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의 옛 수도(사비성) 부여 땅이 시끌 시끌하다.
조용한 산골마을 은산면에 산업폐기물처리업체가 들어온다는 소식에 주민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해를 넘겨가며 장기화되고 있다. 조용한 듯 하다 다시 집단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부여군 새해 갈등으로 시작
새해 벽두! 부여군청 앞에는 허가를 반대 머리띠를 두른 주민들의 집단행동으로, 허가반려 및 군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연일 반대주민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으나 분쟁을 중재하거나 조정하는 전문가 또는 손을 쓰는 협의체는 없다. 지자체도 손을 놓다 시피하며 감정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가운데 주민측과 사업자간 갈등만 증폭되고 있다.

협상을 위한 대화의 공간은 확보되지 않고 자신의 입장만 고수하며 평행선이다. 갈등은 한번 발생하면 되돌리기 어렵고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어 장기화 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 때문에 사전예방과 조기 해결이 상호간 갈등비용을 줄이고 상처를 최소화 한다. 사업자는 산업폐기물처리업 허가에 법적 행정적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주민은 분진과 소음, 악취,유해물질 등 주거환경이 극도로 나빠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농특산물 상품가치가 하락하고 논과 밭 등 농지(부동산)가격하락, 그리고 주거환경 악화로 재정적 손실이 크다는 입장이다. 상충되는 문제가 여실하다. 그런데도 누구도 관심을 갖고 해결하는 주체는 없다. 어떻게 할 것인가? 대화를 위한 협상의 테이블을 서둘러 마련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다. 서로의 입장이 무엇인지 그 진위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대를 위한 반대의 논리는 옳지 않다. 장기화되면 정보가 왜곡되고 상호불신이 커지면 법적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무척(無尺)을 위한 대화의 장 마련시급
갈등은 장기화되고 노정되어 서로에게 도움 되지 않는다. 이해 당사자가 마주앉아 솔직한 입장을 듣고 차이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진단이 필요하다. 무척(無尺)좋다는 것은 척(尺)이 없다(無), 즉 거리를 줄이는 것이다. 사실과 다른 왜곡된 정보, 즉 오해가 있다면 이를 바로잡고 이해를 증진시켜 나가는 수렴과정이 있어야 한다. 반대주민은 대화에 나설 경우 양보와 손실이 클 것이라는 우려는 지워야 한다. 정보와 조직, 금권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중재하고 조정하는 전문가는 중립이다.

2011년 당진 동부화력발전소 건립을 놓고 갈등문제 해소를 위한 좌담회를 신성대에서 개최한 바 있는데 이 자리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양한 일이 있다. 무조건 반대와 무조건 사업을 밀어 붙이겠다며 한치의 양보가 없었다. 좌담회 참석조차 꺼렸다. 하지만 양측의 대표가 한자리에 모여 투명한 가운데 서로의 입장을 확인했다. 시중에 나도는 왜곡된 정보와 사실 차이를 확인했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입장으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자리를 일찍이 마련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토로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결자해지(結者解之)차원에서 사람이 만나 풀어야 한다. 사업자는 적(敵)이 아니다. 우리의 이웃이다.

갈등협상 매뉴얼 만들어라<피해보상, 이익환원, 이행협약 신뢰 담보>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안의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그리고 처방을 내려야 하는데 그 방안으로 먼저 사업을 통해 얻은 이익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배분할 것이냐? 이다. 일정 부분 환경적 정서적 재정적 피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하다. 예컨대 산업 폐기물처리장 건설시 지역주민 또는 자녀들에게 일정량의 일자리를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것이다. 식당운영권이나 단순한 일자리 등 경제적 손실을 만회하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둘째. 마을 진입도로나 경노당, 마을회관 등 숙원 및 현안사업을 우회적으로 지원해 주는 방안이다. 지역발전을 위한 기금이나 자녀장학금 등 이익의 일부 환원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셋째. 폐기물 운반 차량의 우회도로 확보, 분진, 소음 등의 환경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제규정을 담보하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와 사업자 주민 3자(者)간 이행협약서에 내용을 담는 방안이다. 위반시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부담토록 담보하는 것이다. 외국은 영업시간 준수, 즉 밤 시간 가동하지 않는 등 최소한의 규정을 만들어 갈등을 해결한 사례가 있다. 즈음에 갈등 해결을 위한 협상 매뉴얼을 만들어 시도해야 한다.

비대위 주민 대표는 투명한 정보공개로 의견수렴의 심부름
필자는 유사한 갈등의 문제를 접근하고 연구한 사례를 보면서 (가칭)비상대책위원회 대표성을 띤 1~2명이 이익을 더 얻어내기 위해 비공개적으로 사업자를 접촉하다 이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 내부갈등으로 번져 악화된 사례를 보았다. 갈등은 처음부터 끝까지 투명한 가운데 이루어져야 하며 책임있고 공정하게 문제를 이끌어 갈 제3자가(전문가)개입하여 중립적 지위에서 재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섣불리 공무원이나 지역의 유지가 나서 중재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많다. 문제만 더 키우는 결과를 초래 할 뿐이다.

이 준 건/李 準 建 행정학박사. 한밭대학교 겸임교수. 한국갈등조정연구소장.