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낸다는 것은 삶에서 의미 있는 일이다. 평생 책 한권 내지 못하는 사람이 대다수인 것이 현실이다. 시간도 부족하지만 소재를 찾기가 쉽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돈이 많이 든다. 범(虎)은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기는데 이는 책을 통해 자신의 철학을 녹여내는 도구라는 의미이며, 그 가치 또한 존경 받을 만 한 일이다.

정당은 무너졌는데 나만 살겠다는 정치인

2012년 4,11 총선을 앞두고 여의도(국회)에서 출판기념회가 연일 북적이고 있다. 국회의원 회관을 빌리기 조차 어려울 정도로 출판기념회가 러시다. 1주일에 평균 18차례의 출판기념회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하루 3~4차례 열리는 셈이다. 출판기념회가 아니라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이들 정치인은 해마다 한두권의 책을 출간한다. 그들의 속셈은 뭘까?

출판기념회는 필자가 직접 나와 책을 쓴 동기와 내용을 소개하는 것이 상식인데도 이와같은 순서는 없고 찾아온 사람 손을 잡고 인사나누기에 여념이 없다. 제사보다 잿밥에만 관심이 있다. 오로지 책을 팔아 선거비용을 마련해 놓고 보자는 심산이 깔려 있다. 돈 챙기기에 급급한 것이다.

정치인 출판기념회 꼼수의 현주소

심지어 지방에 선거구를 둔 의원은 몇 대의 관광버스까지 동원해가며 사람 모으기에 혈안이다. 전세버스 임대료 보다 책값으로 챙기는 것이 수지가 맞는 것이다. 특히 자신의 세(勢)를 보여주기 위해 사람을 끌어 모으느라 돈을 펑펑 써대며 애쓰는 모습은 그 처절함에 동정심을 느끼게 한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출판기념회란 말인가?. 무엇을 위해 책을 쓴다는 것인가? 책에 담은 내용은 대다수 자신이 직접 집필한 것도 아니다.

늘 정쟁(政爭)만 일삼고 국회에 도끼와 톱, 망치 등 난동을 부리는 것도 부족해 심한 몸싸움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니 책에 담을 소재도 없을 것이고 쓸 시간도 없는 것은 당연지사다. 국회의원 중에 글을 옮겨 쓸(작문)만큼 실력을 갖춘 의원이 몇 명이나 있는지 의심스럽다. 실제로 대개 작가의 손을 빌려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맘 때면 여의도 주변에는 작가를 구하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또한 능력있는 대필자를 경쟁적으로 찾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당연 작가(대필사)는 이 때 한몫 챙긴다.

책은 저자의 혼을 담는 그릇, 정치인의 디딤돌이 되어서는 안돼

한권의 책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밤을 새워가며 적어도 수개월에서 1년 가량의 장 시간이 필요하지만 작가를 불러 대략 설명을 해주고 나머지는 상상력을 동원해 소설을 쓰는 수준이다. 그러하다 보니 급조하기 일쑤며 더 큰 문제는 저자의 철학은 없고 치적만 앞세우기 급급하다. 예컨대 아무개시민단체 의정활동평가 우수의원, 아무개입법발의, 아무개예산확보 등 일색이다. 책을 넘기고 싶은 마음이 없다.

얼마 전 서울 강서(을)에서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김성호 전,국회의원(16대)은 아프리카를 종?횡단하고 장장 4년반 동안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을 모아 “안녕 아프리카”라는 옥고(玉稿)를 냈다. 대전의 모단체장은 한권의 책을 냈는데 지인이라고 자칭한 사람이 100권의 책을 무더기로 가져와 사달라고 다니는 부류와 극명하게 대조된다. 누구를 위한 선량이고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는 사람인지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다. 차라리 밤을 새가며 지역발전을 위해 일해도 모자랄 터인데......

천하가 아는 것을 정치인만 모르고 있나

정계에 입문하려는 원외의 선량은 고위 공직자, 기업인 등이 대부분인데 자신이 몸담았던 곳에서 일한 공적이나 성공기를 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가로부터 월급을 받으면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 자신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이고 자신만이 해낸 것처럼 부풀려 과장, 표현한다. 참으로 딱한 일이다.

혹여 책을 인쇄하는 비용마저 검은 돈이 흘러 들어가지는 않았는지 의심스럽다. 어찌 유권자들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부끄러워 할 줄 모르는가? 철면피가 아니면 정치인이 되지 못하는 것인가? 이러한 사람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니 국회에 들어가 올바른 정치로 나라를 바로 세울 수 있겠는가? 선비정신은 찾아 볼 수 없고 오죽하면 나 꼼수(정치풍자)가 히트를 하겠는가? 정병주 전, 국회의원(17대)이 최근 법정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구속될 처지에 놓여 있으니 나 꼼수마저 자유롭게 접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꼼수가 아니라고 자신있는 정치인은 나와라

책의 제목도 그럴 싸 하다. 자신만이 이 세상에 최고의 초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내용이다. 70~80년에나 먹혀 들만 한 고전적 성공기가 대다수다. 그 만한 과정을 거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며, 그 만한 일을 하지 못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가령 그러한 능력을 갖추었다면 실천적 의지로 평소에 주위로부터 칭송을 받거나 받았어야 하지 않는가? 또 스스로 그 품위를 존경받도록 입소문으로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 아닌가. 당(黨)은 국민으로 멀어졌고 붕괴되어 사면초가인데 내년 선거에서 당선되어 보겠다고 챙기는 모습을 보면 정치적 이기주의 시장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된다.

스티븐잡스는 부모로 부터 버림받고 변변한 대학공부도, 업계에서 기술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몇 차례 실패로 어려움도 겪었다. 평생 청바지와 잠바차림을 하면서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의 결실로 빛보다 빠른 스마트폰의 혁명으로 지구촌을 손끝 하나로 묶어 70억 인구를 놀라게 했다.

책을 한권내면 능력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적어도 1억원 이상의 돈이 들어온다. 출판기념회에 필요한 제비용을 빼면 평균 8,000~9,000만원을 손에 쥔다고 한다. 이 돈에 목을 맨 정치인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국민은 갈등한다. 자신의 저서를 자식과 자신의 책꽂이에 자신있게 꼽아놓을 수 있는 정치인은 나와라!
천하위공(天下爲公)이라는 말을 곱씹어 보아야 한다. 그리고 내년 선거에서 이를 심판하는 정답의 문제가 되어야 한다.

이준건(李準建)행정학박사, 국립 한밭대학교 겸임교수, 한국정정정(精貞正)정책연구원장, 충남발전연구원부설 상생협력갈등포럼 갈등중재조정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