으로 치닫는 경유도 있다. 따라서 유연성을 갖고 대처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며 상대방과의 협상과정에서 여지, 즉 말미를 갖고 대처할 수 있기에 양보와 타협성이 높다.

정보와 권한에 대해 동등한 기회를 보장하라
여섯째, 파트너십을 통한 상호간 수직관계가 아닌 동등한 동반자적 관계이다. 예컨대 공공갈등을 유발한 지방정부나 중앙정부, 공기업은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반면, 이해당사자인 주민은 그렇지 못 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관련 정보는 공개를 전제로 상호 공유하여야 하며 어떠한 사안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문제를 제기 할 수 있도록 기회 균등과 함께 의견 또한 존중되어야 한다.

공개되어서 안 되는 일부 자료를 제외하고 입지선정, 환경성검토, 교통영향평가서, 예산, 공사기간 등의 자료는 공개를 원칙으로 해야 합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만약 자료가 공개되지 않으면 공평하고 적절한 합의 도달에 어려움이 있으며 혹여 합의에 도달한다 하여도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질 경우 원점에서 재 논의해야 한다.

참여, 설계, 유연성, 동등성은 화룡점정
공공갈등은 모두가 같은 지점에서 출발하는 것은 아니다. 입장에서 따라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다름을 인정하는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생각이 다르다고 상대를 부정하거나 폄하하여서는 안된다.

특히 경험과 지식, 권한, 자원 등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공갈등에 대한 문제해결 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전문적인 교육과 함께 훈련이 필요하다. 동등한 기회보장이란 형식적인 기회균등이 아닌 실질적인 기회균등으로 갈등해결의 화룡점정(畵龍點睛)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 준 건/ 李準建
행정학박사, 한밭대학교 겸임교수, 한국정정정정책연구원장, 충남대학교 국방연구소연구원, 공주대학교 다문화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 한국공공행정연구원 갈등조정연구소장, 충남발전연구원부설 상생갈등포럼 중재조정위원장, 대전중구 정책자문위원, 충남지방병무청 자문위원, 대전ＭＢＣ자문위원, 한국갈등관리학회부회장, 한국공공행정학회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