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밸트의 하나인 기초과학연구원 부지 선정을 놓고 여론이 비등하다. 롯데테마파크의 찬반논쟁이 기초과학연구원 부지선정으로 이동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갈등은 뜨거움을 넘어 끝이 보이지 않는 정쟁(政爭)으로 빨려들고 있다.

3년전 MB정부는 국회에서 특별법으로 통과된 행정중심복합도시(현,세종시)를 대학과 기업, 연구시설을 대거 이전시키고 대신 당초 이전예정이었던 증앙 행정부를 서울에 두는 수정안을 들고 나왔는데 이번 과학밸트 기초과학연구원이 이와 흡사한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갈등으로 비화되거나 장기화 우려가 높다.

토지매입비 정쟁의 대상 아니다
문제의 발단은 과학밸트 예정부지에 대한 토지 보상금 3500억원 때문이다. 박근혜대통령은 후보시절 대전 유세에서 보상금을 국가가 부담하기 어렵다고 발언하면서 시작됐다. 과학밸트 부지 보상금은 수요자부담 원칙에 따라 대전광역시가 부담하는 것으로 우회되었다. 열악한 재정의 대전광역시는 이에 발끈했고 시민사회단체 및 정치권은 요동 치듯 이슈화되고 있다.

최근 최문기장관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부담하기 어려운 재정을 덜어내기 위한 방안으로 대전시 소유의 엑스포과학공원 부지활용 제안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이 부지는 당초 과학밸트 프로젝트의 하나인 기초과학연구원 부지가 50만m2에서 25만m2로 축소되어 당초 과학밸트 사업이 용두사미(龍頭蛇尾)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크다.

과학밸트는 기능지구와 거점지구 등 당초 정부가 전문가 자문단을 꾸려 내놓은 첨단과학산업단지와 세계적인 기초과학연구 관련 학자들이 머물 수 있는 정주환경의 생활불편 등을 감안해서 둔덕지구가 아닌 엑스포과학공원 부지를 차안으로 선택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고 맞서고 있다.

정책변동(수정안)은 국민만 분열
공공갈등은 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역의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중앙정부의 일방통행식 제안 및 결정으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는 점에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특히 지역의 입장과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하향식, 즉 상위기관의 일방 통보식 제안에 문제가 있다. 사전 의견조율을 무시하고 당초 결정을 번복하는 하향식 제안에서 갈등은 발생한다. 결국 과학밸트의 수정안은 정책 변동과정에서 이해당사자인 대전시민간 갈등으로 표출되면서 사회적 갈등의 문제로 확전되는 양상을 띤다.

과학밸트 사업선정은 정부가 2011년 특별법에 의해 국회를 통과했고 같은해 말 기본계획안을 공표됐다. 그렇다면 굳이 정부의 신뢰성 문제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이번 수정안은 지역민들이 수용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수정안은 정부의 불신을 증폭시키는 일이며, 나아가 과학밸트 건설에 대한 의지는 물론 자칫 정부가 소탐대실(小貪大失) 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중이온가속기사업과 기초과학연구원 첨단산업단지 등 총 6초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과학밸트 사업이 3500억원의 토지보상비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서로 떠밀 듯 핑퐁하는 것은 신뢰를 기반한 박근혜정부에 오점을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재론의 여지가 크다.

원안추진으로 중이온가속기 사업 선진 경쟁국에 앞서야
과학밸트 사업은 미국과 일본 그리고 유럽 브라질 등 경쟁국은 이미 사업을 착수했으며 우리도 이들과 무한경쟁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하루속히 착공되어야 할 미래 먹거리다. 박근혜정부의 미래창조과학부 신설과 함께 임기내 역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의 핵심인 만큼 더 이상 논쟁으로 인한 시간낭비를 줄이고 대승적 차원에서 원안으로 착수 추진되어야 한다.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했던 MB정권은 결국 충청민의 분노와 상처만 남긴채 좌절되고 말았다. MB정부는 이를 계기로 신뢰성을 잃었으며 정부를 이끌어가는 추동력 저하와 함께 조기 레임덕을 불러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60%의 지지율을 보이며 역대 정부와 달리 높은 국민적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러한 맥락에서 과학밸트 원안추진이 논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박근혜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했던 세종시의 원안 플러스(Plus)알파에 대한 약속과 같이 과학밸트사업도 이에 준하는 수준의 대립과 반목을 털고 상생 협력의 길을 찾아야 한다. 원안추진이 늦어질 수 록 공공적 갈등을 피할 수 없으며 이러한 갈등이 장기화되면 이로인한 사회적비용은 3500억원의 토지보상비가 아니라 수천억원~수조원에 이를 수 있기에 사전예방과 조기해결을 위한 결단이 시급하다.

국익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결정되어야
세종시 수정안에서 학습했 듯 과학밸트 수정안은 핌비시설에 의한 이해당사간 갈등이다. 님비시설에 의한 갈등은 해결하기 어렵고 난제가 많다. 하지만 핌비 갈등은 의사결정권자의 의지에 따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치가 크며 분명한 것은 그러한 결정은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 준 건 / 李 準 建 행정학박사 한국갈등조정연구소장, 공주대학교 청양대학교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