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아직 정전(停戰) 상태다. 최근 남북간 긴장이 극에 달했고 안보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군에 대한 역할이 어느 때 보다 중요된다. 하지만 내적으로는 군에 대한 국민의 따뜻한 시선보다 생활의 불편과 지역발전의 걸림돌로 생각하고 있다.

민군(民軍)간 갈등이 증폭되면서 피해보상 등이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는 것이 반증한다. 남북간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면 안타까운 일이다. 민군갈등은 육해공군을 가리지 않고 있는데 공군비행장 소음피해가 가장 크다. 공군사격장 문제도 예외는 아니다.

전국 공군비행장 주변지역 주민들이 소음공해 피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며 법적 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상금에 대한 정부 당국의 재정적 부담도 여간 크지 않다. 육군도 군부대 이전과 훈련장 사격장 주변 지역주민과의 갈등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해군은 제주해군기지건설이 뜨겁다.

군은 작전상 적소에 위치하고 있어야
외곽에 있던 군부대가 도시 확장으로 아파트로 둘러싸여 주민이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뽑아내려는 것이다. 전국 군부대 주변이 지역주민과의 잠재적 갈등 또는 표출된 갈등으로 충돌하면서 자유롭지 못하다. 갈등 이해당사자는 군부대를 모두 이전해 달라고 당국에 요구하고 있다.

제주 해군기지는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정치 쟁점화되어 공권력이 투입되고 도지사 주민소환 등을 추진하는 등 상당한 사회적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까지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사회적 비용은 모두 국민의 부담이다. 전국의 공군비행장과 사격장 등은 수십여 곳. 육군부대만 수천 곳에 이른다. 육해공군 모두 지역주민의 요구대로 라면 좁은 국토의 한계성을 감안할 때 대안을 찾기 쉽지 않다.

군부대 주변 주민들의 군에 대한 인식을 재검토해야 한다. 외국과는 달리 우리는 정전의 특수한 남북관계를 고려한 군에 대한 요구가 적절히 이뤄져야 한다. 무조건적 이전 요구만 한다면 국토를 지키는 국군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갈 곳이 없다. 이러다간 해군기지를 산(山)으로 이전해야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해당사자의 심도있는 수용성이 중요하다.
필자는 이러한 측면에서 지난29일 충남대학교 평화안보대학원에서 열린 민군간 갈등해소 세미나에서 몇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첫째, 민군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군의 입장에 대한 기초조사가 필요하다. 군이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료를 놓고 갈등을 해소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민군갈등을 논의하면서 군구성원에 대한 입장을 리서치(research)자료 없이 양간 소통을 통한 해소 방안연구는 넌센스라고 지적했다. 적어도 군의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여 지휘권을 갖고 군의 고위간부를 대상으로 민군갈등에 대한 조사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둘째, 군(軍)이 변해야 한다.
그동안 국가안보에만 전력을 쏟았다면 지방자치를 이해하는 학습이 필요하다고 했다. 군은 국가안보와 지방자치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안보와 함께 지역을 지키는 향토방위적 역할과 책임을 갖고 있다. 지역사회는 탈 이데올로기, 탈 군사화, 정보화, 고성장경제사회 및 도시화 현상으로 변했다. 체제제도와 생활수준과 의사결정방식, 사회구조와 가치기준, 의식구조 등 모든 면에서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개인이기주의와 물질위주가치관, 한탕문화 현상으로 가고 있다. 특히 부의증가와 생활수준의 향상 학력 및 문화수준향상되고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사생활에 대해 보호받고 덜 형식적이며 더 개성적으로 자아표현의 자유를 향유하는 추세다.

셋째, 사관생도나 육해공군대학 등을 대상으로 갈등에 대한 정규과목으로 학습해야 한다. 군지휘관은 아직도 갈등의 해소방안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군의 밀어붙이기식 식으로 전쟁중심의 사고가 체득되어 있기 때문이다. 군은 비교적 사회변화에 가장 늦은 특수한 집단이다.

군은 님비(NIMBY)시설만이 아니다
넷째, 이해당사자인 주민은 뉴 거버넌스(New Governance)차원에서 민·관·산 중심에서 민·관·산·군·학·언·연까지 망라한 새로운 거버넌스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군이 지역을 이해하고 고민하는 시스템이 구축이 필요하다. 군사정부의 피해의식에 대한 경계심이 아직 남아있다. 이를 불식시켜야 하며 대화의 간격을 좁히는 새로운 대화의 환경이 필요하다.

다섯째, 주민이 군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남북의 특수한 상황과 한반도의 좁은 국토의 총체적 상황에서 접근해야 한다. 친군대화(親軍隊化)다. 군은 나라를 지키고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는 경찰(警察) 역할을 병행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빈 공항은 소음공해로 주민과의 마찰에서 7여년의 갈등 끝에 방음시설 확충은 물론 심야시간 이착륙시간 감축, 특정방향(주택가밀집지역)으로의 이착륙을 금지, 소음기준을 불가피하게 발생할 경우 주민에게 승객당 20센트(약250원)의 환경기금을 조성해 75%는 지역발전기금으로 25%는 환경소음 연구비로 사용하기로 합의하고 상생의 길을 모색했다. 이를 민군갈등 해소의 바로미터이며 롤 모델로 접근하면서 갈등를 풀어가야 한다.

이 준 건 / 李 準 建 행정학박사, 한밭대학교겸임교수, 한국갈등조정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