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도시 건설과정에서 심각한 갈등을 겪으며 가까스로 출범한 세종특별자치시가 이번에는 KTX역 세종시 설치를 놓고 갈등하고 있다.

발단은 국토교통부가 2011년 고시한 제2차 국가철도망계획에서 세종시에 KTX역(驛)을 신설하는 방안을 수정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 말 한국교통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했다. 이 구상은 2015년 개통예정인 수서역 KTX의 전용노선을 변경하는 내용이다. 당초 서울역과 수서역에서 각각 출발하는 KTX가 평택에서 합류한 뒤 충북 오송에서 경부선과 호남선으로 갈라져 운행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이중 세종역 안으로 오송역에서 세종시를 거쳐 가는 노선과 천안? 아산역에서 세종시를 거쳐 경부선과 호남선으로 분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연구용역을 의뢰하여 추진 중인 세종역 신설로 KTX가 운행될 경우 서울역에서 세종청사까지 40분가량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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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북도는 세종역 설치에 대해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오송역의 기능이 무력화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150만 도민의 힘으로 가까스로 얻어낸 오송역 기능이 저하되어 지역 경제가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2005년 당초 계획에 없던 KTX오송역 설치를 정부로부터 얻어냈다. 당초 경부선이나 호남선 설계에 오송역 설치는 없었다.

충북도민은 당시 오송역 설치를 위한 민간중심의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정부에 압박했다. 심지어 여당 국회의원까지 가세했다. 정부가 경제성 등을 고려하여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시간끌기를 하자 경부선 철도를 막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러한 사실이 청와대에 보고되면서 오송역이 설치되었다.
세종역 설치는 충북도민의 또 다른 고민거리다. 오송역설치 때와 비슷한 세종시 상황 도래의 우려 때문이다. 당시 오송 경유라는 선물을 얻어냈으나 이제는 10분 거리에 인접한 세종역 설치가 눈에 거슬리는 입장이다.

세종시민도 강력반대
노무현정부의 행정수도 건설 청사진이 헌법재판소의 관습법에 의해 불가하다는 판결에 따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로 급선회 축소됐다. 기대에 못미치는 판결에 엄청한 갈등을 겪으면서 후유증 또한 겪었다. 이명박정부 때는 충청민의 결집된 노력으로 얻어낸 세종시 건설을 행정기관을 서울에 두고 대신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을 대거 이전하겠다는 수정안을 추진하려다 충청민의 분노에 의지를 관철하지 못하고 가까스로 지난해 세종특별자치시가 출범했다.

이러한 가운데 세종시민은 세종시 KTX역이 설치를 놓고 걱정이 크다. 정부청사 공무원이 세종에 정주(定住)하기는 커녕 출?퇴근 공무원이 많아져 기능적 수행의 도시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는 우려다. 40분이면 서울에서 세종청사까지 소요되는데 누가 이사를 하겠느냐는 것이다. 자칫 수십조원의 많은 예산을 투입해 건설한 세종시가 제기능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다.

세종시는 국토의 균형발전차원에서 설계 추진됐다. 산업화시대 수도권으로 몰린 인구와 경제, 교육, 의료, 교통, 정치 등의 기능을 지방으로 분산시켜 기형적인 국토를 지방으로 분산시켜 고르게 발전시키려는 국토개발의 대표적 청사진이다. 각 지방마다 혁신도시와 기업도시 건설도 마찬가지 의미이며 정부투자기관 지방이전도 이러한 차원에서 추진됐다.

개발의 이익에는 갈등이 있다.
세종시의 갈등은 시작에 불과하다. 최근에도 새로 명명되는 동(洞)명칭 도담과 방축동안(案)을 놓고 원주민과 신주민간(民-民葛藤)갈등으로 의회에서 최종 표결처리 되었으나 이에 불복하는 갈등의 여진이 아직도 남아있다. 이뿐인가 세종시 신청사건립을 놓고 원도심지역 (옛, 조치원읍)주민과 정부청사건립지역(신도시)주민간 충돌하고 있다. 충남대병원과 서울대병원 분원설치를 놓고도 행정의 기득권층과 주민간 이견으로 평행선을 달리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자본의 합리적 배분 요구하는 주민의 욕구를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갈등을 예방하거나 발생한 경우 조기에 해소할 수 있는 조정 중재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문가는 물론 사회적 인프라가 형성되지 않아 합의형성을 이뤄어 내지 못하고 있다.

자칫 명품자족도시건설이라는 세종시의 목표가 갈등에 휩싸여 공동체가 붕괴되고 기능마저 상실할 수 있는 위기다. 갈등해결의 관리능력이 부재가 그 원인이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 하나의 집단을 이루는 공동체가 문화적 이해 차이로 충돌하고 있다. 의사결정의 걸림돌이 되고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집행이 지연되면서 사회적 비용이 지불되고 있다.

중앙정부가 대원칙을 지키면서 중용의 지혜를 발휘해야
KTX 고속철도는 앞으로 한반도를 거미줄 처럼 연결되는 지금의 고속도로 수준으로 건설된다. 경기도에서 당진~예산~홍성을 경유하여 군산(호남선)으로 이어지는 고속철도가 올해 착공된다. 동북아시대를 대비, 장래 북한을 거쳐 유라시아로 이어지는 밑그림이다.

정부는 KTX역 설치의 본래 기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 기능은 국토를 짧은 시간에 주파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투자한 것 만큼에 대한 편리성과 경제적 이익을 앞세운 논리 이어야 한다. 지역의 편익을 주면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다.

갈등의 목표는 상생이다. 균형의 추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잘 놓는 것이다. 국토의 균형발전과 이해당사자의 욕구를 어떻게 해소시킬 것이냐하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과제를 풀어야 한다. 더 이상 세종시민에게 아픔을 주어서는 안된다. 지금까지 받은 상처가 워낙 크고 아직 다 아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준 건 / 李 準 建, 행정학박사, 한밭대학교 겸임교수, 한국갈등조정연구소장, 공주대학교. 청양대학교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