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비시설은(NIMBY) 비교적 제한된 좁은 지역주민이 집중적인 피해를 입고 넓은 지역의 사람들이 혜택을 받는 특성이 있다. 밀양송전전탑 건설 갈등은 고리원자력발전소(이하 고리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내륙지역으로 송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송전탑이 통과하는 해당 지역 주민과의 보상문제와 건설방식(지중화) 등을 놓고 장기화되고 있다. 총 161개 송전탑 중 울산 울주 등 5개 시군을 통과하는 109개 공사는 완공했으나 밀양지역을 관통하는 52개 송전탑은 지역주민의 반발로 손놓고 있다.

국회마저 손들었다.
지난 5월 국회산업건설위원(여야 국회의원)과 학계전문가, 한전(사업자), 지역주민(이해당사자) 등 6명의 위원회를 만들어 40일간 활동하며 중재조정안을 냈는데 주민들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부와 국회가 해결하겠다고 만든 조정위원회의 결정이 불발로 끝났다. 주민들이 자신들의 의견보다 사업자의견을 거들었다는 이유다. 결정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고리원전 증설은 올해 말 완공, 상업운전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전기를 송전할 선로가 건설되지 않아 난감한 처지다. 결국 원전1기를 가동하지 못해 발생되는 대체비용은 하루 47억원. 2,800억원이 날아갔다. 지금 당장 공사를 시작해도 최소 8개월의 공사기간이 걸린다. 주민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내년 말 완공할 경우에는 적어도 1조4천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는다.

청와대는 주민의 반대가 2008년부터 6년여가 지나도록 어떻게 대처하였는데 이 지경에 이르렀냐며 공공갈등시스템을 강화하라고 특별 지시했고 국회도 9월 정기 국회에서 송전탑 설치에 관한 보상법을 손질할 예정이다.

정부당국 발상을 전환하라
정부가 갈등의 문제를 안이하게 대처, 손실이 발생하면 부담은 국민의 세금으로 지불되며 전기를 제때 사용하지 못한 불편 또한 국민의 몫이다. 정부의 공공갈등 해소 방안을 연구하고 행정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정부 당국은 발전소 건립에만 신경쓰고 송전탑에 대한 문제는 가벼이 대처해온 것이 문제였다.

밥만 입에 넣어주면 목이 메이든 상관없이 할 일을 다 했다는 식으로 정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국민에게 호소하고 설득할 수 있는 단계를 넘었다. 국민의 사유재산에 대한 충분한 보상과 합리적인 제도를 통한 갈등 해소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타성에 젖은 낡은 방식으로는 우리사회가 한발도 나갈 수 없으며 선진화될 수 없다. 이러한 문제는 특정부처가 아닌 정부의 모든 부처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공갈등에 대한 공직사회의 인식전환과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박근혜정부는 공공갈등시스템 강화를 위한 법제도정비 등을 서두를 것으로 전망된다. 각종 정부 정책과 사업이 갈등을 풀지 못한채 노정되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제3의 중재조정자가 필요하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제도기반이 취약하다.

혐오시설 아닌 사회공익 시설
님비(NIMBY), 즉 내 뒷마당에서 안된다(not in my backyard)는 현상을 말한다. 님비는 1987년 미국 뉴욕 근교 아이슬립 지역에서 배출된 쓰레기 3,000t을 바지선에 싣고 미국 남부 6개주에서 멕시코 등 중남미 연안까지 6개월간 6,000마일을 항해하다 버릴 곳이 마땅치 않아 결국 실패하고 다시 싣고 돌아온 사건에서 생성된 말이다. 쓰레기소각장, 하수종말처리장, 장례시설, 장묘시설, 군(軍)시설, 발전소 등은 우리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사회공익시설이다.

안된다고 할 것이 아니라 되는 방향으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없어서는 안되는 시설이며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는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 다만 사업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힘없는 사회적 약자의 선의적 피해가 있어서는 안된다. 사회적 약자의 의견이 절대 반영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18대 국회에서 ‘공공기관의 갈등관리 기본법률 제정안’ ‘교정시설 설치 법률 제정안’ 혐오시설 설치와 지원에 관한 법률제정안‘ 등이 상정되었으나 임기만료로 모두 자동 폐기됐다. 박근혜 정부가 성공하려면 공공갈등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하며 이번 정부와 국회에서 (가칭)공공갈등에 관한 법률 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줄줄 새는 갈등의 에너지를 생산의 에너지로 바꾸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이준건/李準建 행정학박사, 한국갈등조정연구소장,시사평론가, 공주대학교, 청양대학교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