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을 앞두고 스물여섯 차례 맞선을 보고 결혼했습니다. 그런데도 만족하지 않습니다” 세상사람 중 어떠한 부부간 만족하며 살까? 통계에 따르면 10쌍중 궁합이 잘 맞는 부부는 불과 2쌍이 안된다고 한다.

최근 시·군간 통합이 다시 재 점화되고 있다. 서천~군산간 통합 논의가 흘러나오고, 예산~홍성간 통합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성공여부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부정적이다.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충족요건이 맞지 않는다.

통합은 의욕만 갖고 성사되는 것이 아니다.

최근 내포 신도시 충청남도 청사 이전을 앞두고 예산~홍성간 통합에 대한 주민들의 여론이 끓고 있다. 2009년 정부가 행정체제 통합에 나서면서 시군통합을 하는 지자체에 50억원의 인센티브 제공 등 전방위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러나 실제 통합에 성공한 지역은 마산, 창원, 진해 등에 그쳤다. 그러나 성급하게 서둘렀다는 성토와 함께 또 다른 갈등을 겪고 있다.

예산~홍성간 통합의 필요성과 당위성, 즉 명분은 충분하다. 충남도청 이전 후보지역의 내포신도시는 2020년 인구 10만 규모의 신도시를 구상하고 있다. 내년 말 이전을 마무리하고 2013년 시무식을 신청사에서 한다.

그러나 지난 2006년 도청이전 후보지 추진과정에서 생각하지 못한 여러가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후보지 결정 과정에서 지자체간 치열한 유치경쟁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홍성과 예산의 중간지역을 후보지로 결정했다. 발표 당시 홍성도 예산도 모두 환호했다.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 도청사가 이전해 온다는 자부심에다 경제는 물론 지역발전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도청이전에 대한 기대감에 매몰되어 갈등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정작 입주를 앞두고 기대감은 작아지고 오히려 홍성과 예산군민간 통합에 따른 불합리한 문제로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도청사는 홍성군에 사업소 등 각종 기관은 예산군에 건립되어 당장 주소 사용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쓰레기 봉투가격도 홍성은 L당 320원, 예산은 280원, 학군도 혼란을 겪을 수 있다. 쓰레기처리문제(행정구역별로분리처리), 하수종말처리장, 버스노선, 택시요금체계 등 다양하다. 천안아산KTX역의 택시요금의 문제는 7년이 지난 지금까지 합의하지 못하고 천안과 아산운송사업자간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 홍성군민은 통합을 적극 찬성하고 있는데 예산군민의 반대는 분명하다. 2009년 통합을 추진했던 당시와 유사하다.

2009년 충남도내에서 시군 통합을 추진하다 실패한 곳은 대전~옥천간, 대전~금산간, 천안~아산간, 공주~부여간, 홍성~예산간이다. 결론은 모두 실패로 끝났다. 왜 그랬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두 지자체간 사전에 충분한 교감 없이 의욕만 앞세웠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권과 관(官)이 주도적으로 나섰던 것이 큰 걸림돌이었다.

특히 인구, 경제, 예산 등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규모가 큰 지자체가 앞장서면서 상대적으로 작은 지자체가 예속될 것을 우려한 나머지 반대했다. 공주~부여간 통합은 당시 김무환 부여군수가 사전교감 없이 일방적 통합 발표하는 형식이었다. 언론을 통해 소식을 접한 이준원 공주시장은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라며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고 결국 한발도 내딛지 못하고 무산됐다. 그러면서 두 시군간 관계는 소원해 졌다. 공주시민들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부여군수의 일방적 비난의 목소리가 컸다. 공주대 교명변경 문제로 심한 갈등을 겪고 상처가 아물기 전이어서 반응은 더 민감했다.

첫발부터 엇박자, 겉도는 것을 (Mismatch)를 찾아라

지난 10월28일 공주대학교 산업과학대학 컨벤션홀에서 열린 예산군의 통합에 관한 세미나에서도 2년전 악몽을 떠올리는 군민이 많았다. 당일 지역언론사 주최로 홍성군에서도 이달곤서울대교수(전,행정안전부장관)가 참석한 가운데 예산군과의 통합에 관한 세미나를 가졌다.

출발부터 엇박자다. 통합은 이해당사자간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리고 신뢰가 전제되고 투명해야 하며 더 중요한 것은 민(民)주도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럼에도 홍성군과 예산군은 각각 시군 통합을 논의하기 위해 같은 날 다른 장소에서 세미나를 가졌다는 것은 사전 교감은 물론 기본적인 소통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누가보아도 넌 센스다.

적어도 일정의 중복은 피했어야 한다. 그래야 홍성군민과 예산군민간 상호간의 입장을 확인하는 최소한의 교감이라도 했었을 것 아니었는가? 출발부터 이래서야 어떻게 큰 틀의 통합을 하겠다는 것인지? 누구에 잘못은 아니다. 갈등해결을 위한 사전에 충분한 학습이 되지 않았거나 아니면 중간에 이를 조정할 수 있는 협의체가 없기 때문이다.

상생협력하는 갈등해결 협의체 부터 구성해라

이날 필자는 공주대 컨벤션센터에서 가진 세미나에서 4가지를 주문했다. 첫째, 목표를 달성하려면 수단을 만들어야 한다. 즉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그러한 협의기구가 없는게 문제다. 당장 홍성~예산간 행정체제 통합추진을 위한 ‘상생갈등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이견(異見)을 담아 녹여낼 수 있는 기구적, 공간적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했다.

둘째, 정치권과 관(官)주도가 아닌 민(民)주도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지역의 문제를 주민의 참여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 지방자치시대 관이 주도하면 불신부터 생긴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문제는 더욱 그러하다. 지자체는 통합을 위한 행정적인 지원 역할만 해야 한다. 정치권이 관여하면 더 복잡한 이해관계로 비추어지고, 지자체장 또한 예외일 수 없다. 선출직은 당선을 목표로 하고 있는 선거환경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불발의 원인이 된다.

셋째, 도청이 이전해 오면 당장 엄청난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된다. 도청이전으로 3만5천명이 거주하고, 2020년까지 10만도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공무원은 세종시 거주를 희망하고 있다. 실제가 그렇다. 기대감에 사로잡히면 상실감도 그 만큼 크다. 예산군에 이미 5개 산업단지가 들어오고 앞으로 추가 이전해 온다고 한다. 주민들은 취업과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전문 인력이 양성되지 않아 자녀들에 대한 일자리조차 해결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예산군민의 소득수준은 전국 평균치에 못 미친다. 그러나 기대치는 3만불이 넘는 선진국 수준이다. 그 괴리감을 극복해야 한다.

통합이 불발될 경우, 갈등 후유증이 더 무섭다

넷째, 통합이 원만히 성사되면 더 할 나위 없겠지만 그러치 않을 경우를 예상하여 갈등의 후유증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2009년 홍성에서 일방적으로 통합을 추진하려다 실패한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당시 예산군민은 큰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누구도 이에 대한 관심과 치유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2005년 전북 부안 위도에 중·저준위 핵폐기물처분장 건설을 추진하려다 급기야 갈등이 고조되면서 반대세력을 피하려 군수가 서울로 도망했고 이를 추적한 군민이 던진 돌에 맞아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찬반으로 나뉘었던 주민간 반목과 상처 등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 지금도 선거 때만 되면 찬성과 반대한 군민들로 갈라져 당락을 좌우하고 있다. 통합을 하려다 큰 상처만 남긴다면 아예 추진하지 않는 것이 낫다.

시군통합은 천년의 역사성을 비롯해 대대로 터를 잡고 고향을 지켜온 사람들에게 는 커다란 충격이다. 그러기에 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좌중에서 토론회를 지켜본 한 농민은 격양된 목소리로 통합반대를 외쳤다. 일단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이었다. 당진군을 예를 들며 먼저 경제적 측면의 도움이 안된다는 얘기다. 사업을 하고 있는 한 군민은 홍성군의 관주도형 일방적 통합은 절대 응할 수 없다고 했다. 민간차원의 자율적 추진을 주문했다. 갈등포럼의 한관계자는 지역간 이같은 갈등을 대비하여 지속적인 운영을 했어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했기 때문에 갈등을 겪고 지혜롭게 풀어나가지 못함을 지적하면서 충분한 학습과 준비 없이 두 자치단체간 통합을 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다며 교육과 훈련을 통한 적극적인 상생갈등협의체 구성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필자는 전국 240개 어떠한 지방자치단체와 통합을 시도 한다 해도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익만 앞세우려는 것이 문제며 다소의 차이를 인정해야 하며 공공의 이익을 우선한다는 대의와 그 효율성에 공감한다면 이라는 가정 하에 통합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군산시 꼼수로 접근하지 마라

서천~군산간 통합도 재기(再起)되고 있으나 필자의 입장은 불발로 끝날 것이다. 군산시가 서천(장항)군민을 대상으로 통합의 당위성을 적극 설득하고 있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군산시의 일방 통행방식 그리고 관이 주도로 하는 통합추진은 상처만 남긴 채 요원해 진다. 2005년 핵폐기물처분 부지를 군산시가 유치하고자 할 때에도 서천군 소재의 어청도를 포함시켜 건설하자고 일방적으로 제의하여 서천~군산간 유지해 왔던 행정협의체가 해체되었다.

이에앞서 금강하구 둑 수문개폐, 해상경계 및 어업권구역, 장군국가산업단지개발, 금강하구둑수질, 철새관광개발사업 등 첨예한 지역간 공공갈등의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모두 군산시(전북)가 서천군의 대화제의를 외면하는 등 소극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하던 군산시가 이번 행정체제 통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을 보면 이해득실에 따라 민감하게 움직인다는 속내가 보인다. 양보와 배려 없이 이익만 고집한다면 통합은 멀어진다.

끊임없는 대화와 설득 그리고 충분한 경청이 갈등해결의 길

스웨덴 웨스트 함마드시의 원자력발전소와 포스마크 방사성폐기물처분장 건립과 관련해 지역주민(2만2천명)보다 1,5배 많은 3만3천명을 만나 대화하며 설득했다. 밀양 고압송전탑 건립과 관련하여 발생한 갈등은 경실련 갈등연구소에서 2년 넘게 주민과 함께하며 양론(兩論)을 하나로 결집해 낸 성공적 모델이다. 성심과 성의를 다해 이해관계자를 설득하지 않고 탁상에서의 손쉬운 방법으로 갈등을 해소해 나가려는 발상으로는 어떠한 갈등도 성공시킬 수 없다.

자치단체장 공공갈등에 대한 학습이 선행되어야

더 중요한 것은 공공갈등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장의 충분한 학습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방자치는 주민을 위한 실질적 행정서비스라는 측면에서 아주 복잡하고 다난(多難)하다. 손익과 편익을 따지는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자치행정의 특수성 때문이다. 갈등은 이 같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한다는 측면에서 지자체장의 역할은 중요하다. 그러한 측면에서 사전 전문지식을 습득하고 철저히 준비해야 우를 범하지 않는다. 용광로의 쇳물을 녹여도 불순물이 생겨나는 것이다. 하물며 시군의 통합은 시간을 두고 용의주도하게 제도적 차원에서 하나씩 풀어가야 그나마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사회의 갈등을 해결하고 융·화합해 나가는 것은 그 만큼 힘들고 어려운 것이다.

이준건(李準建) 국립 한밭대학교 겸임교수(행정학박사)한국정정정(精貞正)정책(政策)연구원장, 충남발전연구원 상생협력갈등포럼 조정위원장, (사)한국공공행정연구원 갈등연구소장, 한국공공행정학회 부회장, 한국행정사학회 이사, 공주대학교다문화센터 선임연구위원, 충남대학교국방연구소 연구부장, 배재대학교 자치여론연구소 부소장, 한민대학교 새마을연구소연구위원, 대전광역시 중구정책자문위원, 대전ㆍ충남지방병무청자문위원, 대전MBC문화방송자문위원/손전화 010-4499-78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