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갈등은 골치 덩어리다. 그 덩어리 안에는 투쟁, 반목, 집단행동, 폭력, 불법 등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가 들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극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협력(協力)하고 숙의(熟議)하며 합의(合意)하여야 한다. 그 전제는 상호 도움이 되도록 상생(相生)하는 것이다.

세상에서 물러서지 않는 3가지, 상여, 함, 갈등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물러서지 않는 3가지 불가사리가 있다. 먼저 사람이 살다 죽음을 맞은 후 사후세계로 가는 마지막 상여(喪輿)가 그 여정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 상여꾼 앞에서 요랑을 흔들며 저승의 좋은 곳으로 모시고자 만장을 들고 노래를 부르면서 강과 산을 지나는 길에 쉬며 간다. 노자(路資)에 대한 흥정하며 시간은 끌지만 절대 돌아가거나 물러서는 일은 없다. 망자를 좋은 곳으로 보내기 위한 염원이며 큰일을 돕고 힘을 보태어주는 상여꾼들에 대한 감사의 뜻을 담는다. 좋은 곳으로 모시기 위하여 수고하는 상여꾼들에게 수고비, 즉 노자돈을 감사의 뜻으로 두둑히 넣어준다.

다음은 혼인 전날 신랑의 집에서 신부의 집으로 보내어 지는 혼수와 음식 등을 가득 담은 함(函)도 전달하는 과정에서 밀고 당기며 시끌벅적 장난 끼를 부리며 가는길에 쉬어가는 경우는 있어도 절대 뒤로 물러서거나 돌아가는 일은 없다. 신랑이 신부에게 사랑의 마음을 담은 패물을 꼭 전달하고 돌아와야 한다는 해학의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갈등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세상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는 것 세 가지를 꼽으라면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상여, 함, 갈등이다.
하지만 이 세 가지의 공통점은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노력이요. 그 가치는 서로에게 도움을 나누고자하는 공생과 공영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상여는 망자를 천국으로 모시는 상여꾼에게 수고비를 담아주는 선현들의 미풍양속이 담겨져 있는데 이는 우리의 미덕이요 그 고마움을 댓가로 치르는 것이다. 신부집에 보내는 귀한 물건을 함진 친구들에게 손을 빌리고 그 댓가를 신부의 집에서 고마움으로 표시하는 경제적 가치의 배분, 즉 나눔의 아름다움이 숨어있다.
이는 법을 초월한 것이며 가장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향약, 두레, 계 등 선현들의 상생정신 배워야

우리 선현은 일손이 부족하거나 힘들고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향약(鄕約), 계(契), 두레 등을 이용했다. 큰일에 서로 힘을 모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웃과 정을 나누며 건강하고 지역의 공동체를 만들었으며 이를 통해 삶의 에너지로 승화시켰다.

최근 우리사회의 갈등을 보면 선현들의 지혜로움을 이어가지 못하고 끝없는 평행선으로 타협하지 못한채 투쟁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지나친 개인 이기주의로 약자에 대한 배려를 찾아보기 힘들다. 승자독식(勝者獨食), 약육강식(弱肉强食)만 있다. 이대로 가면 우리의 사회는 지리멸렬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미래학자 토인비는 제4의 물결에서 앞으로 우리사회는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공동체, 즉 인적네트워크시대가 다시 올 것이라고 예언한 바 있다. 토끼를 먹이로 하는 호랑이도 숲에서 토끼가 사라지면 자신도 결국 먹이감이 없어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것을 안다고 한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밀어붙이기가 아니라 약자에 대한 배려가 먼저

최근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공공갈등을 보면 합의는 하려하지 않고 오로지 투쟁만 일삼고 있다. 타협하지 않으려는 지나친 개인이기주의에 만연되고 소리(小利)에 묶여 있다. 이로 인해 행정력이 낭비되고 예산이 집행되지 못해 직·간접적인 사회적 비용만 발생하고 있는데도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다. 전문가가 부족하지만 스스로 문제를 책임지려하는 의식화도 우리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 안을 들여다 보면 권력과 정보 등 사회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강자(强者)의 갈등에 대한 무관심, 이기주의, 법적으로 해결하려는 수월적 방법 등 소위 그 횡포가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약자(이해관계자)를 배려하거나 요구에 대해 귀 기울이지 않는다. 공공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은 사업 착수부터 해놓고 보자는 밀어붙이기 식인데, 이는 과거 개발시대의 논리이며 앞으로는 더 이상 문제해결의 방법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님비(NIMBY)시설 사전갈등영향분석 반드시 이행하도록 법적 마련 시급

비행장, 쓰레기장, 장례식장, 납골당, 환경시설 등 소위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혐오시설(최근에는 사회공익시설이라고 함)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사전에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어디에 있는지? 이해관계자는 누구인지? 시설이 들어설 경우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등을 고려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사전 갈등영향평가를 반드시 선행되여야 한다. 사전교통영향평가와 환경영향평가와 같이 반드시 갈등영향에 대한 평가의 입법(立法) 필요성이 시급하다.

이 경우 사전갈등영향을 분석한 자료를 바탕으로 사전 갈등해소를 위한 노력에 공감하며 갈등이 발생할 소지에 대한 해법의 진단으로 공공갈등을 최소화하거나 예방또는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의 장이 된다.

갈등의 나침판은 해결의 방향으로 바꾸어 나가야

그러나 현실은 사업을 추진하면서 계획 단계부터 철저히 외부와 차단하고 비밀리에 계획 및 추진이 이루어지고 사업 착수과정에서 발생할 경우 문제가 되면 정면으로 맞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갈등의 심각성을 알면서 무대응으로 일관, 스스로 지치게 하거나 에너지가 소진되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한계에 이르면 협상에 나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상호간 갈등으로 충돌하면 법적으로 이어져 장기화되거나 반목의 후유증이 심각하며 종국에는 공동체가 붕괴되고 만다.

공공갈등의 문제는 주지한 바와 같이 절대 물러서지 않는 것 중에 하나이지만 시대가 바뀐 만큼 발목의 사슬을 스스로 풀어낼 수 있는 공생, 공영의 시대로 나가야 한다. 이제는 갈등의 문제 해결을 위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합의점을 찾는 방향으로 나침판을 바꾸어야 한다. 공공갈등의 원인을 제공한 사업의 주체가 결자해지(結者解之)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풀어가야 하며, 그 방법은 갈등예방 및 해법을 위한 충분한 문제의식과 학습이 필요하며, 이해관계자 사회적 약자라도 이를 인정하는 상호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이준건(李準建) 국립 한밭대학교 겸임교수(행정학박사)한국정정정(精貞正)정책(政策)연구원장, 충남발전연구원 상생협력갈등포럼 조정위원장, (사)한국공공행정연구원 갈등연구소장, 한국공공행정학회 부회장, 한국행정사학회 이사, 공주대학교다문화센터 선임연구위원, 충남대학교국방연구소 연구부장, 배재대학교 자치여론연구소 부소장, 한민대학교 새마을연구소연구위원, 대전광역시 중구정책자문위원, 대전ㆍ충남지방병무청자문위원, 대전MBC문화방송자문위원/손전화 010-4499-78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