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센터는 1999년 김대중정부가 읍·면·동사무소의 기능을 시·군·구로 대폭 이양하면서 사무공간을 적절히 활용하기 위해 도입했다. 사전 충분한 검토없이 서둘러 시작한 주민자치센터는 읍·면·동정자문위원들이 주민자치위원으로 위촉되면서 그 역할을 대신했다. 10~15명으로 구성된 주민자치위원은 지방자치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주민자치역량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특히 지역의 제한된 인적자원으로 주민자치위원이 각종 관변단체에 중복가입하면서 형식적 활동에 그쳤다. 주민자치센터 도입 13년차이지만 아직 주민자치는 정부의 정책방향과 현실적 괴리가 있다.

박근혜정부 주민자치사업을 통한 건강한 마을공동체 구현
?정부는 주민자치위원을 주민자치위원회로 명칭을 바뀌고 기능과 조직, 역할을 나누어 주민간 간격을 줄이고 이웃간 더 촘촘한 관계를 유지함으로서 건강한 마을공동체를 육성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안정행정부와 충청남도는 이러한 주민자치 역량강화 사업을 읍면동단위로 공모와 심사절차를 거쳐 전국 31개 사업중 충남도가 4개 사업을 따냈고 도자체사업 3곳 등 천안시 원성1동을 포함한 7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정부를 거치면서 지방자치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각종 사업을 수차례 시도하면서 적지않은 사업비가 투입됐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소도읍가꾸기, 녹색체험마을만들기, 살기좋은마을가꾸기 등 지역발전과 주민자치역량 강화를 위한 사업을 펼쳐왔지만 행정적 사고로 접근, 한계성을 드러내며 투입대비 괄목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정부가 추진해온 행정적 마인드로는 주민자치의 독립성을 보장하며 자율성을 높이는데 제도적 사고적 한계가 있다.

목적은 좋지만 마인드가 문제
문제는 지방자치를 도입, 실시하면서 여러 방법과 수단으로 주민자치의 성공적 모델을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하드웨어적 공무원 사고로 접근했기에 사업의 지속성을 가져오지 못했다는 평가다. 특히 사업비를 지원하면 주민들이 참여하지만 종료가 되면 무관심하는 악순환을 거듭, 순수한 지방자치를 실현하지 못했다.

주민자치사업은 공익을 우선하지만 소득증대와 지역발전의 두가지를 목적을 두고 추진되어야 한다. 정부의 예산 지원은 단발성이나 극히 제한될 수 밖에 없다. 사업시도를 통해 지속가능한 방향을 모색하여야 한다.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내발생적 자원발굴로 사업이 지속화되어야 한다. 소득과 생산성이 있어야 흥미도 유발되며 참여를 통한 책임성도 높아진다.

충남의 7개 사업 중 예산군 대흥면 마을 주민은 ‘의좋은 형제 힐링센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의좋은 형제’ 마을은 우리지역이 갖고 있는 전통적인 자랑거리다. 이를 상품화하는 방안을 고민해보아야 한다. 충남도내 공공갈등으로 이웃간 불편한 관계로 등 돌리고 사는 지역이 적지 않다.

홍성군과 예산군은 2010년 시군통합의 문제로, 아산시와 예산군은 가축분뇨공동자원화사업장 건립문제로, 서천군과 군산시는 금강해수유통, 해상풍력단지조성, 해상신도시건설, 금강관광유람선사업으로, 당진시와 평택시는 해상경계와 당진항명문제로, 보령시와 서천군은 부석간척지행정구역경계문제로 천안시와 아산시주민간은 KTX천안아산역사명칭과 백석동쓰레기소각장 등 산적하다.

주민자치(공동체)는 행정구역을 넘어야 한다
?이들 지자체는 갈등을 넘어 반목과 대립으로 감정의 골이 깊다. 이는 지방자치를 역행하는 암적 존재다. 지역의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독립적 사업도 중요하지만 공공갈등으로 등 돌리고 불편한 이웃으로 살아가고 있는 지역을 묶는 사업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

구역의 경계를 넘는 사업을 통해 불편한 관계를 털고 갈등을 넘어 소통과 화합의 시대를 여는 것이 시대가 요구하는 자치사업이다. 5일마다 열리는 장날은 행정단위를 넘어 이웃간 마을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내다 팔고 공산품을 구입하는 물물교환의 장이었다. 무주군민은 금산장에서 만나고 서천사람은 군산으로 장도 보고 학교도 보냈다. 세종시는 청주시 생활권이다.

‘의좋은 형제’ 충남도의 상생 및 화합 상품으로 활용하라
정부는 그동안 행정조직을 활용한 지방자치를 관리하고 형식화하는데 그쳤으나 앞으로는 갈등을 극복하고 이웃과 함께하는 공동체 형성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행정구역의 경계를 넘어 문화적, 지리적, 전통적 특성을 살려야 하며 이러한 도구는 ‘의좋은 형제’라는 상품명을 충남도가 화합하는 정책적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는 주민자치사업을 성공시키는 요인이며, 박근혜정부가 140대 국정과제로 공약한 ‘공공갈등 시스템 강화’라는 난제를 풀어가는 키워드가 될 것이다.

이 준 건 / 李 準 建 행정학박사, 한국갈등조정연구소장, 충남도립청양대학교, 민고민(民高民)정책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