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총선은 민주통합당의 강세 속에 새누리당과 대결구도를 갖는 형국이다. 국민생각당과 진보적인 군소정당 등의 약진도 역대 총선에서 볼 수 없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유래 없는 여당의 실정과 정치권의 부정 그리고 부패가 이 같은 총선을 예측하게 하는 바로미터다. 지난 18대 총선은 노무현 정권에 대한 실정과 심판론이 공통악재가 되면서 반사적으로 당시 한나라당이 필승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민주통합당의 공천경쟁이 역대 여느 선거 때 보다 치열하다. 그만큼 당(黨)의 인기가 높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며 다시 말하면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가능성에 한발 다가서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전지역 6개 선거구에는 각 선거구마다 5~7명의 후보가 몰리면서 공천경쟁이 뜨겁다. 국민경선제라는 카드를 들고 나온 민주통합당의 공천경쟁을 위한 잣대로 삼고 있다.

감동의 드라마는 없고 갈등만 보인다
자당 후보간 극심한 경쟁으로 선의를 넘어 조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지난달 광주에서 벌어졌다. 정치권의 지나친 과열경쟁이 우매한 시민의 목숨까지 앗아가고 있는 것이다. 정치가 민복이 목표인데 그 과정은 분명 잘못된 일이며 지나친 과열 경쟁 탓이다. 민주통합당도 이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

당 간판을 바꾼 새누리당도 예외는 아니다. 기존의 현역의원 배제론에 기득권을 지키려는 특정지방, 특정지역의 의원이 반기를 드는가 하면 심지어 공천심위원회의 결정을 뒤엎는 사례 까지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정당사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내부고발을 통해 박희태 국회의장이 물러나는 등 정치권의 핵으로 떠 올랐던 고승덕의원에 대한 공천을 둘러싸고 고민에 휩싸였다.

민주통합당에 친노계와 구 민주계가 있다면 새누리당에는 친이계와 친박계가 공천권을 놓고 기 싸움의 형국이다.

자유선진당도 당쇄신을 위한 물갈이를 들고 나오면서 2~3선을 지낸 구(舊)정치인을 청산한다는 기준을 세웠다. 하지만 대세에도 불구하고 기득권을 지키려는 현역 정치인들과 공천심사위원회의 마찰로 불협화음이 난다.

더 친박화 더 친노화가 갈등만 부추긴다
새누리당은 4월 총선 전략공천을 지역으로 서울 영등포갑 성동갑를 포함한 13곳을 추가지정하고 2차 공천대상 81곳, 경선지역 47곳을 발표했다. 25%컷오프 규정 등에 걸려 탈락했거나 공천이 보류된 현역 의원중에는 친이(친이명박)계가 많아 ‘친이 죽이기’라는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친이계의 핵심인 이재오의원은 공천관문을 가까스로 넘었지만 이 의원과 가까운 현역의원은 대거 탈락했다. 공천이 보류된 진수희, 전여옥의원과 탈락한 권택기의원이 대표적이다. 친이계 중진인 안상수 전대표도 공천이 보류됐다.

2008년 총선당시 친이계가 친박(친박근혜)계 좌장이던 김무성의원을 공천에서 떨어뜨리는 바람에 공천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 되었다. 이런 파문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번에는 이재오의원과 나머지 의원을 분리 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친이계 퇴조가 뚜렸해 지면서 당을 장악한 친박계 색채는 더 짙어지는 분위기다.

민주통합당의 4차 공천결과 호남지역에서 강봉균, 김영진, 신 건, 조영택, 최인기의원 등 6명이 탈락했다. 이들은 친노(친노무현)성향 지도부가 강조하는 정체성과결이 다른 관료나 친민주계 인사들이다. 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는 광주서갑 지역을 여성전략공천 지역으로 정해 한명숙 민주당 대표와 인연이 있는 인사를 경선 후보로 선정하려다 당내 반발에 부딪치자 보류지역을 돌려놓았다.

호남지역에서 호남 물갈이가 친노세력 확대를 위한 지렛대로 쓰인다는 불만이 나온다. 서울 강서을에서 김성호의원은 여론조사에서 3선의 김효석의원을 제치고 자당 후보 중 지지도가 가장 높고 현역의원과의 대결에서도 유일하게 앞서는 후보인데 친노지도부에 밀려 경선조차 나서지 못하도록 원천 봉쇄되어 지역구민이 구명운동에 나서는 등 후유증이 심각성을 넘고 있다.

민주당 공천에서 임종석사무총장의 거취가 화약고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1심에서 비리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은 임총장을 공천하면서 다른 예비후보들의 도덕성을 검증하는 것은 분명한 이중 잣대다. 임 사무총장이 한 대표 체제의 핵심인 만큼 사천(私薦)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 두 당이 특정인의 친박화 친노화가 심해지고 있는 것은 또 다른 갈등을 야기하는 것이다.(동아일보발췌 2012, 3, 6일자),

국민이 공감하는 공천기준을 투명하게 밝혀야 갈등 않고 감동한다
문제는 모바일 국민경선제를 도입하면서 공천심사에 대한 정확한 잣대를 사전에 공개했어야 한다. 채점기준이 모호하다 보니 결과에 대해 승복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 국민은 기분 좋은 패배를 인정하거나 깨끗한 승복에 대해 평소 가르치지 않았다. 무조건 선거에서 2등은 없다는 의식도 더 큰 문제다.

당연히 갈등은 커지고 분열과 후유증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갈등의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첫째, 지역에 정치사관학교를 만들어 좋은 인재를 평소 발굴하거나 지망생들에게 인성 및 정치 교육부터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연중 그리고 선거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평소 정치에 대한 철학과 소신을 갖고 학습하는 분위기에서 지역주민에게 다가가는 생활정치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한국에만 제대로 된 정치학교가 없다.

둘째, 장기기증자 또는 헌혈횟수, 봉사활동시간 등을 기준으로 공천심사에서 평가할 수 있다. 그래야 만 자신이 평소 지역을 위해 봉사 하거나 정치일선에서도 부정과 부패의 유혹을 물리치고 투철한 봉공정신으로 국가를 위해 일 할 수 있다.

셋째, 재산축척에 대한 명확한 해명과 함께 사회 환원에 대한 소신을 피력해 보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정치지도자에 대해 사전에 도덕적 검증을 측정해보는 것도 부패한 정치시장을 맑게 하는 방안이다.

넷째, 당선 가능한 정당으로 자신의 이익만 쫒는 것이 아니라 정당의 정강정책을 통한 일관성을 통해 유권자의 마음을 잡는 정치이어야 한다. 정당을 마음대로 옮긴 정치인에게는 감점을 주는 공천기준도 설득력이 있다.

정치인들이 자신의 이익만 앞세우다 보니 유권자는 안중에 없고 선거 때면 표를 구걸하듯 나타나는 폐단을 막을 수 있다. 또한 광역 및 기초의원까지 따라 정당을 옮길 수 밖에 없는 현실이어서 폐혜가 크다.

특히 지역을 지키며 살아온 시간도 공천에 반영되어야 한다. 선거 때만 되면 서울에서 고위직을 지내다 귀향하여 표를 달라는 사람도 문제다. 자녀들의 교육이나 부동산 자산증식에 대한 심리 등으로 서울에서 생활하다 선거 때면 고향을 찾는 후보에게도 공천의 잣대가 되어야 한다.

지방자치 시대이고 또한 지역을 알아야 유권자의 마음을 읽고 당선이 되면 중앙에 올라가 제대로 일할 것이 아닌가? 알량한 지식을 갖고 고위직을 지냈다는 것만으로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에게 공천에서 심판하는 것도 지방자치발전을 앞당기고 정치시장의 변화를 꾀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이 준 건/ 李準建
행정학박사, 한밭대학교 겸임교수, 한국정정정정책연구원장, 충남대학교 국방연구소연구원, 공주대학교 다문화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 한국공공행정연구원 갈등조정연구소장, 충남발전연구원부설 상생갈등포럼 중재조정위원장, 대전 중구 자문위원, 충남지방병무청 정책자문위원, 한국갈등관리학회부회장, 한국공공행정학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