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건 행정학 박사

〔충청인터넷신문〕맹자는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사람이 살면서 반드시 지켜야 할 5대 덕목으로 꼽았다. 2300여년이 지난 지금도 사표가 되고 있다. 공자는 국가를 운영하는데 있어 군대와 식량, 신의 3가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셋 중 한가지를 먼저 포기하라는 물음에 군대(兵)라고 답했다. 두 번째는 백성이 먹어야 할 식량(食)이라고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신뢰(信賴), 즉 믿음이라고 했다.

7.30보궐선거가 예상을 뒤엎고 새누리당이 15석 중 11석을 가져갔다. 새정치민주연합과 7:8 또는 8:7로 나누어 갈 것을 점쳤지만 예상을 빗나간 새누리당의 완승이었다.
주목받던 동작을에서 나경원후보가 노회찬을 누르고 당선됐고, 수원에서 손학규, 김포에서 김두관이 추풍낙엽이 됐다. 소선구제 도입 후 처음으로 왕의 남자 이정현후보(새누리당)가 순천․곡성에서 당선되는 등 이변이었다. 새누리당은 세월호 참사 후 국정의 향배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모처럼 맞은 다경(多慶)이었다.

이정현후보의 당선은 호남지역에서 3번의 고배를 마시고 4번째 도전해 얻은 값진 결실이다. 새누리당의 황무지, 호남에서 이정현 후보의 국회입성은 한국정치의 새로운 역사가 될 것이다.
올곧게 오롯이......
이 후보는 정치적 배타성과 야유, 험담, 회유 등에 굴하지 않고 한길을 한걸음 한걸음 디디면서 높은 벽을 허물고 얻은 값진 보석이다. 5천만 국민이 이정현을 주목하며 응원했고 찬사를 보냈다.

대전 대덕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영순후보는 지난 95년 15대 총선 출마를 시작으로 정계 입문했다. 2004년 대덕구청장 재․보궐선거에 출마, 김창수 후보에게 자리를 내줬고 2006년과 2010년에는 정용기후보에게 연패했다. 이번 7.30보궐선거는 5번째 도전이며, 정용기 후보와 구청장 2차례 총선 1차례 등 3번째 대결에서 완패했다.

4번 도전해 3번 낙선 한 이정현후보와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판이하다. 박영순후보는 지난 2011년 10월 기자회견을 통해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 낙선한다 하더라도 2014년 지방선거에서 대덕구청장 후보로 나가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약속을 어기고 6.4지방선거에 출마했으며 선거운동기간 중 또 다시 지역민과 약속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낙선하면 정계를 은퇴하겠다는 공언했다. 읍소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말을 쏟아낸 한 달여 만에 치러진 7.30보궐 선거에 출마했다. 지역주민과 2차례나 정계은퇴 약속을 저버리고 초라한 변명만 늘어놓았다. 진정성이 있다하더라도 유권자에게는 동정표를 얻으려는 궁색한 변명으로 보였을 뿐이다.

<아래 내용은 박영순후보가 연합뉴스와 인터뷰한 내용임>
박영순후보는 출마 기자회견에서 약속을 번복한 이유에 대해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싶었지만, 저를 사랑해주는 주민과 제가 사랑하는 대덕을 이렇게 둘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지역과 대한민국을 발전시키는 일이 제 길이라고 생각하는데, 사리사욕이라고 한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중략>

이정현 후보는 당초 서울 동작을 지역 출마설도 언론에 흘러나왔다.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왕의 남자라는 꼬리표가 있었지만 당선가능성이 높은 동작을 지역구를 버리고 스스로 정치적 불모지 전남 순천․곡성지역을 선택했다.

이정현 후보의 순천․곡성 선택은 가시밭길을 마다하지 않고 가고자하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는 호남지역민의 마음을 크게 움직였을 것이다. 이 후보는 49.4%를 득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후보(40.3)를 크게 앞섰다. 투표율도 51.0%로 보궐선거사상 가장 높았다. 이 후보 고향인 곡성에서는 무려 61%의 최고 투표율을 보였다. 외롭고 힘든 길을 묵묵히 만들어간 이 후보가 불모지에서 얻은 결실이다. 하지만 두차례나 정계은퇴 약속을 헌신짝처럼 외면한 박영순 후보는 대덕에서 내리 5차례를 도전했으나 지역민은 박 후보를 외면했다.

동정심과 신뢰의 저울에서 신뢰쪽에 추의 무게가 이동했다. 박영순후보는 돌아오기 힘든 강(江)을 건넜다. 진정 박후보가 말한 것 처럼 대덕을 사랑하고 대한민국을 발전시키기 위해 다시 정계에 컴백하려면 지금이라도 지역 주민에게 백배사죄하고 초심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잃어버린 신뢰를 하루빨리 회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