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사업을 놓고 여야 지도부가 잇따라 대전을 방문하고 주변 지자체가 반발하는 등 일파만파로 번지는 양상이다.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와 대전광역시가 엑스포과학공원 부지에 기초과학연구원(Institute for Basic Science)을 건설하기로 MOU를 체결하고 정책을 옹호하면서 갈등은 폭발적이다. 과학벨트 사업 중의 하나인 기초과학연구원의 엑스포과학공원내 설치는 정부(미래부)와 대전시간 독과점적 거래만은 아닌 모양이다.

시작과 끝이 같아야(세종시수정안 뭉쳤고 과학벨트수정안 분열)
충청북도와 세종특별자치시 충청남도(천안·아산시)가 발끈하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하면서 부당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엑스포과학공원내로 기초과학연구원이 들어설경우 기능지구의 역할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다. 사업이 진행될 경우 이해당사자는 머리띠를 두르고 길거리로 나와 물리적으로 맞설 태세다. 4년전 세종시 수정안에 맞서 공조체제를 단단히 했던 충청권 지자체가 과학벨트를 놓고 분열하는 어처구니 없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필자는 본지(2013, 6,30일자)를 통해 세종시 수정안과 비슷한 갈등이 재현되는가(3,500억원이 뭐길래)? 라는 제하의 글에서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했던 이명박정부의 복제판 우려와 함께 토지보상금 3,500억원을 절감하려다 갈등으로 수조원에 달하는 사회적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시 수정안 갈등 복제판?
2008년 5월 MB정부 출범 후 미국을 첫 방문한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부시대통령을 만나 쇠고기 수입(한미FTA)에 나서면서 폭발적인 갈등이 발생했다. 서울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 중 유모차를 끌고 나온 아이엄마를 비롯해 대학생, 농민, 직장인, 지식인 등이 거리로 나왔다. 수십일간 이어진 시위는 경찰과의 충돌로 유혈사태가 발생했고 끝내 시위대는 청와대를 향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뒷산에 올라 서울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을 보면서 자신의 성급한 정책결정을 뉘우치고 ‘아침이슬’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회한했다. 국민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다시 살펴보는 계기가 됐다고 토로했다.

과학벨트 추진을 놓고 벌어지는 작금의 상황은 새 정부가 출범한 이명박 정부 당시의 시기적 상황과 비슷하며 지역적으로 좁히면 세종시 수정안 추진 때와 유사하다. 과거는 충청권이 하나되어 세종시 수정안을 막고 잠재웠지만 과학벨트 수정안은 대전시가 받아들이는 가운데 충청북도, 세종특별자치시, 충청남도(천안시)가 반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청권 공동체에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다.

갈등의 틀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당초 정부가 마련한 기본계획안을 무시하고 엑스포과학공원내에 슬그머니 건설 하려데서 출발한다. 그 이유를 들여 보면 갈등이 폭발할 수 밖에 없다.
첫째. 대전시는 엑스포재창조사업의 일환으로 롯데테마파크를 유치하기 위해 염시장 취임후 3년간 공(功)들여온 사업을 포기하고 갑자기 미래부의 제안을 조건부로 수용했는가 이다. 둘째. 염시장이 미래창조과학부에 제시한 4가지 조건부 승인안이 MOU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일부 수정 축소되었다는 점이다. (디트뉴스24 보도내용 참고).

셋째. 이상목 제1차관(미래창조과학부)은 6월19일 박병석의원(대전서갑, 민주당)에게 밝힌 내용은 대전시가 먼저 제안했다고 했는데 문제가 심각해지자 7월5일 해명서를 통해 대전시가 먼저 제안한 것이 아니라는 자신의 착오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차관의 해명이 사실이라 해도 그러한 실수를 정부고위 당국자가 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넷째. 과학벨트 사업은 이명박 정부 당시 대전시가 독단적으로 유치한 것이 아니라 충청권 정치인과 대전시, 세종시, 충청북도, 충청남도 등이 힘을 모아 얻어낸 결실이다. 때문에 수정안에 대한 결정도 대전시가 독단적으로 결정해서는 안된다.

앞서 제시한 적어도 네가지 의구심을 털어내지 못하면 그동안 충청권 4개시도 공조체제는 붕괴되거나 불신관계로 남을 수 있으며 이는 지역에 불행한 역사로 기록될 수 있음이다.

논의의 틀 없다
충청북도는 기자회견을 통해 과학벨트가 당초 계획대로 대전 신동·둔곡지구에 건설되지 않을 경우 기능지구로서 청원 오송·오창과 세종시, 천안·아산시 등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으며 대전 청주경실련도 대전시의 독단적인 정책결정에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시했다. 새로운 정당 창당을 위한 수순으로 대전을 5일 방문한 안철수의원(서울노원, 무소속)도 정부와 대전시간의 독과점적 거래가 아니라 사전에 이해관계자가 한자리 모여 대화와 정책 토론을 통한 논의의 틀을 만들어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학문적으로 정책변동은 내생(內生)변수와 외생(外生)변수에 의해 발생한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 해결를 위해서는 사전에 이해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여 충분한 토론을 거쳐 최적의 대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논의의 틀을 통한 사회적 합의 만들어야
예산을 절감하려는 정부의 입장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미래 50년, 100년간 국민의 먹거리를 창출해 내는 연구시설이자 산업으로 이어지는 프로젝트다. 특정인의 의사결정을 통해 정책변동이 이루어지고 반목과 대립으로 정책이 표류하면 비용이 발생한다. 조기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딜레마(Dilemma)에 빠진다. 비용 부담은 국가와 국민이 져야 한다. 하루속히 갈등을 풀고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도록 충청인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 준 건/李 準 建 행정학박사,한국갈등조정연구소장, 공주대학교, 청양대학교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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