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일간지에 ‘염홍철시장 왜 이러나’ 라는 제하의 글을 놓고 언쟁이 벌어지고 있다.

경위는 이렇다. 충남대 정용길교수가 대전시의 잘못된 정책과 인사를 꼬집은 것을 두고 대전시청 소속의 양승찬 과학기술특구본부장이 ‘정용길교수의 주장에 반론을 제기하며’라는 반박의 글을 실었다. 그러자 정교수는 ‘양 본부장의 반론에 부처’라는 제하의 기고를 내보냈다.

시민의 한사람으로 시정이 올바로 가도록 지적하는 것은 당연

언론의 자유가 헌법에 보장되어 있기에 지역의 문제를 얼마든지 언론을 통해 잘못을 지적하고 시정을 바르게 이끌어 가도록 할 수 있다. 정교수가 지적한 내용이 가령 잘못된 시각에 의한 판단이었다면 그 부분에 대해 얼마든지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지면을 통해 옳고 그름을 주장하며 갈등을 키우는 것을 보면 마음이 무겁다.

지방자치의 참 뜻은 ‘그 지역이 갖고 있는 무한한 유ㆍ무형의 자원을 지역의 선량(지도자)을 선출하여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특히 지역의 문제를 각계 전문가가 참여(Governance)하여 대화를 통해 타협, 상생(相生)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필자는 누구의 잘 잘못을 따지고자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150만 시민으로부터 위임받은 행정의 권한을 이러한 식으로 접근하려는 공직자의 자세가 옳지 못했으며 갈등을 풀어가는 나름의 방식을 제시하고자 한다. 발단은 지역의 학자가 잘못된 방향으로 시정이 비추어지고 있는 것을 걱정한 나머지 바로잡아 달라는 주문의 이야기였다. 정교수의 지적은 학자(學者)이기 전(前)에 시민의 한사람으로 얼마든지 쓴 소리를 할 수 있다.

참 소리를 겸허하게 받아 듣고 시정에 반영해야

덴마크 국회의사당 현관에는 사람의 귀 모양을 상징물로 제작해 놓고 손으로 머리를 잡고 고민하는 조형물을 제작해 놓았다. 스웨덴 시청사는 청사 건립의 주역인 건설근로자를 비롯해 각계 시민들의 형상을 작품화 해놓았다. 조선시대 임금도 백성들의 삶을 들여다보기 위해 평상복 차림으로 민심을 살폈다. 참 소리를 듣기 위한 것이다.

시민의 참 소리를 살피지는 못하더라도 이를 지적한 것을 당사자도 아닌 시의 한 간부가 전면에 나서 반론하는 것은 방법론에 있어 잘못 된 것이다. 한마디로 진정한 지방자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의 한계를 남용하는 것이며, 진정한 지방자치 시대를 실현하는 공직자의 자세가 아니다.

양본부장은 반론에서 건전한 비판에 대해서는 겸허한 자세로 수렴하는 것은 당연하겠으나.(중략)........라고 했다. 또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 해도 교수의 견해를 존중하고 싶다.......라고도 했다. 그러나 말미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근거해 반복적으로 특정인이나 특정기관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리 기고자가의 주관적 가치판단에 의한 견해라고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제3자의 잘못된 개입으로 갈등만 더 키웠다

정교수의 기고는 지적사항을 바로잡아 주거나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막고자한 진심의 글이었을 것이다. 이에 대한 답을 염 시장으로 부터 직접 듣기를 원했지 제3자인 시의 한 간부로 부터 듣고 싶어 했던 것은 아니었다. 이 사안을 책임질 수 있는 라인에 있는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염 시장을 대변하는 직에 있는 것도 아니다.

정교수도 양 본부장의 반박의 글이 나오자 ‘양 본부장의 반론에 부처’라는 재반론에서 양 본부장의 직무범위가 그렇게 포괄적인지 묻고 싶다고 했고, 염시장이 이 문제에 대해 진솔하게 반론을 제기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양 본부장의 주장이 옳았다 하더라도 시장을 대변하는 지위선상에 있지 않으면서 반론의 글을 자위적 판단에 의해 댓글을 써내려갔다면 월권적이고 권위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한 공무원 조직의 특성상 윗사람의 동의를 받지 않고 글을 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한 일이다. 그렇다면 윗선과의 동의 또는 지시가 있었다는 예측도 가능하다.

염시장이 일부 사안은 재발방지를 위해 시정하겠다고 사과

정교수가 주장한 문화산업진흥원장 공모과정에서 이효정씨(탈렌트)를 선임과 관련 드라마 제작을 위해 1주일에 하루 공식적 연가로 인정해 주고, 연봉까지 크게 올렸으며 관사까지 제공한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 했고, 도시철도 2호선 문제도 기종변경 과정에서 업무의 역동성으로 때문이라는 긴급성을 고려했다 하더라도 사전 노선선정과정에서 심한 갈등을 겪었고 150만 대전시민의 관심사였던 점을 고려하면 원만한 행정을 펼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복지재단의 인사 문제도 전문성이 결여된 직원을 뽑았고, 마케팅공사 사장 선출과정도 매끄럽지 못해 지역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임면권자의 고유권한이라고 하지만 시민들의 정서가 더 중요하다는 점은 왜 모르는 것인가.

우리사회 아직도 주장만 하고 갈등을 푸는 방법은 소극적

이처럼 시정이 심각한 갈등 상황인데 풀어가는 방법은 극히 소극적이다. 겨우 지면을 통해 자신의 주장만 고집하는 것은 옳지 않다. 시정은 공직자가 잘 알아서 하고 있으니 잘 이해가 되지 않거나 모르는 것을 지적하는 것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지방자치는 주민을 이해시키고 보호하며 감싸 안는 것

필자는 정교수(시민)가 설사 정책을 잘 모르고 지적을 했다 가정 하더라도 양 본부장이 시정에 대한 애착이 있다면 직접 문제의 글을 들고 찾아가 납득이 가도록 충분히 설명했어야 했다. 대놓고 지면을 통해 반박의 글을 올리는 것은 누가 잘 못했는지 공개적으로 논쟁을 해 보자는 처사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특히 이와같은 일이 있기 전에 정교수가 지적한 일부 사안에 대해 염시장이 이미 사과까지 했다.

그렇다면 양 본부장이 업무의 책임선상에 있지 않고 대변인 자격도 아닌 상황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보면, 지나친 충성심의 발로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지금 서민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삶은 팍팍하고 희망의 빛은 멀어지고 있다. 정치는 국민을 외면하다 정당이 뿌리 채 뽑히고 있다. 미국의 마이클 센델 교수가 쓴 정의란 무엇인가? 라는 제하의 글이 도화선이 되어 지구촌은 지금 99%가 1%의 부자를 향해 불균형화 된 것을 바로잡기 위한 거침없는 요구를 하고 있다.

지방 자치행정은 주민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고 위임받은 권한을 성실히 심부름하는 자리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번 갈등은 자신의 주장을 설득만 하려 할 것이 아니라 상호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직접 만나 성심과 성의를 다하는 지방자치의 참된 공직자의 자세를 보여 주었어야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준건(李準建) 국립 한밭대학교 겸임교수(행정학박사)한국정정정(精貞正)정책(政策)연구원장, 충남발전연구원 상생협력갈등포럼 조정위원장, (사)한국공공행정연구원 갈등연구소장, 한국공공행정학회 부회장, 한국행정사학회 이사, 공주대학교다문화센터 선임연구위원, 충남대학교국방연구소 연구부장, 배재대학교 자치여론연구소 부소장, 한민대학교 새마을연구소연구위원, 대전광역시 중구정책자문위원, 대전ㆍ충남지방병무청자문위원, 대전MBC문화방송자문위원/손전화 010-4499-78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