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은 우리사회의 거대 담론(談論)이 된지 오래다. 그 만큼 갈등으로 인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증거다. 성장을 가로막기도 하고 찬반으로 나뉘어 지역발전의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선심성 포풀리즘, 즉 정책갈등에 의한 사슬에 묶에 한발작도 나가지 못하고 선진국에서 후진국으로 떨어진 국가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갈등이란 무엇인가? 해결의 실마리는 없는 것인가? 갈등은 우리사회의 커다란 골칫거리여서 머리를 흔들며 개입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 만큼 복잡하고 다난(多難)한 것이다. 양보하고자 하는 미덕은 없고 내 것만 챙기려한다. 물질 만능주의와 퇴폐 향락적 문화에 젖어있는 산물(産物)이다. 그렇다고 덮어두고 포기하고 싶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경제적 손실이 너무 크다.

갈등비용 줄이면 1인당 국민소득 5천불 상승(2만불에서 2만5천불)

한국은 갈등의 지수가 경제개발국가(OECD)국가 중 4위다. 터키, 폴라드, 슬로바키아 다음으로 대한민국이다.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비용은 국내 총생산량(GDP)에 27%을 차지한다. 삼성경제연구소(2009년)에 의하면 사회적비용은 연간 300조원. 갈등비용을 줄이면 현재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2만불에서 2만5000불로 상승한다는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1만불에서 2만불로 가는데 한국은 20년이 걸렸고 일본은 불과 6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갈등비용을 줄이면 얼마만큼 경제적 효과가 있는지 반증해 주고 있다.

필자는 우리가 겪고 있는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지 않고 선진국으로 갈 수 없다고 공언 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이해하고 양보하며 요구를 적절히 수용하는 자세로 협상을 통한 합의를 하여야 한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협상을 통한 제3의 대안 제시 등의 발전적 지혜을 가져야 한다.

관점(시각)차와 성격 차이를 인정하면서 협상하라

개빈 케네디(Gavin Kennedy)의 '모든 것은 협상 가능하다(Everything is negotiable!)'라는 책을 소개한 바 있다. 여기에서 갈등으로 인한 문제를 풀어낸 사례를 소개한다.
먼저 한 사례는 부부가 서로다른 성격의 차에 발생하는 생활속의 갈등 문제다. 남편은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인데 비해 부인은 덜렁대는 사람이었다. 이 부부는 치약 사용하는 방법부터 서로 달랐다. 치약 튜브가 양철로 만들어졌던 시대였기 때문에 남편은 튜브의 끝을 눌러서 치약을 짜내 깔끔하게 사용했다. 그러나 부인은 튜브의 중간을 덥석 눌러 치약을 짜내 남편이 정성스럽게 만들어둔 튜브의 모양을 엉망으로 만들곤 했다.

남편은 엉망이 된 치약튜브를 부인에게 보여주면서 말다툼을 벌이곤 했으나, 부인의 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아침마다 치약튜브 때문에 신경이 거슬리던 남편은 어느 날 자신이 치약을 사용한 뒤 튜브의 끝을 말아놓았다. 그러자 부인이 튜브의 중간을 눌러 사용해도 피해가 최소화되어, 다시 튜브의 끝부터 치약을 앞쪽으로 모아야 하는 불편이 없어졌다.
예상대로 부인이 치약을 쓰고 난 후에도, 튜브의 모양이 그전처럼 완전히 망가지지 않은 것을 본 남편은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며칠 후 남편은 부인도 명랑해져 있고, 며칠 동안 바가지 한번 긁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남편은 부인에게 왜 요즘은 기분이 좋으냐고 물었다. 부인은 대답했다."당신 덕분이에요. 저는 치약을 시원스럽게 쿡 눌러 짜는 것을 좋아한답니다. 그런데 요즘은 당신이 저를 위해 치약튜브를 말아 놓아 저는 기분 좋게 눌러 짤 수 있게 됐어요. 저는 치약을 쓸 때마다 당신의 마음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하답니다."

불평보다 상대의 입장을 듣고 대안을 제시하라

두 번째 사례는 이탈리아 여행 중 어느 호텔에 여장을 풀었는데, 습도가 너무 높아 밤새 고생했다고 한다. 그는 아침이 되자마자 호텔 프런트로 달려가 종업원에게 호텔의 형편없는 시설에 대해 마구 불평을 늘어 놓았다. 그러나 결국은 창문을 열어놓고 자라는 회답 밖에는 얻을 수 없었다. 그 다음에야 그는 불평만을 늘어놓아 종업원을 방어적인 자세로 만들어 놓는 것보다는 자신의 불편한 점을 설명하고 다른 방으로 바꾸어달라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었음을 깨달았다.그가 프런트로 갔던 이유는 불평하기 위한 게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으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불평보다는 실행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서로에게 이익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주고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
눈앞의 이익에만 연연하고 불평만 하기보다 서로 한 걸음씩 물러서서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해 주고 실행 가능한 대안을 제시한다면, 처음에 이야기한 부부의 경우처럼 모두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협상은 욕심보다 양보하면 결국에는 이익 생긴다
또 하나의 협상의 기술은 세 아들을 둔 아버지가 말 17마리를 갖고 있었는데 자식에게 유산을 물려주기로 마음먹고 큰 아들에게 1/2(절반), 둘째에게 1/3, 셋째에게 1/9를 나누어 주기로 했다. 약속한대로 분배하면 큰 아들은 8마리1/2, 둘째는 5마리 2/3, 셋째는 1마리 8/9를 나누어 주어야 한다. 살아있는 말을 이렇게 나눌 수는 있으나 새끼를 낳아 재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말을 잡아 나눌 수 는 없는 일이었다. 이 문제를 한참 고민하고 있던 차에, 말을 타고 지나가던 나그네가 그 처지를 알고 내가 해결해 주겠다면서 타고 가던 말을 1마리 보태어 총 17마리에서 나그네가 타고 있던 말 1마리를 보태 18마리가 됐다. 큰 아들 1/2(절반)인 9마리, 둘째에게 1/3인 6마리, 셋째에게 1/9인 2마리를 나누어 주었더니 1마리가 남았다. 나그네는 남아있는 1마리는 내가 타고 온 말입니다 하며 껄껄 웃으며 타고 갔다는 것이다.

이렇게 유산을 나누어 가진 3형제는 이웃 마을의 의좋은 삼형제에게 자랑을 했다. 이 말을 들은 의좋은 3형제는 빙그레 웃으며, 우리 3형제 같으면 총 17마리의 말 중에 조금 양보해서 첫째 형은 8마리만 가져갈 것이다(1마리양보), 그리고 둘째는 5마리만 가져가겠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셋째는 형님들께서 그렇게 가져가시면 4마리가 남는데, 그러면 소수점 이하로 양보한 형님께 1마리씩 선물로 더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해도 나는 2마리를 차지할 수 있지 않습니까? 라고 했다. 협상의 기술은 욕심보다 양보에서 오는 지혜로움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토론과 논쟁의 차이점은 전자가 상호 이해 속에서 서로 수긍할 수 있는 의견을 도출해 나가는 과정인 반면, 후자는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우며 불평불만을 늘어놓다 결국 스스로 자신의 입장만 내세운 것을 후회하며 문제를 해결한 경우이다. 세 번째는 양보의 기술이 얼마만큼 생산적이고 지혜로운 일인가를 알 수 있다. 우리는 하나의 공동체이기에 반드시 토론을 통해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을 익혀야 하며 지속적으로 대화를 하다 보면 상대를 이해하게 되고 그러하다 보면 해법의 길이 열리는 것이다. 갈등을 즐기는 마음으로 풀어가면 출구도 생긴다.

이준건(李準建) 국립 한밭대학교 겸임교수(행정학박사)한국정정정(精貞正)정책(政策)연구원장, 충남발전연구원 상생협력갈등포럼 조정위원장, (사)한국공공행정연구원 갈등연구소장, 한국공공행정학회 부회장, 한국행정사학회 이사, 공주대학교다문화센터 선임연구위원, 충남대학교국방연구소 연구부장, 배재대학교 자치여론연구소 부소장, 한민대학교 새마을연구소연구위원, 대전광역시 중구정책자문위원, 대전ㆍ충남지방병무청자문위원, 대전MBC문화방송자문위원/손전화 010-4499-78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