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목표는 상생(공생)이다. 수단은 대화와 협력이다.
우리사회의 대표적인 갈등하면 고부(姑婦)간 갈등을 꼽는다.
고부간 갈등에 끼여 있는 사람은 남편(아들)이다.
중간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하지만 오해받기 쉽다. 어머니의 역성을 들면 마누라가...
마누라 편에 서면 어머니로부터 오해 받기 쉽다.

거리간 중간이 아닌 치우치지 않는 중심(中心)
누구의 편에 서지 않고 중용(中庸)을 지키기란 쉽지 않다. 중용은 좌우 길이의 중간점이 아니라 양측 입장을 이해하고 합의 형성을 통해 이를 잘 조정하며 해결하는 중간자적 철학이다. 어느 편에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이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중용이다.

우리 사회는 전통적으로 두레 계 향약 등 협동을 기반한 사회였다. 그러나 산업화 도시화로 치열한 경쟁사회가 개인 이기주의를 불렀다. 정치적 경제적 경쟁이 명예와 권력 부를 쫒는 심각한 사회가 선의의 경쟁이 아닌 누구를 밟고 넘어서거나 끌어내려야 하는 왜곡된 사회로 변했다.

대전의 모 고교 체육시간, 편을 나누어 농구 골을 넣는 시합에서 골을 넣지 못하면 박수를 치고 골을 넣으면 아이고하며 배아픈 소리를 지른다고 한다. 예전에는 반대로 골을 넣으면 박수를 보냈고, 넣지 못하면 격려했다. 우리사회의 단면이다.

이웃이 있어야 내가 있다
선의가 메마른 사회가 됐다. 지나친 왜곡된 경쟁이 살인으로 이어지고 있다.
긴 말에 진리가 있는데도 이를 경청하지 못하는 뭔가에 쫒기는 사회다. 모두 개인 이기주의가 낳은 사회다. 갈등만 생산하는 사회로 변한 것이다.

대중 목욕탕에서 서로 등을 밀어주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낯모르는 사람이 인사를 나누며 등을 닦아주는 아름다운 이웃간 정(情)은 사라졌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도 이웃간 인사가 없다. 멋쩍은 시선을 둘 곳이 없어 거울을 달아놓았다고 한다.

매사를 경쟁의 잣대를 들여대는 사회가 문제다. 협력하고 희생하는 사람에게 그리 높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사회다. 건전한 비판은 없고 비난만 난무한 사회다. 상생의 생태계가 부족하다. 현세의 사람은 눈앞에 보이는 돈에만 욕심이 가득차 있다. 부만 축척하려들고 사회환원에 인색하다. 이익을 사회에 내놓지 못하고 봉사할 수 줄 모르는 사람은 절대 행복할 수 없고 그 나라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숲이 있어야 고기도 모인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사회의 잘못된 문화를 바꾸어 상생의 생태계를 튼튼히 해야 한다. 그 몇 가지 제시한다. 먼저 말을 하려면 당사가 없는 곳에서 하지 말아야 한다. 뒷 말은 가장 나쁘다. 의도가 어디에 있든 제3자를 통해 귀에 들어가면 갈등의 바이러스가 되고 관계가 소원해진다.

둘째, 구시렁 거리지 마라. 장중에 말을 독점하면 적(敵)이 많아지다. 가능하면 적게 말하고 많이 들어라. 칭찬뿐 아니라 경청(敬聽)또한 고래를 춤 추게 하는 시대다. 많이들을 수록 내편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리더십의 시대정신은 이청득심(以聽得心)이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요 가장 쉬운 것도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라고 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자기 말에 귀를 기울여 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귀를 기울여 경청(傾聽)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다. 겸손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겸손은 자만에 빠지거나 상대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자긍심을 바탕으로 나를 낮추고 상대방을 높이는 것이다.

경영의 신이라고 불리는 일본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의 성공 요인은 겸손의 철학이었다. 그는 기업은 인간생활의 향상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므로 올바르게 운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그는 항상 겸손과 배려의 자세로 직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삼성 창업주 이병철에게 배우자
삼성그룹 창업자 고(故)이병철 전회장은 자신의 집 거실에 목계(木鷄)라는 글귀를 걸어놓고, 자신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서는 상대로부터 어떠한 모욕을 당하더라도 흔들림이 없이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며 마음을 경계했다. 목계(木鷄)란 장자(莊子)의 달생편(達生篇)에 나오는 이야기로, 기원전 8세기경 중국 주나라의 선왕(宣王)은 닭싸움을 매우 좋아했다. 선왕은 당대 최고의 투계 조련사인 기성자(記成子)에게 최고의 싸움닭을 만들어 달라며 자신의 닭을 맡겼다.

열흘이 지나자 선왕은 닭싸움에 내보낼 수 있겠느냐며 기성자에게 물었다. 이에 기성자는 닭이 강하긴 하나 교만하여 자신이 최고인 줄 안다며 아직 멀었다고 답했다. 열흘 후 또 왕은 물었다. 기성자는 교만함은 버렸으나 상대방의 소리와 행동에 너무 쉽게 반응하기 때문에 인내심과 평정심을 길러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다시 열흘이 지난 뒤 왕은 이제 싸움에 내보낼 수 있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기성자는 조급함은 버렸으나 눈초리가 너무 공격적이라 눈을 보면 닭의 감정상태가 다 보인다며 아직은 힘들다고 답했다. 싸움닭 조련을 맡은 지 40일이 지나자 기성자는 왕을 찾았다. 그는 왕에게 이제 다 된 것 같다며 상대방이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위협해도 반응하지 않고 완전히 편안함과 평정심을 찾았다고 보고했다. 그는 이어? 마치 나무로 만든 닭(木鷄)처럼 어떤 닭이라도 바라보기만 해도 도망칠 것이라고 말했다.

장자는 이 고사에서 지도자의 조건으로 자신이 제일이라는 교만함을 버려야 하고, 상대방의 말과 위협에 민감하게 반응해선 안되며, 상대방에 대한 공격적인 눈초리를 버려야 한다고 했다. 즉 교만함과 조급함, 그리고 성냄의 눈빛을 완전히 극복한 사람이 목계의 덕(木鷄之德)을 가진 지도자라는 것이다.

셋째, 목소리의 톤이 높아질 수록 뜻은 왜곡되어 나간다. 절대 대화를 하거나 행동을 하면서 흥분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낮은 목소리가 진정한 설득력을 갖는다. 귀를 훔치지 말고 가슴을 흔드는 말을 해야 한다. 넷째 듣기 좋은 소리보다 마음에 남는 올바르고 정당한 말을 해야 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보다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이다.

다섯째, 하기 쉬운 말보다 알아듣기 쉽게 이야기 하라. 칭찬에 발이 달려 있다면 험담에는 날개가 달려 있다. 내가 한말은 반드시 전달된다. 너만 알고 있어 하는 말은 그 자체가 이미 비빌이 아니다. 여섯째, 허물을 덮고 칭찬은 자주해라. 뻔한 이야기 보다 펀(fun)한 이야기를 많이 해라. 디즈니랜드 보다 더 재밋게 말이다. 늘 술좌석은 남을 험담하는 말로 시작해서 험담으로 맺는다. 건전한 비판이 아니라 비난만 한다.

일곱째, 말을 혀로 말하지 말고 눈과 표정으로 해라. 비언어적 요소가 언어적 요소보다 더 힘이 있다. 요즈음 말 못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옳고 바른말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여덟째, 혀를 다스리는 것은 나(本人)이지만 내뱉어진 말이 나를 다스린다. 함부로 말하지 말고 한번 말한 것은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소통은 귀로 듣고 눈으로 말하는 것이다. 선진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러한 상생의 생태계가 충분하여야 한다.

필자가 평소 마음에 두고 생활하는 신조(信條), 1-2-3법칙을 소개한다.
하나의 입으로 말하고, 두개의 귀로 듣고, 상대의 말에 세번 박수쳐라. 입은 두 개의 귀보다 적게 말하고 많이 듣고 세 번 박수치는 것을 말한다. 계사년 새해 갈등을 털고 상생으로 가는 생태계의 타임머신에 함께 하지 않으시렵니까?

이 준 건/ 행정학박사, 한밭대학교겸임교수, 한국갈등조정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