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광역시의 행정은 충청남도의 행정에 비해 차이가 많이 난다고 한다. 충청남도는 앞서가는 행정을 하고 있는데 반해 대전광역시 행정은 그러하지 못하다는 얘기다. 1989년 대전시가 충청남도로부터 직할시로 분리되면서 대덕군을 흡수, 광역자치단체 규모의 독립된 행정체제를 갖추었으나 행정서비스 수준은 다소 차이가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충청남도에 예속되었던 시절, 대전시에 근무하던, 소속 공무원이 대전시에 잔류했다. 행정체제의 확장으로 필연적 상황이라 하더라도,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은 자구 노력을 통해 극복했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도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대전시는 둔산시대를 열면서 신청사 건립으로 근무환경이 크게 개선되었고 인구증가에 따른 조직 확대로 승진의 기회가 높아, 인사상 혜택을 누렸다. 그러나 지방자치 시대, 행정의 소프트웨어로 대전환의 큰 물결을 이루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는지에 대해 궁금해 하는 시민이 적지 않다.

고품격 자치행정은 성심을 다하는 공무원의 인식전환에서 시작되어야

왜 그럴까? 지도자를 잘못 만나서인가? 아니면 구성 조직원의 인식전환이 부족하기 때문인가? 이도저도 아니라면 의사결정 과정이 비민주적 이거나 자구 노력 부족인가? 필자는 선의의 경쟁이라는 미명아래 상대를 깎아 내리고 인정하지 않으려는 선거문화가 일부 영향을 주고 있는 요인이라는 생각이다. 선거에서 패배한 것을 깨끗이 인정하고 다음 선거에서 쟁취하려는 선의경쟁이 아니라 언제인가 부터 중상모략, 인신공격 등 즉 네거티브(Negative)적 문화가 만들어 졌다.

패자는 승자를 인정하며 손을 들어주는 아름다운 경쟁이어야 하는데, 승자의 정책을 비방하면서 선동적인 정치를 해 왔다. 심지어 당선되어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단체장에게 루머를 퍼트리고 커넥션 등 악 소문으로 시민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

대전광역시장과 충청남도지사의 다름이 무엇인가

행정부(대전광역시, 충청남도)는 공공갈등의 생산자이다. 따라서 단체장의 의사결정과 행정의 방향에 따라 갈등이 생산되기도 하고 해소되기도 한다. 충청남도지사와 대전광역시장의 행정을 보면 대조를 이룬다.

지난해 부여에서 열린 세계 백제역사대제전 개막식에 참석한 안희정지사는 인사말을 하는 자리에서 “심대평 지사께서 백제역사재현단지 조성사업을 위한 설계와 착공을 해주셨고 이완구 지사께서 마무리 공사에 힘을 보태주셨습니다. 선임(先任) 지사님의 노고에 힘입어 본인은 이러한 큰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게 되었습니다. 모두 훌륭하신 전 지사님의 덕입니다” 라며 큰 박수를 보냈다.

대전광역시는 어떠한가? 서로 선거전에서 물고 뜯고 싸웠던 감정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 전임 시장이 추진해 왔던 무지개 프로젝트(복지사업)를 중단하고, 2년밖에 안된 대덕대로의 자전거도로를 부수고, 3천만그루 나무심기는 사실상 중단했다. 이에 앞서 2006년에는 복지만두레를 비롯한 월평 호수공원, 시내버스공영제 정책 등을 수정 또는 중단하거나 새로운 이름으로 바꾸어 추진했다.

일부 위임한 것이지 전권을 위임한 것은 아니다

곳간의 돈은 시민이 낸 세금이고 국민의 혈세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시정을 이끌어야 할 자치 시대에 이러한 폐단으로 정책 추진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곳간은 새고 있다. 얼마 전, 타 자치단체장은 아이들의 급식권을 인심이나 쓰 듯 무상이니 유상이니 하는 정쟁으로 궐기하다 낙마하고 후임을 선출했다.

누구를 위한 행정이고 정치인가? 표만 얻으면 되고 나라는 거덜이 나도 된다는 것인가? 아주 위험한 행정을 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의 국가가 이 같은 인기영합주의 정책으로 선진국에서 후진의 나락으로 떨어진 것을 보아 왔다. 그사이 우리는 산업화에 성공하고 선진국 대열을 바라보고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힘을 합쳐 열심히 일했기 때문이다.

대전시는 이와 같은 밥그릇 싸움으로 비추어지는 다툼에서 속히 벗어나 상생의 행정을 시작해야 한다. 우선 대덕연구단지와 대전시민간의 화합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갑천을 두고 유리(有離)된 연구단지와의 화합의 다리(공간)를 놓아 잠재된 갈등해소를 위한 소통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상생협력과 통합의 힘으로 지역을 발전시켜야

금산군과의 통합이나 옥천과 행정구역 통합문제에도 적극적으로 연구, 추진되어야 한다. 대규모 산업공단을 유치하려 해도 땅이 부족하여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현실이다. 과학비즈니스밸트 유치 과정에서 부지가 없어 난감했었다. 앞으로 더 큰 산업단지를 개발, 유치 하려면 지금 준비해도 늦다. 이들 지자체와의 통합으로 대전시의 광역화를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그 길이 발전탱크를 만들어 내는 길이다.

특히 정림동 정수원(시립화장장)은 하루빨리 이전되어 장례식장과 화장장, 납골묘가 한곳에서 이루어지도록 초현대화 시설로 재탄생되어야 한다. 유성 금고동쓰레기 매립장도 배출량을 줄이는 노력과 함께 처리방법을 선진화하여 사용연한을 당초 2010년에서 늘려 놓았다. 그러나 얼마 후면 새로운 매립장을 건설해야 한다. 지금 후보지 물색에 나서야 한다.

대전시의 이같은 공공정책 갈등이 잠재되어 있거나, 당장 해결을 위한 행정력을 펴야 하는데도 여전히 뒷걸음치는 행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구단지지역 주민과 시민간 거리감을 좁히고 화합하여야 하는 문제도 대전시가 제2의 도약으로 삼아야하는 상생협력의 대전환이다. 서울에서 고급 전문인력이 연구단지로 발령 받아도 수준에 알맞은 보육시설(어린이집), 교육시설, 의료시설, 문화시설이 크게 부족해 주말부부로 생활하고 있다.

개발의 논리와 보전가치의 차별화로 균형점을 찾아야

최근 연정국악원(옛,시민회관)을 신축한다고 한다. 원도심을 모두 부수고 새롭게 짓는다 해도 행정타운이 둔산에 있고 생활공간(베드타운)이 테크노밸리와 도안 신도시 등으로 집중되어 형평을 이루기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역사성이 있는 건물과 원도심의 실정에 알맞도록 재창조하거나 시민의 뜻이 담긴 역사적 유산으로 보전하는 방향으로 발전의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다.

부족한 재정으로 동구 신청사를 건립하려다 중단했고, 모 문화회관은 신축 했으나 운영비가 없어 1년째 문도 열지 못하고 전전하는 자치단체도 있다. 시민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을 위한 치적인지? 도대체 이해되지 않는 단체장이 많다. 이같은 개발 논리로 갈등을 해소하고 공생 공영의 시대를 열어 갈 수 없다.

70~80년대의 새마을운동의 시절이 아니다. 과거에는 시멘트를 마을회관 앞에 쌓아주면 박수를 받았으나 이제는 천덕꾸러기가 된지 오래다. 하드웨어 시대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시대이며, 시대정신이 시민의 상처난 마음을 치유하고 보듬어 주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상처 받지 않도록 행정이 앞서 나가야 상생통합의 정신을 기초로 한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다. 그것이 지방자치의 참 뜻이다.

공공의 갈등관리가 당락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시대다

2006년 참여정부는 화물노조, 새만금사업중단, 지율스님의 KTX터널공사 중단 등으로 공공갈등이 고조를 이룰 때, 이와 같은 상황으로 더 이상 국정운영의 한계가 있다고 판단, 공공갈등에 관한 법률을 국회에 발의했다. 그러나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반대하면서 입법이 무산되었다. 현정부에서 이 법안을 이명수의원(선진당)이 발의 하였으나 한나라당, 민주당에서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초당적인 협력관계가 이뤄지지 않아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다. 정쟁만 일삼고 있는 현실에서 이번 국회에서의 처리는 요원해 보인다.

당시 국회 입법 통과를 시키지 못한 참여정부는 대안으로 대통령령을 내려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공공갈등 업무를 통해 국민의 분열을 막고 사회적비용을 줄이기 위해 행정적 업무로 지원에 나설 것을 요청했으나, 충청남도 갈등포럼 외에 제대로 업무를 진행하는 곳은 없다. 전북 부안은 2005년 핵폐기물 처분부지 유치과정에서 찬반(贊反)으로 나뉘었고 심한 갈등을 겪었다. 군수가 돌팔매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지금도 선거 때만 되면 찬반론자가 갈리는 악령으로 당락에 영향을 주고 있다. 갈등의 후유증이다. 갈등관리 행정에 대한 사전 교육 및 대처에 대한 준비가 안되었기 때문이다.

상생협력 해야 ‘세계로 열린 대전 꿈을 이루는 시민’ 된다

대전시의 갈등업무는 어떠한가? 아예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얼마전 현 정부가 사회통합위원회 지역협의회를 구성하라는 지침을 받고, 위원회 구성은 했으나 이 분야의 전문가를 찾아보기 힘들다. 각 실과에 지시하여 분야별로 1명씩 추천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편의 발상주의적 행정이라는 생각이며 아쉬움 또한 크다.

충청남도는 지방공무원교육원에서 공무원을 대상으로 공공갈등에 대한 정기적인 교육으로 이미 대비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안희정지사가 전문가와 머리를 맞대고 문제해결을 위한 다양하고 심도있는 의견을 나눴다. 그 자리에서 도립 청양대학에 차세대를 위한 공공갈등 과목 개설을 주문했고 공감했다. 그 만큼 갈수록 심각한 문제를 풀어가기 위한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2009년 대전광역시 K부시장은 한국공공행정학회 조찬간담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충청남도의 갈등포럼 추진 상황을 듣고 대전시도 벤치마킹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아직 감감 소식이다. 의지는 있는지 모르겠으나 실천적 능력은 무기력하다. 시민들은 그럴싸한 계획이 아니라 실질적 행정력을 기대하고 있다. 페이퍼만 생산하는 것은 구시대적 행정이고 군사정부에서나 통하는 낡은 방식이다.

신설한 대전광역시의 마아케팅재단 이사장 인선문제나 복지재단이사장 인선은 처음부터 시끄럽더니 최근 복지재단 사무처장이 심대한 신용불량자이고 복지 비전문가를 앉혀 놓아 지탄을 받고 있다. 행정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1인 보스에 의한 낙하산식 인사의 전형인가? MB 정부가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세종시수정안 강행과 4대강 살리기사업추진, 동남권신공항건설 백지화, 그리고 회전문 인사 등이라는게 국민의 중론이다.

다이아몬드는 바라보는 곳을 비추기에 가장 귀한 보석으로 평가받는다

‘세계로 열린 대전, 꿈을 이루는 시민’ 이라는 대전시의 캐치프레이즈에 한걸음 더 다가서려면 다시 한번 곱씹어 보아야 한다. 다이아몬드(Diamond)는 탁한 물을 정화하는 힘을 갖고 있다. 천연 8면채의 찬란한 빛을 인간과 사회를 향하기에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다이아몬드 보석 자체가 아닌 보석을 바라보고 있는 곳을 향하(시민)니 말이다.

이준건(李準建) 국립 한밭대학교 겸임교수(행정학박사)한국정정정(精貞正)정책(政策)연구원장, 충남발전연구원 상생협력갈등포럼 조정위원장, (사)한국공공행정연구원 갈등연구소장, 한국공공행정학회 부회장, 한국행정사학회 이사, 공주대학교다문화센터 선임연구위원, 충남대학교국방연구소 연구부장, 배재대학교 자치여론연구소 부소장, 한민대학교 새마을연구소연구위원, 대전광역시 중구정책자문위원, 대전ㆍ충남지방병무청자문위원, 대전MBC문화방송자문위원/손전화 010-4499-78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