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갈등(葛藤)은 이해당사자의 감정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고 내·외적(內外的)인 상황변화에 따라 기복이 심한 특성을 갖고 있다. 문제해결을 위한 협상 과정에서 곧 해결 될 듯 하면서 쟁점(爭點)에 대한 견해차로 문제점이 충돌되면, 순간 등을 돌려 원점으로 되돌아가기도 한다.

가슴으로 대화하고 지혜로 풀어라.

이러한 갈등은 자칫 잘못하면 시작 당시보다 상황이 더 악화(惡化)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갈등의 문제는 아주 예민하고 민감하다. 예를 들면 고무풍선과 같기도 하고, 어린아이 살결과 같아서 다루는 방법도 그 만큼 부드러워야 하며, 정성을 들여야 한다. 군대(軍隊)에서 소총수가 방아쇠를 당길 때, 긴숨을 몰아쉬고 멈춘 후 사격을 하는 것 처럼, 고도의 정밀성을 요하고 있다. 따라서 갈등은 의욕만 앞세운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대화하며 지혜로 풀어내야 한다.

이해 당사자간 대화가 단절되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정에 나서는 경우 제3자가 개입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잘못하면 본질이 왜곡되어 특정인의 편에 매수되어 나선다는 오해를 받기 쉽다. 자칫 문제해결을 위한 선의(善意)에서 시작한 것이 이웃간 등을 돌리는 일이 될 수 있으며 이러한 문제가 또 다른 갈등으로 이어지는 연쇄성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의욕만 앞세우지 말고 이해관계자의 동의와 함께 객관적이어야

일례로 충남 논산시 벌곡면 원불교재단이 추진하는 무궁화자연생태계공원묘원 공사가, 사업시작 단계 전부터 주민들의 결사반대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항전(抗戰)으로 장기화되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벌곡발전협의회’가 중심이 되어 사업 추진사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측과의 문제해결을 위한 대화의 장을 시도하려다 비대위 주민대표로 부터 사업자측에 매수되어 개입했다는 오해를 받고 시도도 하지 못한채 발을 뺏고 말았다.

비대위측의 입장을 고려해 조정에 나섰던 ‘벌곡발전협의회’는 지역의 유지, 주민대표, 상인들로 구성되어 있는 단체로 평소 마주보며 살아온 이웃, 즉 지역의 공동체다.

이와같은 일이 있은 후 벌곡면 일대는 ‘무궁화자연생태공원묘원공사’로 인해 상호간 불신의 골이 더 깊어졌으며 일부는 정(情)이 멀어지고 얼굴조차 마주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지역의 혐오시설 건립 추진으로 시작된 갈등이 조상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지역의 공동체가 대립과 갈등, 그리고 반목이 이어지면서 마을 공동체의 붕괴 위기마저 경험한 사례이다.

갈등은 이처럼 문제해결을 위한 본질과 다르게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 오해를 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당초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악화시킬 우려가 높다. 따라서 갈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가 개입하여야 하며 투명성과 객관성이 충분히 검증되고 이해당사자의 사전 동의를 구하는 절차적 과정이 전제되어야 한다.

정치일정과 브로커 등의 개입으로 외생변수 늘 잠복

이와 같은 이유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갈등은 언제, 어떻게, 어떠한 방향으로 변질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렵고, 혹여 브로커라도 개입할 경우 문제를 확대시키거나 악화되기도 한다.
특히 대선, 총선, 지방선거 등 정치적 일정을 앞두고 있는 경우, 갈등의 문제를 푸는데 커다란 걸림돌이 된다. 이해당사자(주민)들은 선출직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선거공약에 넣어 한꺼번에 해결될 것으로 믿는 경우가 많다. 그 만큼 이해당사자들은 정치인에게 거는 기대가 크지만 사실은 선거공약을 통해 갈등의 문제를 해결한 사례는 찾아보기 드물다.

이처럼 갈등의 문제는 변화무쌍하며 예측하기 어렵고 외생(外生)변수가 많다. 따라서 공공갈등을 해결하고자 하는 당국(중앙·지방정부)은 이해당사자의 요구사항 등 세세한 움직임 하나하나를 일지 등에 수시로 기록하여야 한다. 대부분 갈등을 담당하는 공무원은 발생일시, 쟁점사안, 이해당사자, 요구사항 등의 기본적 현황만 파악한 후 손을 놓고 있는 현실이다.

공무원의 행정방식으로 갈등의 방정식은 못 푼다

공공갈등 해결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도 부족하고, 방법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대강의 현황만 파악해 두었다가 문제해결을 위한 세미나와 좌담회 등을 개최하려고 자료를 요청하면 깊숙한 곳에서 서류를 꺼내 오는 현실이다. 이해당사자간 갈등 상황이 악화되었는지? 문제해결을 위한 협상이 얼마만큼 진행되어 있는지? 기본적인 내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충청남도내 공공갈등에 대한 세미나에서 도내 공공 갈등으로 사업이 장기간 중단되거나 법적진행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 그리고 갈등이 증폭되기 직전에 있는 곳, 갈등이 진정국면을 넘어 해소되어가고 있는 상황 등 모두 20여 곳에 이르고 있는데, 이 같은 민감한 문제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덮어두고 있다가 심각성이 높아져 문제를 풀어보겠다고 나서는 경우가 많은데 이 같은 행정적 대응능력으로 지역의 갈등을 풀어내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갈등조정센터 설립과 청양대학에 갈등관리 과목개설로 후진양성 시급

충청남도가 공공갈등에 대한 해법 찾기를 위한 동력(動力)이 될 만한 몇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충청남도가 공공갈등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갈등업무에 대한 예산부터 늘려야 한다. 환자는 병에 걸려 죽어 가는데 간호사 1명 채용정도에 그친다면 환자는 처방한번 제대로 받지 못하고 신음속에서 숨을 거둘 것이다. 연간 5천만원을 상회하는 예산으로 20여곳에 이르는 갈등현장을 해결하거나 예방 또는 관리한다는 것은 의사 없이 환자를 치료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턱없는 일이다. 전문가 확보가 시급하다.

둘째, 도내 대학에 공공갈등에 관한 과목을 개설하는 것이 시급하다. 충청남도 조례안도 지난해 통과했다. 필요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랑만 할 것이 아니라 실천적 의지가 필요하다. 공공갈등을 억제하고 해결할 수 있는 학습자가 지속적으로 배출되어야 한다. 우선 도립 청양대학 자치행정학과에 과목을 개설하고 타전공과도 교양 과목으로 선택하여 학습하도록 한 후 도내 대학으로 확대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배재대학교는 3년전부터 과목을 개설해 가르치고 있다.

셋째, (가칭)갈등중재조정센터를 설치하여야 한다. 이해당사자들은 공무원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지 않고 있다. 담당 공무원은 문제해결을 할 수 있는 책임있는 자리에서 벗어나 있다. 또한 선출직 단체장이나 지방의원, 국회의원 등은 무한한 책임성은 느끼고 있으나 표를 의식하여 누구의 편에 서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현장을 찾는 것 조차 부담스러워 하고 있으며, 알아보겠다는 무책임한 말만 반복한다.

넷째, 갈등중재조정센터는 16개 시군의 갈등현장을 순회하며 갈등상황을 수시로 파악하고 관계공무원과 연계하여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여야 한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대화와 협상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여야 하며, 중립성을 확보한 인사의 참여로 대립과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또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를 공개 및 공유로 왜곡된 정보로 인해 갈등이 악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갈등중재조정센터에는 민(NGO),관(官),의(議),산(産),학(學),연(硏)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이 고르게 참여하여야 한다. 이해당사자(주민)는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고 힘이 센 사업자측 또는 행정기관에서 독점적 지위에 밀려 자신이 손해를 본다는 생각이 들어 대화를 기피하려하는 경향이 강한데 이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어야 한다. 갈등은 상호간 불신으로 대화의 장이 마련되지 못하고 결국 등을 돌려 장기화되는 경우가 많다.

학식으로 푸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이어야

충청남도의회는 지난해 10월 공공갈등해결에 관한 조례를 의원발의로 통과시키며 의지를 보였으며, 지난 2006년 상생협력 갈등관리 플러스충남 정책포럼을 창립하여 지금까지 꾸준히 공공갈등에 관한 업무를 추진해 왔으며, 전국에서 광역자치단체로는 갈등업무의 모범을 보여왔다.

공공갈등은 이제 우리 사회가 통합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공업(共業)이자 공원(共願)이다. 공공갈등은 높은 학식과 지식을 가진 사람이 해결의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갈등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경험적 측면이 있어야 한다. 특히 과학적이며 아주 면밀히 상대의 마음을 잘 읽어 낼 줄 알아야 하며 선택과 집중 외에 끊임없는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과 함께 상대의 마음을 녹여내는 따뜻한 가슴에 지혜로움이 더해져야 한다.

이준건(李準建) 국립 한밭대학교 겸임교수(행정학박사)한국정정정(精貞正)정책(政策)연구원장, 충남발전연구원 상생협력갈등포럼 조정위원장, (사)한국공공행정연구원 갈등연구소장, 한국공공행정학회 부회장, 한국행정사학회 이사, 공주대학교다문화센터 선임연구위원, 충남대학교국방연구소 연구부장, 배재대학교 자치여론연구소 부소장, 한민대학교 새마을연구소연구위원, 대전광역시 중구정책자문위원, 대전ㆍ충남지방병무청자문위원, 대전MBC문화방송자문위원/손전화 010-4499-78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