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 새해 첫 ＫＢＳ-TV 대담프로그램의 주제는 ‘2012 하나 되는 대한민국’이었다.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갈등으로 사분오열하고 있는 민심을 더 이상 방기할 수 없다는 현실에서 그 해법을 찾기 위한 방송이다.

갈등이 지금과 같이 심각한 상황이라면 국민은 정부를 더 이상 믿고 따르기 힘들 것이며, 정부 또한 각종 정책을 편다 해도 갈등의 발목에 잡혀 그 실효성을 거두기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갈등이 없다고 좋은 사회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갈등이 발생했을 경우 이를 해결하는 사회적 시스템이 없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임)

정부는 공공갈등을 유발하는 주체이다
필자의 연구논문에서 공공갈등을 유발하는 주체가 정부(청와대), 정치권(국회),언론, 지방의회, 시민단체 등의 순으로 조사 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갈등의 문제해결 시스템은 아직 미미한 실정이다. 사회갈등으로 해마다 국가 1년 예산(2012년 기준, 325조원)과 맞먹는 수준의 비용이 지불되고 있다. 갈등의 심각성은 심각하다.

연구 결과, 정부는 갈등을 가장 많이 유발하는 주체임이 증명됐다. 전(前)정권이나 현(現) 정권이나 대등소이하다.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전에 갈등이 얼마만큼 발생할 것인지를 따져 보아야 하는데 그러한 과정 없이 무작정 정책(사업)부터 추진하고 있다.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공공갈등이 폭발적일 수밖에 없다. 심지어 사업정보가 새나가기라도 하면 사업 시작 전 갈등이 발생되어 아예 추진도 못하고 손을 놓는 경우가 적지않다.

교통영향, 환경영향평가는 있는데 사전갈등영향 평가 제도는 없다
교통영향평가와 환경영향평가는 법적으로 사업착수 전에 반드시 이행하도록 강제 절차가 있다. 그러나 갈등영향평가는 강제할 수 있는 법과 제도가 없다. 실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당연히 갈등은 발생할 수 밖에 없고, 그 비용은 고스란히 국가가 떠 안아야 하는데 정부는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손을 놓고 있다. 정권의 눈치나 살피고 자당(自黨)의 이익을 위한 일에는 무력(武力)도 불사하지만 국익에 도움 되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한 노력은 기대치에 못 미치고 있다. 그러니 국민들로 부터 마음이 떠나 정당(한나라당, 민주당)이 무너지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갈등관리 법과 제도 및 갈등관리사 제도 도입 할 때
필자는 갈등관리법(가칭)을 국회에 입법추진을 해야 한다고 누차 강조해 왔다. 이와함께 갈등관리사 자격증제도를 도입해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에 공무원을 뽑아 배치하고 민간 기업은 일정기준을 만들어 최소 300~500인 이상 규모있는 사업장에 반드시 자격을 갖춘 사람을 고용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사회복지사 제도가 정착되기까지 미인가(微認可) 시설에서 불법과 탈법이 자행되고, 특히 경찰과 소방분야는 행정의 사각지대로 인권 침해와 각종 화재 등으로 인명피해는 물론 사회적 혼란을 겪은 후 이 제도가 도입, 정착됐다.

2010년 6월 지방자치선거에서 소통을 공약한 자치단체장은 사통(私通)의 수단으로 갈등을 풀어 가려하지만 복잡하게 얽힌 갈등의 문제를 해결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특성 때문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 행정의 수장(首長)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의 지역발전을 위한 종합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나 지자체는 제도적 접근으로 갈등이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대안이며 가장 바람직하다.

역대 정부 갈등만 양상하고 해결은 못하는 딜레마
현 정부는 2008년 5월 쇠고기 수입협상으로 서울광장의 촛불시위로 몸살을 앓았고, 이듬해 1월 용산재개발사업 갈등현장의 주민을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인 많은 사람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 사후(死後)에도 피해자 유족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1년여 동안 장례도 치르지 못하다가 가까스로 봉합됐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아직도 그 후유증이 남아있으며 평택쌍용자동차공장, 부산 한진중공업 김진숙위원 타워크레인 농성사태 등의 노사갈등은 그 해법을 찾지 못해 장기화되면서 경제, 사회적 손실이 컸다. 행정수도(세종시) 문제는 관습법에 의한 위헌으로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축소되는 과정에서 갈등을 겪었고 ＭＢ정부는 세종시 건설 수정안을 들고 나와 지역민과 정부의 자존심 대결로 심한 갈등을 겪고 난 후 정부가 수정방침을 철회하면서 원안으로 되돌렸다.

대통령공약 사업인 동남권 신공항건설 백지화 등 각종 국책사업을 추진하면서 공공갈등이 폭발적으로 사회혼란을 가중시키는 등 행정지연과 사업번복에 따른 많은 비용이 지불됐다.

정부보다 앞서 지자체가 나서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
상황이 이러한 데도 공공갈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법과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답답한 현실에서 최근 서울특별시가 갈등관리조정관(4급서기관)을 특별 공개 채용하고 나선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부천시도 갈등문제 해결을 위한 전문가를 공개적으로 위촉하고 나섰다. 더 이상 갈등의 문제를 국가에 기대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지자체의 분위기 확산되고 있다.

충남도내에는 서해안 가로림만조력발전소 건설 갈등을 비롯해 홍성~예산 통합문제, 당진 동부화력발전소건립 문제 등 20여 곳의 공공갈등 현장이 있으며 대전광역시도 세종시와의 택시사업권 갈등을 비롯해 유성 공용버스터미널 이전신축문제, 정림동시립화장장 이전문제 대전시하수종말처리장(원촌동) 등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단체장의 고민은 있는지 모르겠으나 해결의 비책(秘策)은 없는 것 같다.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하고 이제 선진화로 나가야 하는 중대한 길목에서 공공갈등이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여야, 학자, 시민이 함께 하는 ‘2012 하나되는 대한민국’ 토론회에서도 갈등관리는 이제 법과 제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툴(tool)을 만들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하루빨리 정부가 유발한 갈등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차원의 입법이 필요하다. 결자해지 차원이 아니다 하더라도 정부의 역할이고 적극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더 이상 방기하면 국민은 둘로 쪼개지고 나라는 혼란스러울 것
갈등으로 국민이 분열되면 국가 존립에 치명적이다는 것은 역사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고종은 대한제국을 세웠으나 조선말 부패의 고리를 끈지 못하고 결국 일제치욕의 역사를 맞았으며 정부수립 후 친일파와 민족주의자간의 갈등과 국력을 결집을 못하고 6,25사변을 당했다. 이승만 정권 후 민주당이 집권했으나 좌우 대립으로 군인이 정치에 나서는 비운의 역사를 경험했다.

정부와 정치권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
영?호남지역으로 갈라진 망국의 지역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채 최근 좌(左)와 우(右), 진보(進步)와 보수(保守)의 이념 갈등으로 또 분열하고 있다. 세계화 시대 우리는 힘을 하나로 모아 선진국으로 도약해야 하는 큰 틀을 넘어야 한다. 이대라면 국운상승(國運上昇)이 가능하겠는가?

이 준 건 /李 準 建
行政學博士, 한밭大學校 兼任敎授, 한국정정정정책연구원장, 한국공공행정학회 부회장, 갈등관리 플러스충남포럼 갈등중재조정위원장, 충남지방병무청정책자문위원, 충청남도지방공무원교육원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