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소각장, 하수종말처리장 슬러지소각, 찜질방, 사우나, 수영장, 헬스장, 영화관, 과학관, 풋살장, 환경생태공원 그리고 동사무소(주민자치센터)가 한지붕 아래에 살림을 차렸다.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현실이다. 아산시 환경과학공원은 공공정책사업 추진과정에서의 갈등을 넘어 미래사회, 공존과 공영의 지방시대의 롤 모델（Ｒｏｌｅ　ｍｏｄｅｌ）을 제시하고 있다.

갈등을 넘어 상생 협력의 새 모델

필자는 심한 공공갈등을 겪고 얼마전 준공한 아산시 환경과학공원(쓰레기소각장)을 다녀왔다. 충남상생갈등포럼 임원과 회원과 함께 벤치마킹을 위한 학습 동행이었다. 쓰레기소각장이 더 이상 혐오시설(비선호시설, 기피시설)이 아닌 지역을 발전을 이끌어 가는 최첨단 시설로 태어났다.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공익시설로 소각장에서 발생하는 악취와 매연, 비산먼지 등을 완전 흡입, 연소시키는 선진 시스템이다.

쓰레기를 태우며 발생하는 열(熱)은 인근 공장의 에너지(온수) 및 공공기관, 편의시설에 이용되면서 지방재정의 수익을 증대시키고 나아가 지역주민에게 그 혜택을 고스란히 되돌려 생활편익을 높이고 지역발전을 이끄는 새로운 모델이 되고 있다.

갈등을 푸는 방법 몰라 20년 가까이 걸려(담당 공무원에 책임성 부여 정책 일관성)

아산시 환경과학공원 건립기간은 설계에서 완공까지 20년 가까이 긴 시간이 걸렸다. 당초 후보지를 선정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역주민의 거센 반발로 사업이 중단되거나 백지화되는 과정에서 대화와 설득 등 갈등해결을 위한 오랜 시간을 보냈다. 1차적으로 추진했던 음봉면 원남리는 주민의 강력한 반발로 포기하고 새로운 후보지를 찾았다. 사업을 중단하고 새 후보지를 찾는데 4차례 변경하며 10여년이 넘게 걸렸다.

지금의 배미동 건립지는 주민을 설득하기에 앞서 시청직원은 물론 경찰서, 교육청, 농촌공사, 시민단체, 대학, 농협 등 지역 여론주도층의 인사를 우선적으로 선진지 견학을 통해 쓰레기 소각장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데 행정력을 쏟았다. 그리고 왜곡된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시정의 신뢰를 높였다. 특히 업무 담당공무원을 사업의 마무리까지 책임성을 갖고 추진할 수 있도록 보직인사 없이 안정화하는 등 행정의 일관성을 부여했다. 언론을 활용하여 시정에 대한 신뢰성을 지속적으로 보도하며 전형적인 거버넌스，즉 참여를 통한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가 주요했다.

주민을 설득하기 위한 많은 시간을 인내를 갖고 지속적으로 노력했다. 공사기간이 3년이 채 걸리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전체적으로 후보지를 선정하고 갈등해결을 위한 주민의 동의를 얻는데 13년이 걸린 셈이다. 이해당사자 주민들과의 견해차로 엄청난 갈등을 겪고 오늘에 이른 것이다.

지역 주민들은 쓰레기 소각장 설치, 반대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집단으로 쓰레기장을 점거, 물리적 충돌도 적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며칠씩 쓰레기를 수거, 반입하지 못해 시내 곳곳에 생활쓰레기가 수북이 쌓이는 등 청소행정이 마비되어 사회적 비용을 치루는 등 심각한 대립과 반목도 있었다.

한 지붕 적과의 동침으로 상생협력

이와같은 시련을 겪고 준공한 아산시 환경과학공원은 쓰레기 소각장과 공공기관이 한 지붕 아래에서 공존과 공영하는 새 모델이 되고 있다는 것은 시사 하는 바가 크다. 3만여평의 부지에 시민에게 개방되는 편익시설은 온양4동사무소를 비롯해 주민자치센터, 공중사우나, 찜질방, 헬스장, 수영장 등이 한곳에 있다.

주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넉넉한 주차시설을 비롯해 조각공원과 조화를 이루면서 여가를 선용하고 생활건강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환경생태공원도 조성되어 있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사우나 및 찜질방은 쓰레기를 태워 발생하는 열을 공급, 최고급 시설이면서 이용료가 저렴해　접수창구가 밀려 기다려야 할 만큼 명소가 됐다.

쓰레기를 태워 없애 돈을 벌고 태우면서 발생한 에너지를 팔아서......

아산시 환경과학공원은 쓰레기를 운반하고 소각을 하면서 발생하는 각종 악취를 느낄 수 없다. 서울 도심의 빌딩이나 공공시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미려한 디자인으로 설계됐다. 엄격한 국제 대기환경 배출기준을 능가하는 첨단시설이다.

하루 처리하는 쓰레기 소각량은 150여톤. 여기에서 발생하는 폐열(廢熱)은 지방재정을 살찌우는 수익증대의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우선 한울타리에 들어서 있는 온양4동사무소(주민자치센터)의 난방은 물론 회의실 사우나와 찜질방, 영화관, 장영실과학관 등의 에너지원으로 공급, 활용된다.

특히 인근 제지 공장에 열을 판매하여 연간 30억원의 수익을 증대시키고 있다. 공장측에서 추가요청을 하고 있으나 발생열량이 모자라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인근 홍성군의 소각장 시설이 노후화되어 수탁을 요구하고 있어 1월2일부터 홍성군 쓰레기를 반입하고 있다. 예산군도 소각장 수리정비기간 중 한시적이기는 하지만 반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경우 처리수입과 온수공급이 추가되어 아산시 재정에 큰 도움이 된다. 홍성군은 소각시설이 노후화 되어 정비비용이 워낙 많이 들어 지자체간 통합관리에 따른 상호적 욕구가 맞아 떨어져 홍성은 추가적인 예산부담을 덜고 아산시는 수입을 극대화할 수 있는 1석3조다.

미래 산업의 가치를 높이는 결정체(쓰레기장에서 데이트를 하고 식사하며 커피를 마신다

장영실 과학관은 학생들의 현장학습은 물론 아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첨단과학 도시로써의 면모를 갖추는 새로운 홍보 및 학습 장소다. 지역은 물론 인근지역의 미래 과학영재 육성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공간이다. 300석 규모의 3Ｄ입체영화관은 최첨단 영상기술의 결정판으로 매우 인기가 높아 사전에 예약해야 한다.

가장 이목을 끄는 것은 지상150ｍ（건물 70층 높이)의 그린타워다. 아산의 자존심이자 아산시민의 명소가 됐다. 전망대에 오르면 신정호와 아산시내를 가로지르는 곡교천이 한눈에 들어온다. 경양음식점 및 커피숍으로 단장되면 가족단위는 물론 젊은이들의 꿈과 낭만을 즐기는 데이트 장소가 된다. 여기에서 연간 5천만원의 순수 임대료 수입이 발생한다.

지역주민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명소로 자리 매김

이밖에 풋살장, 농구장, 테니스장 등 각종 스포츠시설이 들어서 있다. 생태공원은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정화된 후 산책로를 휘감아 수생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쓰레기소각장이 님비시설이 아닌 핌비시설로 변모한 아산시 환경과학공원은 심한 갈등의 댓가를 치르고 얻어진 명소이어서 이제는 주민의 편익은 물론 도로확포장 등의 개발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등 혐오시설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주민들은 당초 반대했을 당시의 우려와는 달리 공공의 편익시설로 삶의 질을 한층 높였다는 점에서 갈등은 이제 우리의 미래를 가치를 높여주고 반드시 풀어 나가야 하는 학습적 효과를 경험했다. 앞으로 갈등을 풀어가는 방식에 있어 조건적 해법이 아니라 주민의 수용성을 높여가는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이준건(李準建)행정학박사, 국립 한밭대학교 겸임교수, 한국정정정(精貞正)정책연구원장, 충남발전연구원부설 상생협력갈등포럼 갈등중재조정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